환경단체 “고래 무덤에 감금된 돌고래들 즉시 풀어주라” 촉구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1.03.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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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12년 동안 돌고래 8마리 폐사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에서 누가 청장에 당선되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고래생태체험관에 감금돼 있는 네 마리 큰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은 22일 울산 남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족관 돌고래들의 즉시 방류를 촉구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사육 중인 새끼 돌고래 고장수와 어미 돌고래 장꽃분의 모습ⓒ핫핑크돌핀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사육 중인 새끼 돌고래 고장수와 어미 돌고래 장꽃분의 모습ⓒ핫핑크돌핀스

이들은 “울산 남구는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시대적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돌고래 감금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다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울산 남구는 잔인한 돌고래 학살지 일본 다이지마을에서 돌고래들을 수입해 좁은 수조에 가두고 전시와 공연에 활용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돌고래들이 계속 폐사했고, 이로 인해 울산 남구는‘돌고래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2009년 문을 연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12년 동안 8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으며, 현재 4마리가 남아있다.

이들은 울산 남구가 ‘돌고래 학대’ 오명을 벗고 진정한 고래행복도시로 거듭나려면 돌고래들을 즉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13년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장에서 바다로 돌려보낸 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등 남방큰돌고래들은 방류 8년이 지난 지금도 제주 바다에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울산 남구에 특단의 결정을 요구했다.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후보 가운데 김석겸 민주당 후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장이 되면 장생포 생태체험관에 있는 고래를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약했다. 김진석 진보당 후보 역시 “당선되는 즉시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서동욱 국민의힘 후보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돌고래의 모습ⓒ핫핑크돌핀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돌고래의 모습ⓒ핫핑크돌핀스

이들은 “해양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는 곳 중에서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적이면서 충분히 넓은 면적의 바다 한 쪽에 사육 돌고래들을 위한 바다쉼터를 만들어 방류하는 작업은 새로 당선될 울산 남구청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아이슬란드와 캐나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참고로 해 울산 남구가 야생의 환경에 바다쉼터를 조성해 수족관 돌고래들을 돌려보내면 국내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며, 동물복지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시셰퍼드코리아, 울산기후위기비상행동, 울산녹색당,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치하는엄마들,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10개 동물보호·환경단체가 대거 참여해 울산 남구가 고래무덤을 방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거제씨월드 수족관에서 흰돌고래 벨루가 1마리가 폐사하는 등 최근 5년간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고래류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5마리를 비롯해 총 20마리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고래류 신규 사육·전시 금지, 올라타기·만지기 등 동물복지 저해행위 금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수족관에 남아있는 돌고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빠져있는 상태다. 

기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고래류에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이들 고래류들은 수족관의 사유재산으로 정부로서도 강제적으로 처분을 명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수족관 전시를 금지한 캐나다 역시 이 같은 문제로 소급적용을 하지 못했다. 결국 동물단체의 요구대로 고래류들이 자연방류 되기 위해선 수족관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다. 그러나 고래 전시가 주요 수입원인 수족관 입장에선 생존권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울산 남구가 돈벌이를 위해 돌고래들을 수족관에 가둬놓고 고래 쇼를 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 행위로 공공기관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족관 7곳에서 현재 사육하고 있는 돌고래는 모두 27마리, 이 중 24마리가 일본과 러시아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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