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KBS 주변에는 왜 옷가게가 없을까?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1 14: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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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창업자들이 꼭 알아야 할 상권분석 노하우 5가지

언젠가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일이다. 맥도날드 옆에 늘 ‘스무디’ 가게가 붙어 있는 걸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현지 전문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느끼한 걸 먹고 입가심하기에는 스무디가 안성맞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피자를 먹으면 콜라를 마시고 싶고, 빵을 먹으면 커피를 마시고 싶은 이치와 같다.

이처럼 상당수 업종은 서로 인과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창업할 때 상권분석을 꼭 해야 한다. 하지만 분석에 애로가 있는 창업자들은 붙어 있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업종으로 입지를 결정하면 된다. 맥도날드처럼 상권분석 데이터가 충분한 경우는 과학적으로 입지를 정하면 되지만 분석 역량이 부족한 창업자에게는 이러한 접근 방법이 효과적이다.

3월25일 오후 용산의 상가 밀집지역ⓒ시사저널 임준선
3월25일 오후 용산의 상가 밀집지역ⓒ시사저널 임준선

편의점에서 맥주 사고 노래방 갈 확률 17%

시너지 업종을 찾아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신용카드 사용자의 결제 동선을 따라가는 게 한 방법이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사람이 노래방에 가는 비율은 17%이고, 시차는 15분이라는 통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고객층이 주로 어떤 업종에서 소비 비중이 높은지 분석하면 상호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예컨대 30대 여성의 매출비중이 높은 네일케어숍 주변을 보면 대체로 어린이학원이 있다. 어린이학원과 네일케어숍은 전혀 다른 업종이지만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를 ‘고객 대척점’ 연결업종이라 한다. 어린이를 둔 30대 중반 부모 세대가 네일케어의 주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일케어의 고객을 분석해 보면 30.5%가 30대 여성이다. 이러한 상권에는 소아과도 대부분 붙어 있다. 즉 어린이 대상 업종과 소아과, 네일케어숍은 시너지 업종인 것이다.

그 외에 시너지 업종을 추정해 내는 간단한 방법으로 ‘소비패턴’ 연결업종과 ‘코디네이션’ 연결업종, ‘스토리’ 연결업종 등이 있다. 소비패턴 연결업종을 보자. 주점 주변의 오락과 음료, 한식 등은 친구업종이다. 술을 마시기 전에 한식집에 먼저 가고, 식당을 나와서는 편의점을 들러 노래방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보인다.

다음으로 코디네이션 연결업종을 보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가면 청바지 가게 옆에 티셔츠 가게가 있고, 그 옆에 유명한 화가가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는 갤러리가 붙어 있다. 관광객들이 지나가다가 티셔츠를 사서 기념으로 옆 갤러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바로 옆 청바지 가게에 들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청바지에 티셔츠, 거기에 작가의 스토리까지 입혀주니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시드니 다운타운의 지하철 지하상가에는 선물가게가 있고, 그 옆에 제과점이 있고, 또 바로 옆에서 한 아저씨가 출생일 역사를 브로슈어(Brochure)로 즉석에서 제작해 주는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 즉, 생일선물을 산 사람이 케이크를 사고, 같은 날 태어난 세계적인 명사나 주요 사건 등을 담은 소사(Short story) 일력을 즉석 인쇄해 선물세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들 세 가게에서는 어디를 먼저 들러도 다른 가게를 서로 추천해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하나의 키워드로 묶인 ‘스토리’ 연결업종도 함께하면 유리하다. 서울 청담동에서 신사동으로 이어지는 상권을 보면 이런 시너지 효과를 낼 친구업종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미용실과 드레스숍, 폐백 음식들이 모여 있다. 분류하면 고급 미용실은 서비스, 드레스숍은 소매, 폐백은 음식업종이니 업태부터가 완전히 다르지만 세 업종은 ‘결혼’이라는 스토리로 묶여 있기 때문에 서로 도움이 된다.

이들 업종이 신사동과 이대 앞에 주로 포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이대 앞에 있던 드레스숍들이 상당수 강남으로 이전했는데, 그 이유는 미용실 단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대 앞 미용실의 1인당 평균 결제액은 3만5000원인 데 반해 강남은 9만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고급 미용실이 강남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즉, 일상의 머리 손질은 이대 앞에서 하지만 예식과 같은 중대사인 경우는 신사동이나 청담동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드레스숍이나 폐백집은 강남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조금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스토리 업종의 시너지 효과는 좀 더 분명해진다. 신사·청담동 미용실의 결제 단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평균 9만원이지만, 고급 미용실은 49만원에 이르며 주로 주말에 32.5%의 매출을 보인다. 폐백이나 드레스숍도 주말 비중이 비슷하다. 이처럼 서로 욕심 부리지 않고 연관 업종과 상생할 수 있는 이런 모델이 우리나라 자영업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한 가지 더 이해해야 할 입지선택 기술이 있다. 모든 업종의 특성을 딱 두 가지로만 분류하면 산재(散在)업종과 집재(集在)업종으로 나눌 수 있다. 산재업종은 흩어져 있어야 잘되는 업종을 말하고 집재업종은 모여 있어야 유리한 업종을 말한다.

과거에는 산재업종 수가 많았지만 갈수록 집재업종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분류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컴퓨터나 전자제품, 가구와 같은 내구재는 고객이 비교해 보고 사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모여 있어야 유리하고, 편의점이나 치킨처럼 품질이 평준화되고 정가판매가 일반화된 업종이라면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시너지 낼 수 있는 업종인지부터 확인해야

집재업종의 대표적인 품목은 의류, 전자제품, 화장품, 가구와 같은 소매상품들이다. 하지만 의정부 부대찌개, 충남 병천순대, 춘천 닭갈비, 강구 대게처럼 지역 특유의 전통음식으로 묶인 상권도 있다. 수원 팔달문 지동시장 근처에 있는 ‘통닭골목’, 대구 대명동에 20여 개 점포가 있는 막창골목, 신당동 떡볶이, 장충동 족발, 낙원동 아구찜, 연희동 중국음식 상권 등도 이에 해당한다.

여의도 KBS 주변에는 옷가게가 없다. 언뜻 ‘이곳은 연예인이 많고, 대부분 음식점이니까 옷가게 하나 내면 잘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옷을 사려는 사람은 여러 곳을 비교해 보고 사고 싶어 하지, 식당에 밥 먹으러 왔다가 옷가게가 하나 보인다고 해서 덜렁 들어가 사지 않는다. 옷가게는 집재업종이란 뜻이다. 그 외 업종은 산재업종으로 보면 된다.

종합하면 창업하려는 업종이 집재업종인지 산재업종인지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업종들과 나란히 입지를 정하는 것이 초보 창업자들에게는 좀 더 안전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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