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범죄, 국제공조 통해 반드시 잡는다”
  • 유지만·조해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1 14:00
  • 호수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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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종상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장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가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1년 전 1비트코인당 800만원대였던 시세는 3월25일 현재 6490만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포함한 제도권의 견제로 시세가 약간 하락했지만 ‘차세대 화폐’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반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기업 테슬라가 연말부터 비트코인으로 자사 차량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암호화폐는 범죄 현장에서도 유용한 거래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보안업체 에스투더블유랩(S2W LAB)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비트코인 거래량이 3배 증가하는 동안 ‘온라인 암시장’인 다크웹 페이지 수도 3배 증가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이 힘들다는 점이 온라인 범죄시장에서 ‘거래 수단’이 되기에 매력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수사기관에서도 디지털 범죄에 사용되는 암호화폐를 추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최종상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나날이 범죄 수법이 디지털화되며 진화하고 있지만, 수사기법도 그만큼 발전하고 있다”며 “범죄에 악용되는 암호화폐는 반드시 추적이 가능하며, 지금도 추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추적 기술은 어느 정도 구축돼 있나.

“경찰청은 자체 추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암호화폐 수사 기법을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취급 업소의 주소 식별 기술과 불법 자금의 원천인 암호화폐 실시간 추적에 관한 기술을 연구해 특허 출원했다. 또한 해외 수사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추적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추적 기법에 대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범죄 자금으로 암호화폐가 쓰였을 경우 이를 직접 몰수할 수 있나.

“암호화폐의 몰수는 관련 법령에 근거해 이뤄진다. 몰수 규정은 형법 외에도 다양한 특례법에 들어 있으며, 각 법률에 따라 몰수 대상물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건에 적용 가능한 몰수법을 고려해 집행한다. 암호화폐가 범죄 자금으로 활용됐다면 대부분 몰수 가능하다. 대법원에서도 암호화폐를 무형의 재산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 수사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국경을 초월하는 범죄가 많다는 점이다. 해외 수사기관의 공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수사에 비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인터폴과 유로폴 등을 통한 협력 채널이 구축돼 있고 최근에는 해외 기관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어 향후 더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킹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예방할 방법이 있나.

“특정금융정보법상 암호화폐 거래소는 기본적인 인증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또 암호화폐 관리도 엄격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중요한 정보가 저장되는 시스템의 물리적 분리와 네트워크 이상 행위를 감지하기 위한 상시 보안체계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침해 사고를 보면 기존의 공격 방법이 쓰인 경우가 많다. 공격자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공격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취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통의 회사에 비해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 ‘완벽한 보안’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입법은 무엇이라 보는지.

“특정금융정보법상 암호화폐 거래소도 ‘가상자산사업자’에 포함돼 일정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됐다. 하지만 아직 기존 금융회사만큼의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경우 금융회사의 피해 방지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제외돼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향후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중 ‘모네로’와 같은 ‘다크코인’은 거래 실명제 등을 통한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추적할 수 있나.

“‘다크코인’을 이용한 범죄의 경우 경찰청뿐 아니라 해외 수사기관에서도 다양한 추적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안에 다르면 사실상 다크코인의 거래를 제재하고 있어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퇴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간에는 다크코인이 추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수사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암호화폐 추적 프로그램으로 추적이 가능하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장외거래 시장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범죄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암호화폐를 법정 화폐로 교환하기 위해선 거래소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장외거래 상대의 정보를 알거나 장외거래가 진행된 사이트를 알면 수사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수사에 잘 협조하고 있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 또한 수사기관의 요청에 협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에서는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각국의 법률을 준수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에 우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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