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찌르려던 文대통령 ‘부동산 적폐’ 칼춤에 날아가는 與인사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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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부동산 ‘내로남불’에 체면 구긴 文대통령
적폐청산 프레임도 안 통하는 LH사태, 타개책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을 맞이했다. 세입자의 권익이 대폭 강하됐지만 이에 따른 전셋집의 품귀와 가격 상승으로 전월세 가격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정부의 공급 확대 등 뚜렷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1월24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잠실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여권이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에 발목 잡혔다.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조하던 찰나에 여권 인사들의 전세보증금 ‘꼼수’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문을 연 데 이어, 범여권 국회의원들로도 불똥이 번졌다. 신도시 투기 의혹을 채 진화하기도 전에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으로 재차 여론의 뭇매를 맞은 셈이다. 

결국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돌파구로 내세운 ‘부동산 적폐청산’ 구호가 여권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된 모양새다. 여권 내부에서 적폐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마저 빛바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 난항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 인사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대차 3법에 “부작용 없다, 안심하라”더니…전세대란 일조한 與

김 전 실장은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29일 본인 소유의 서울 강남 주택 전세금을 14%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1개월간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 전 실장마저 부동산 논란에 휩싸이면서 즉각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김 전 실장은 본인이 거주 중인 서울 금호동 집의 전세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세금을 인상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논란을 낳았다. 그가 14억원 이상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김 전 실장의 논란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 논란 하루 만에 전격 그를 경질했다. 

김상조 사태의 불똥은 국회로도 튀었다. 임대차 3법에 찬성표를 던진 범여권 의원들이 법 시행 직전 큰 폭으로 전세금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관련 논란으로 언론에 보도된 의원 14명 가운데 10명이 범여권 인사들이다. 가령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금을 9.3% 올렸고, 송기호 민주당 의원도 양천구 아파트를 26% 높여 받았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인 김홍걸 의원은 강남 아파트를 무려 61.5%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설수에 오른 의원들은 신규 계약이어서 시세에 맞춰 올린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임대차 3법은 통과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던 법이다. 임대차 3법을 시행할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급격히 올려 전세대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같은 우려를 무시한 채 176석을 동원해 통과를 밀어붙였다. 김 전 실장도 법 시행 이후 “정부가 노력하면 전월세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세금을 높여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마스크에 '부동산 부패청산'이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 연합뉴스

다급한 與, LH사태 검찰 직접수사 허용키로…지지율 반등 될까

부동산 적폐청산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으로선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을 경질한 29일 당일에도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국민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야단맞을 건 맞자”며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해당 회의의 모두발언을 생중계로 송출하고, ‘부동산 부패 청산’이란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칼날로 여권 인사들을 벤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여권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연일 고개를 숙이고, 신경전을 벌이던 검찰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기로 하면서다. 지금껏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LH 사태 수사를 경찰청 내 국가수사본부가 맡아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열어준 것이다. 적폐청산 프레임과 문 대통령의 사과에도 좀처럼 여론이 반전되지 않자, 이 같은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권의 고강도 투기 근절 메시지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일 긍정평가 최저치와 부정평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리얼미터(YTN의뢰, 22~26일 조사,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4.4%에 그쳤고 부정평가는 62.5%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은 만큼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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