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 벌어지는데 與는 ‘박빙’ 주장…진짜일까 허풍일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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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D-7, 박영선-오세훈 격차 23%포인트 벌어져
與野 모두 여론조사 ‘경계령’…‘동상이몽’ 속내는
29일 밤 열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TV 토론회에 참석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 연합뉴스
29일 밤 열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TV 토론회에 참석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 연합뉴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간 격차가 최대 ‘더블스코어’ 가깝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당은 선거 판세를 ‘박빙’으로 규정했고, 야당도 “안심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여론조사 맹신을 경계하고 있는 셈인데, 그 속내는 무엇일까.

두 후보 간 격차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를 하루 앞두고 31일 발표된 리얼미터(TBS‧YTN 의뢰, 29~3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39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조사에 따르면, 오 후보는 55.8%의 지지를 얻어 32%로 나타난 박 후보를 23.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같은 기관에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 당시 19.7%포인트 차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최대 30%포인트 가까이 차이나기도 했다. 30일 발표된 한길리서치(매일경제‧MBN 의뢰, 28~29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4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 조사에서는 오 후보는 60.1%, 박 후보는 32.5%를 기록해 27.6%의 차이를 보였다. 이외에도 두 후보 간 격차는 야권 단일화 후보 확정 이후 25일부터 발표되는 조사에서 모두 15%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상임선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포인트 격차에도 ‘박빙’이라는 민주당, 왜?

그런데도 민주당은 선거 판세를 ‘박빙’으로 규정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29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3%포인트 안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라며 “박 후보가 상당한 반등을 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오 후보의 내곡동 ‘셀프 측량’ 의혹과 관련한 거짓말 논란으로 판세를 반전시켰다는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읍소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선거 막판 지지층의 결집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허풍’이란 지적도 있다. 지지층에게 “실제 격차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며 당내 사기를 높이고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실체 없는 여론조사를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할 만큼 여당 의원들의 잇따른 발언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사거리에서 4·7 재보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거여역사거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도 여론조사 경계령…“뚜껑 까봐야 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덩달아 여론조사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통상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것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표심을 대표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선거 막판 오 후보가 거짓말 논란에 휘말리면서, 중도층의 투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오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표심이 달랐던 뼈아픈 경험을 두 차례나 겪은 바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정세균 당시 민주당 후보와 맞붙었을 때, 여론조사는 연일 10%포인트 넘게 우 후보 우위로 나타났으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 20%포인트 가량 여유 있게 앞서 있었으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불과 0.6%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7%포인트 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론조사기관 결과처럼 20%포인트 차 이상의 대승은 아니란 분석이다. 당 내부에선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저조할 경우 패배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가 “선거 판세 박빙이다. 투표해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 역시 실패를 가정해 방심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율 50%를 기점으로 여야의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통상 진보적 색채가 강한 2030 세대가 투표를 많이 했기 때문인데, 이번 선거에선 이들의 표심이 야권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표율이 높을수록 오 후보가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를 확보해 승리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력을 갖춘 민주당이 승기를 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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