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3세 편법 승계에 제동 건 소액주주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3.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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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저평가해 사조산업 가치 낮게 유지”
ⓒ시사저널 고성준
ⓒ시사저널 고성준

“오너 3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에 대한 편법 경영권 승계를 금지하라.”

사조산업소액주주연대(이하 주주연대)가 지난 26일 서울 용산 게이트웨이타워에서 진행된 사조산업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이처럼 밝혔다. 주주연대는 지난 5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와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사조산업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주주 권익을 훼손할 수 있는 오너 일가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사조산업과 자회사 부동산 가치 6조원 추산

주주연대는 이날 주총에서 사조산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조산업 주가가 높아질수록 주 부사장의 경영권 지분 확보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승계가 마무리될 때까지 낮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주주연대는 사조산업한 부동산의 실제 가치가 6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사조산업의 시가총액이 2000억원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연대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사조산업의 자회사(92%)인 캐슬렉스서울이 보유한 부동산을 들었다.

주주연대는 최근 주택공급난 해소 방안으로 ‘수도권 골프장 신도시 건설’이 제안되는 등 캐슬렉스서울의 택지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캐슬렉스서울이 택지로 개발될 경우 부동산 가치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캐슬렉스서울 부지 56만 평(184만㎡) 중 2400평이 위례신도시 택지개발로 160억원에 수용된 점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2019년 감사보고서상 캐슬렉스서울의 유형자산 장부가액은 약 960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증권가에서도 주주연대와 비슷한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한 연구원은 2018년 “사조산업의 부동산 가치가 시가총액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처럼 풍부한 자산가치를 감안할 때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충청북도 청원의 30만 평 부지와 제주도 제2공항 부근 부지 1만4000평, 캐슬렉스서울의 경기도 하남시 골프장 및 부지 등의 자산 재평가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캐슬렉스서울 흡수합병안도 승계 일환”

주주연대는 이런 맥락에서 사조산업이 지난해 12월 밝힌 캐슬렉스서울의 캐슬렉스제주를 흡수합병안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판단했다. 흡수합병이 완료되면 주 부사장에게 막대한 이익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캐슬렉스제주는 현재 주 부사장이 최대주주(45.5%)인 사조시스템즈가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주 부사장은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후 캐슬렉스서울의 부동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면 주 부사장은 보유 지분 가치는 크게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이 흡수합병안은 결국 무산됐다. 주주연대의 반발로 인해서다. 이들은 자본잠식 상태인 캐슬렉스의 손실을 사조산업에 떠넘기고, 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보유한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주 부사장이 챙긴다는 이유로 흡수합병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 때문에 사조산업은 지난 8일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 결정 철회를 공시했다.

 

“일감 몰아주기 막히자 새로운 편법 동원”

주주연대는 사조산업이 흡수합병안을 발표한 배경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연관 짓고 있다. 규제 강화로 내부거래를 통한 승계작업에 제동이 걸리자 다른 방식으로 승계 재원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주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작업 대부분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뤄졌다.

주 부사장 승계작업의 핵심사는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였다. 주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이들 계열사는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다. 실제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의 매년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50~90%대와 50~70%대에 달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그룹 지주사격인 사조산업 지분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주 부사장이 직·간접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율은 31.62%까지 늘었다.

동시에 주 부사장은 사조시스템즈에 지배력도 강화했다. 2015년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사조시스템즈에 흡수·합병시키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주 부사장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율은 30.8%에서 39.7%까지 늘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 이양이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다. 주 부사장은 부친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보유한 사조산업(14.24%)과 사조시스템즈(17.9%)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사조산업이 흡수합병안을 내놨다는 것이 주주연대의 판단이다.

한편, 주주연대는 이날 주총에서 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등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주주가 약 56%의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어 의안을 부결시키진 못했다. 주주연대는 향후 임시주총을 소집해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등 경영 참여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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