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주요 후보들 공약 봤더니…與도 野도 ‘장밋빛 전망’만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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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후보자 공약 현실성 떨어져” 혹평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4·7 보궐선거에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면서 정책 대결은 사실상 실종됐다. 거칠어진 막말 공세 속에 정작 가장 중요한 공약과 비전은 멀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후보들의 정책이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 임기 ‘1년 3개월’ 동안 실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약 재탕 혹은 급조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흑색선전에 감정 섞인 막말은 물론 고소·고발도 범람하는 모습이다. 상대 후보의 공약을 따져보고, 내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 점검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토론회나 선거 유세는 국민한테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지만 그마저도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는 양상이다. 

당장 2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지만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냈는지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유권자들은 직접 후보의 공약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들의 ‘5대 공약’을 공개했다. 선관위 ‘정책·공약 알리미’ 사이트에서 후보의 공약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5대 공약ⓒ시사저널 양선영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 선거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5대 공약 핵심 키워드는 ‘대전환’이다. 1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박 후보는 △도시 공간과 경제 대전환 △주거와 일자리·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전환 △기후와 환경·교통 대전환 △돌봄과 교육·의료와 복지 대전환 △문화예술과 생활안전 대전환 등을 5대 공약으로 제시했다.

평당 1000만원의 ‘반값’ 공공주택 30만호 공급과 시·국유지 재건축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후보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은 ‘21분 도시’다. 21분 안에 주거·직장·여가·보육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여러 곳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인당 10만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을 서울디지털화폐로 지급하고, 혁신 중소기업을 위한 1조원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경제로 ‘대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5대 공약은 ‘스피드’에 방점을 찍었다. 오 후보는 △스피드 주택공급 △스피드 교통 △균형 발전 서울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 본부 설치 △청춘이 밥 먹여준다!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용적률 완화 등으로 신속하게 규제를 없애 재개발·재건축을 정상화하고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10년 이상 공사가 끝나지 않고 있는 월드컵대교 건설과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도 취임 후 1년 내 완료하겠다며 교통 공약에서도 ‘스피드’를 강조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여·야 후보들 공약…“현실성 떨어져”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공약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5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집 걱정 없는 서울 만들기 선거네트워크’(서울넷)는 30일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와 오 후보의 공약에 대해 “두 후보 모두 경쟁적으로 대량의 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인구가 과밀하게 집중된 서울시에서 5년 이내에 수십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두 후보 모두 과도한 주택 개발 공약으로 서울시 전역이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가 내놓은 서울시장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전망’으로만 가득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에게 보낸 질의서 회신 내용에 따르면, 두 후보가 1년 3개월의 임기 동안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원 조달 방법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는 공약 실현을 위한 재정 조달을 지난해 남은 순세계잉여금과 예산 조정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한 사업은 2022년도 예산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올해 12월 국회와 서울시의회 예산 심의를 통과해야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5대 공약 ⓒ시사저널 양선영

‘퍼주기 인프라’ 남발 혹평

부산시장에 출마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부산시장 선거 공약은 가덕도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도시 경제 활성화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후보와 박 후보는 모두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약속했다. 정부도 지난 30일 김해 신공항 확장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공항 건설을 고려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법은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탓에 항공 수요가 2025~2027년쯤은 돼야 회복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두 후보는 이런 점을 고려한 현실적 고민과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가 설치하겠다는 신공항·부산신항만·철도를 연계하는 ‘트라이포트(김 후보 공약)’와 가덕도와 해운대를 잇는 최고 시속 300㎞의 ‘어반루프’(박 후보 공약) 역시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세밀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두 후보는 지키지 못할 약속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두 후보의 핵심 공약 및 추정예산은 약 9조51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두 후보가 제출한 공약가계부에 대해 “시민은 1년3개월짜리 고용계약을 원하는데 5년짜리 청구서를 내밀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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