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읍소 전략 통할까…과거 미래통합당 ‘데자뷔’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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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연일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하고 읍소…반전 만들까

4‧7 보궐선거와 지난해 4‧15 총선의 공수가 정확히 뒤바뀌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위기를 느낀 여권은 연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읍소 전략은 지난해 4‧15 총선 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모습에서도 관측됐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자당 의원들의 막말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반성 전략에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해 4월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당 소속 후보들의 '막말' 논란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왼쪽)과 1년 뒤인 4월1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 시사저널
지난해 4월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당 소속 후보들의 '막말' 논란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왼쪽)과 1년 뒤인 4월1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 ⓒ 시사저널

“통합당 읍소작전은 추태”라던 與…지지세 밀리자 “도와 달라” 호소

민주당 지도부는 이틀 연속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31일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1일)에는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이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부산과 서울 모두에서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선거 막판 숨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도와 달라”거나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등의 표현을 가감 없이 사용했다. 이 위원장은 “잘못을 모두 드러내면서 그것을 뿌리 뽑아 개혁할 수 있는 정당은 외람되지만 민주당이라고 저희들은 감히 말씀드린다”며 “저희들의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저희들의 혁신노력마저 버리지는 말아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행도 금기어로 여겨졌던 ‘내로남불’까지 언급하며 “집값 폭등과 부동산 불패 신화 앞에 개혁은 무기력했다. 민주당이 책임지고 부동산 안정과 주택공급을 결자해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4·15 총선 선거유세 마지막 날인 14일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지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큰절을 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지난해 4·15 총선 선거유세 마지막 날인 14일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지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큰절을 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여당의 이러한 전략은 지난 총선 막판 통합당이 집어 들었던 카드와 비슷하다. 당시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1대 총선을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에서 나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죽을 각오로 뛰는 저희 후보들을 부디 도와주길 바란다”며 신발을 벗고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김종인 당시 총괄선대위원장 역시 자당 의원들의 잇따른 막말 논란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아직 모자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분골쇄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민심이탈이 가속화자, 네거티브에서 읍소로 선거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다만 결과는 범여권에 180석을 내어주는 참패로 기록됐다.

당시 민주당의 수장이었던 이해찬 대표는 통합당의 대국민 호소에 대해 ‘추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일주일 전만 해도 자기들이 과반수 넘는 당이 된다고 큰소리를 치다가 이제는 무릎 꿇는 읍소 작전으로 들어갔다”며 “정치가 이렇게 추태를 보여선 안 된다. 지더라도 당당히 지라”고 일갈했다. 1년 만에 여야의 처지가 정확히 뒤바뀐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양천구 목동오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점퍼에 '더불어민주당' 표시가 빠졌다. ⓒ 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 양천구 목동오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점퍼에 '더불어민주당' 표시가 빠졌다. ⓒ 연합뉴스

박영선 발목 잡는 X맨들…급한 대로 민주당‧文대통령 지우기?

여기에 캠프 측에선 정부‧여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당명이 적히지 않은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서는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급 횟수를 크게 줄이면서다. 박 후보는 TV토론회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자, 선거 초반 내세웠던 ‘문재인 마케팅’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H사태가 진화되기도 전에 여권 내부에서 전‧월세 보증금 인상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박 후보의 발목을 잡게 됐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통과 직전 전세 보증금을 14% 인상해 경질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시기 임대료를 9% 높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부동산 논란에 휘말리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소속 후보들의 '막말' 논란에 사과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해 4월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소속 후보들의 '막말' 논란에 사과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이러한 모습마저도 지난해 통합당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당 의원 개개인의 일탈 때문에 선거 판세 자체가 뒤흔들렸던 때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통합당 참패의 가장 직접적 원인이 ‘막말 논란’이라는 것에는 정치권 분석이 대체로 일치한다. 황 전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이나 김대호 후보의 3040 비하,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이들을 두고 ‘통합당의 X맨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극우’ 이미지를 지우려던 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은 변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급기야 통합당은 막말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판세를 바꾸진 못했다. 민주당의 읍소 전략에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한편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 실시된 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7.5%가 오 후보를, 36.0%가 박 후보를 꼽았다. 격차는 21.5%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밖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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