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非 IT·관광…“개고생 3박자 갖춘 스타트업도 살아있어요”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1.04.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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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멈춘 뒤 위기 탈출 고군분투 중인 원준호 ‘커무브’ 대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내놓은 방구석 좀비런 키트는 목표 금액의 1229%(2458만원)를 달성하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 텀블벅 홈페이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선보인 ‘방구석 좀비런 키트’는 목표 금액의 1229%(약 2458만원)를 달성하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 텀블벅 홈페이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택트(un+contact·비대면)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되어버렸다. 자연스레 적응하는 이도, 소외되는 이도 생겨났다. 기업들은 더욱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는 산업 전반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눴다. 웬만한 대기업들이야 카운터펀치를 맞고도 특유의 강한 맷집으로 다시 일어섰지만, 중견·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중엔 그로기 상태에 빠진 곳이 많다. 특히 언택트, IT 등과 관계없는 스타트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문화콘텐츠 스타트업 ‘커무브’는 여기에 관광이란 약점을 하나 더 추가했다. 커무브는 2013년 7월 설립 후 체험형 이벤트인 ‘좀비런’을 기획·운영해왔다. 이색 달리기 축제인 좀비런은 그간 서울을 비롯한 전국 8개 도시에서 펼쳐졌고 누적 참여 고객이 10만명을 넘어선다. 그러나 잘 나가던 좀비런도 코로나19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원준호 커무브 대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좀비런 (대면 콘텐츠) 하나만 들고 있던 우리 회사는 정말 죽다 살았다”며 “고향이 부산인데, 주변 지인들에게 ‘괜히 서울에 올라와 사서 고생하고 있다’는 하소연을 밥 먹듯이 했다”고 고백했다. 

앞서 커무브에 닥쳤던 가장 큰 시련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였다. 대규모 좀비런 행사 개최 10일 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좀비런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커무브는 졸지에 수억원대의 빚을 졌으나, 몇 달 뒤 다른 곳에서 행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지금은 행사를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으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원준호 ‘커무브’ 대표 ⓒ 커무브 제공
원준호 ‘커무브’ 대표 ⓒ 커무브 제공

실의에 빠져 있던 원 대표는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내에 위치한 회사에서 살아날 방법을 모색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원 대표는 “문득 생각난 게 ‘본질’”이라며 "사람들을 건강하고 즐겁게 해주는 게 내가 추구하는 업(業)이었으니, 장소가 꼭 축제 현장이 아니라 방구석이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섰다“고 회상했다. 그는 직원들과 행사 준비할 때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비대면 프로젝트를 고안해냈다. 지난 2월 출시한 스릴러 추리 보드게임 ‘방구석 좀비런 키트’가 결과물이다. 이 키트는 보드게임을 집으로 배송 받아, 인스타그램과 웹에 접속해 추리 게임을 해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선보인 방구석 좀비런 키트는 목표 금액의 1229%(약 2458만원)를 달성하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원 대표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것저것 시도해 보니까 죽진 않더라”며 “우리 외에도 많은 문화콘텐츠·관광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구 노력과 코로나19 사태 완화가 더해져 얼른 비상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관광 분야의 혁신적인 사업 소재 발굴이나 창업을 지원하고, 관광 산업의 비대면·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97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12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아울러 민간 투자유치 연계를 통한 관광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별로 5000만원을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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