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여유분 없다는데…‘백신 스와프’ 가능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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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한국 키트·마스크 지원 언급하며 ‘동맹 연대’ 강조
미국 측 “물량 충분치 않다”는 입장…난관 예상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4월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4월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은 정말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여유가 생긴 걸까.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백신 스와프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백신 스와프가 체결되려면 미국 내 백신 공급·유통에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로선 이를 뒷받침 할 만한 신호가 없는 상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미국으로부터 백신 여유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인정했다. 

 

"국내 사정도 어렵다" 난색 표한 美

21일 정 장관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 추진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미 측에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이 작년에 우리가 보여줬던 연대 정신에 입각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백신에서의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진단키트나 마스크 등을 지원해 준 사실을 언급하며 '동맹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백신 스와프 요청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미국이) 집단면역을 이루기 위한 자국 백신 비축분이 여유가 없고 국내 사정이 아직도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저희한테(한국 정부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까지 집단면역 달성을 목표로 한 미국이 자국 내 물량이 완벽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스와프 추진 과정에도 상당한 난관이 뒤따를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성인의 절반 이상인 1억3000만 명이 1회라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았고, 3분의1은 2회 접종까지 마쳤다. 지난해 백신 스와프에 부정적인 입장이던 정부가 이번에 백신 스와프를 추진하는 것도 미국 내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달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미 백신 스와프 가능성에 기대감이 더 커졌다. 

한국 정부도 이같은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미국은 7∼8월에 물량을 많이 주문한 게 있고 우리나라는 10월께 들어오는 게 있다고 하면 미국의 7∼8월분을 우리가 먼저 받고 그다음에 들어오는 것으로 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병ⓒ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병 ⓒ연합뉴스

'백신 물량 전쟁' 속 한국 요청 응할까

그러나 세계 각국으로부터 백신 스와프나 공급 요청을 받고 있는 미국이 과연 한국에 지원사격을 할 것인지, 한다 해도 충분한 물량과 빠른 시일 내 공급이 가능할 지 등은 여전한 숙제다. 일단 정 장관은 "미국과 진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이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백신 대 백신'이 아니더라도 한국 업체들이 개발한 최소 잔여형(Low Dead Space·LDS) 주사기 등 다른 의료물품과 백신을 교환하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쿼드 참여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증설 등' 정치·경제적 대안이 백신 스와프 체결 조건으로 언급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양국 간 협력은 외교 분야에서의 논의와는 별개"라며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는 한·미동맹 강화나 또는 북한 비핵화 문제, 미·중 갈등에서 우리의 입장이라든지 이런 것들과 백신 분야에서 협력은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스와프라는 개념보다는 서로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방안, 그런 차원에서 미측과 협의하고 있는 점을 다시 말한다"며 "미국과 협력할 분야는 백신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게 많이 있어서 여러가지 미측과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적 이슈도 교환 대상에서 배제되느냐'는 질문에 "교환의 대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반도체 분야나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 기업이 능력 있는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라든지 여러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협력은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나서서 미측과 협의의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민간기업들의 이런 분야에서 협력 확대가 미국 조야로부터 한국이 백신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도움을 줘야겠다는 여론 형성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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