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사감으로 대의 그르쳐선 안 돼…목표는 오직 정권교체”
  • 감명국·이원석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6 12: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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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인 향해 비판 쏟아내는 또 다른 ‘킹메이커’ 김무성
“윤석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야”

그는 ‘무대’로 불린다. ‘김무성 대장’의 줄임말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웠던 탓일까. 보스 기질이 차고 넘친다. 그는 일찌감치 ‘친박(親박근혜)’의 좌장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이(親이명박)-친박 대전’은 본선보다 더 치열하고 격렬했다. 숫자와 자금력에서 친이에게 절대적으로 밀렸던 친박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무대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박근혜 후보를 대신해 조직을 이끌었다. 2007년 경선에선 분루를 삼켰지만, 2012년 대선에서 기어이 박 후보를 청와대에 입성시켰다. 당시 박근혜 캠프를 주도했던 두 ‘킹메이커’가 바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결별한다. 2016년 김종인 전 위원장은 아예 상대 진영인 민주당으로 옮겨 비대위 대표가 됐고, ‘무대’는 박근혜 정부 집권여당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에 올랐지만 총선 공천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면충돌한다. 김무성 전 대표는 당시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후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김 전 대표는 ‘박근혜 탄핵’을 주도하게 된다.

이후 2017년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2020년 총선에도 불출마하며 여의도와 거리를 둔 김 전 대표는 다리 건너 마포에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사무실을 만들었다. 현재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지만, 보수정당의 중심에서 외곽으로 스스로 자리매김을 했다. 보통 외곽에 있다고 하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지만 김 전 대표는 여전히 야권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만든 마포포럼은 1년 만에 정치권의 주요 무대로 자리 잡았다. 숱한 정치인이 여의도에 가기 전 마포를 들르는 게 하나의 코스가 됐다.

국민의힘이 예상외의 압승을 거둔 이번 4·7 재보선에서도 마포(김무성)와 여의도(김종인)의 물밑 힘겨루기는 사뭇 치열했다. 김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계속 뒤에서 소통하며 당 외곽에서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조율에 힘썼다. 김 전 대표는 “무조건 단일화해야 한다. 단일화가 없으면 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 전 위원장과 정면충돌한다. 김 전 위원장은 “3자 구도로 가도 우리가 이긴다. 단일화를 하려면 우리 당으로 들어오라”며 안 대표를 압박했다.

재보선 후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뒤에서 안철수와 작당을 했다”며 국민의힘과 김 전 대표 등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 김 전 위원장을 향해 김 전 대표도 “공적인 일에 사감만 앞세운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두 고수(高手) 간 주도권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 한편에 선 김무성 전 대표를 4월21일 마포포럼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재보선 이후 떠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최근 당을 연이어 비판하고 있다.

“솔직히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 그분이 하는 행동이 정상이 아니다. 똑같이 대응하면 똑같은 사람이 된다. 사실은 내가 김 전 위원장의 최대 후원세력이었다. 지난해 4월 총선 참패 이후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올 때 당내 반대가 많았지만, 내가 나서서 설득했다. 그분을 모셔와서 우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할 수 있는 기간도 넉넉히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당내 변화는 많지 않았나.

“나도 지지했다. 당내 비판이 많았던 5·18 광주민주화묘지에 가서 무릎 꿇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잘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토는 조금 달았다. 당내에서 충분히 회의하고 설득해 의원들과 함께 가고 함께 사과하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것이다. 심지어 당 호남대책특별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이 광주민주화묘지에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도 거부하고 혼자 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후원했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설득했다.”

언제부터 비판적으로 생각이 바뀐 건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사감(私感)으로 대하는 걸 모두 다 보지 않았나. 처음엔 승산 없는 선거였다. 그런데 다른 당의 대권주자였던 안 대표가 서울시장 주자로 내려오면서 불을 지폈고, 야권 후보 단일화에 임하며 희망이 생긴 거다. 이건 헌신이다. 안 대표가 스스로 당선은 못 되더라도 우리 당 후보를 떨어뜨릴 힘은 갖고 있다. 그런 사람이 야권 승리를 위해 무조건 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우리 전 당원이 고마움을 표하고 잘했다고 해야 할 판에, 비대위원장이 선두에 나서서 안 대표를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 과정에서 진통이 컸다. 그때 기자회견도 했는데.

“김 전 위원장이 계속 (단일화를) 방해하니까 손 떼라고 한 것이다. 계속 합의가 안 됐고 예정된 날짜를 지나니 어떻게 보면 안 대표 입장에선 도망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거였다. 그때가 위기였다. 내가 안 대표를 다시 설득했다. 안 대표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게, 경선 날짜가 늦어질수록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알고서도 끝까지 단일화에 임한 거다. 결과에도 깨끗하게 승복했다. 그런데도 (김 전 위원장은) 계속 공격하지 않았나. 심지어 선거 돕는 것 가지고도 잿밥 때문이라고? 안 대표는 (국민의힘이) 다 도와 달라고 해서 간 거다.”

김 전 위원장이 왜 그렇게 안 대표에게 적대적이었고 보나.

“나도 알 수가 없다. 개인적인 감정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공적인 일에 사감을 적용시켜서야 되나.”

김 전 위원장의 뚝심이 국민의힘 후보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 속에서도, 김 전 대표 또한 이번 선거의 숨은 공신이란 평가가 나오더라.

“나는 안 대표를 설득하면서 끝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려 했고, 또 성사됐다. 그것으로 된 것이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단일화를 방해한 사람인데도 오세훈 시장 당선의 과실은 본인이 다 따먹었다. 물론 박수 칠 때 당을 떠난 건 잘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나가자마자… 하루도 안 참고 문제의 발언을 쏟아내니 당에서 좋게 볼 사람이 누가 있겠나.”

지난해 총선의 화두도 문재인 정부 개혁 정책 지지 여부였고, 올해 재보선 이슈 역시 정권 심판이었다. 정작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존재감은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맞다. 이번 선거도 우리가 잘나서 이긴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껏 쭉 경험해 보니 선거라는 게 다 그렇더라. 승리 요인의 3분의 2는 자기가 잘나서 된 게 아니라, 상대가 잘못해서 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가 만들어줬나.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준 거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 분노가 내년 대선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 아닐까. 

“그래도 (분노)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고 본다. 권력에 취하면 다들 헤어나오지 못한다. 5년에 한 번씩 똑같이 반복되는 이야기인데도 말이다. 국민은 ‘이 정부는 다르겠지’ 했지만 똑같은 거다. 부동산·탈원전·백신 등 문제가 많이 있는데, 그렇다고 이 정부가 갑자기 정책 전환을 할 것 같나. 절대 아니다.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기느냐. 여당의 대권주자 1위는 정부와 차별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건 공식이다. (여권 대선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런 성향이 다분한 사람이다. 점점 골이 깊어지고 분열될 거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이 나가자마자 강성 극우 ‘도로 태극기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다. 태극기부대가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중도로 슬슬 바뀌고 있다. 토요일마다 이곳에서 태극기부대가 포함된 여러 단체와 대화한다. 그들도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면 박근혜 탄핵 등을 다 이해한다. 결국엔 함께해야 한다. 애국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현재 야권 대선후보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금태섭 전 의원은 제3정당 창당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3지대가 생기고 거기에 유력 대권주자가 있으면 국민의힘에서도 그쪽으로 움직여 갈 사람들이 있긴 할 거다. 근데 그게 몇 명이나 되겠나. 또 선거는 자금과 조직인데 그런 현실적 문제도 크다.”

중도층에 강점을 둔 제3정당이 자생하다 최종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게 필승전략이란 주장도 있는 듯하다. 

“정치판에선 서로 경쟁하다 보면 자기가 서로 옳다는 주장부터 하게 된다. 거기서 감정이 안 생기겠나. 그렇게 서로 싸우다가 나중에 단일화한다? 시작부터 망하는 거다. 통합하면 어느 한쪽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야권이 갈리면 감정이 생기고 표도 나뉘고 결국 민주당 정권 된다.”

윤 전 총장도 결국 국민의힘에 들어와야 한다고 보나.

“당연하다. 안 들어오면 희망이 없다. ‘안철수 현상’도 있었고, 또 지금 ‘윤석열 현상’도 있다. 현상이다. 지금은 최고조지만 아직 국민은 그 실체를 다 모른다. 지금은 이미지가 과잉인 상황이다. 막상 정치 현장이 쉽지 않다. 발 삐끗 잘못 디디면 추락이다.”

윤 전 총장 개인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예사롭지 않은 리더십인 건 분명하다. 현재 여기저기서 접촉해도 응하지 않고 잘 나서지도 않고 있는데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대선 수업을) 잘한다면 잘될 수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아직은 모른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따로 윤 전 총장과 접촉하진 않았나.

“연락한 적 없다. 설령 내가 만날 의향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만나선 안 된다. 그도 지쳐 있는 상태일 거다. 또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자문해야 하는 시간이다. 평생 검사를 했으니 국정 전반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당 전당대회 전엔 나오면 안 된다. 곰이 동굴에서 마늘 먹는 시간이 지금이다.”

앞으로의 목표와 역할은 무엇인가.

“당연히 정권교체다. 다만 이곳 마포포럼은 2선에서 일한다. 그 선은 절대 넘지 않을 거다. 가장 중요한 건 단일화다. 이번 재보선 때도 그랬고, 그게 내 역할이다. 언젠가 윤 전 총장을 만나서 설득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책임은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

김 전 대표도 한때 유력 대선주자였는데, 직접 출마 가능성도 있을까?

“사람이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하고 설 자리와 서지 않을 자리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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