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믿고 청와대의 백신 정책 따르란 말인가 [쓴소리 곧은 소리]
  •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4 10:00
  • 호수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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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두 여성 고위직 인사
‘달빛 소나타’ 바친 박경미 대변인이 직언할 수 있을지 의구심

최근 단행된 청와대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 장관 비율의 확대, 고위직에 여성 진출 확대 등 국정과제에서 밝힌 약속이  잘 지켜졌다. 그중에서도 두 명이 특히 눈에 띄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기모란 방역기획관이다. 그런데 뒷맛이 씁쓸하다. 왜 그럴까. 

우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수학교육 전문가로 2016년 민주당 비례대표 1번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는 2019년 11월, ‘Moon Light가 문 대통령의 성정을 닯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 바치는 곡,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직접 연주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것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서초을 지역에 공천받고 낙선한 뒤엔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현 상황 및 코로나 이후의 교육정책 수립과 기획, 실행을 위해 교육 전문가인 박경미 전 의원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력 중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문재인 월광 소나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이른바 ‘문빠’적 충성심에 예술적 수준의 아첨 기술을 가졌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에게 직언이나 쓴소리를 하기는 애초부터 어려워 보인다. 

다음으로, 기모란 방역기획관은 방역 전문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 매체에 출연해 방역과 관련한 발언을 한 바 있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백신 확보와 수급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최근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논란적 인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을 잠깐 그려보자. 우리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 두기 2단계, 2.5단계를 반복한다. 아이들 등교 시간도 제각각이다. 벌어진 교육 격차 해소는 갈 길이 멀다. OECD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약속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이른바 K방역에 밀려 우왕좌왕한 지 오래다. 이러한 모습으로 우리 국민이 2022년을 맞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한가로이 가족들과 삼삼오오 여유를 즐기는 이스라엘의 풍경을 보면서 스쳐가던 생각들이다.  

4월16일 인사를 통해 청와대에 나란히 입성한 기모란 방역기획관(왼쪽 사진)과 박경미 대변인ⓒ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4월16일 인사를 통해 청와대에 나란히 입성한 기모란 방역기획관(왼쪽 사진)과 박경미 대변인ⓒ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기모란, 백신에 대해 일관되고 편향되게 소극적

코로나19 발생이 1년도 훌쩍 넘은 지금, 잦은 거리 두기 조정으로 아직도 정상적으로 학교조차 못 가는 아이들, 음식점과 커피숍, 운동시설 등 어디든 들어갈 때마다 꼬박꼬박 QR코드를 찍는 착한 시민들, 그나마 문을 열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K방역의 성공이라는 자화자찬을 지금 이 시점에도 너나 할 것 없이 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청와대 방역기획관이라는 자리를 지금 시점에야 부랴부랴 만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백신 도입에 대해 일관되게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기모란 교수를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을 보면 이름 모를 K방역이라는 자화자찬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보통의 우리 국민이라면 언론에서 들리는 전문가의 발언을 대부분 신뢰하고 행동 양식을 판단한다. 전문가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하기에 누구나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른 나라들이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락다운했던 회사들의 완전 개방 시기를 9~10월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기모란 교수는 방역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우리나라는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 확보는)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다가 백신이 급하지 않다던 우리나라만 여전히 마스크를 못 벗고 하염없이 백신을 기다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전문가인 그의 말을 신뢰했더랬다. 그는 또한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에 출연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를 비교하며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백신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가 생산한 mRNA 방식의 백신은 인체에 처음 시도하는 거라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 개인의 의견은 존중한다. 각자 나름대로 전문가로서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정부의 의견을 꾸준히 옹호해 온 특정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출연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 ‘백신 승인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영향력이 발휘되었을 것’이라는 김어준의 발언에 동의한 것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관되게 편향된 사고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라는 의견에 대해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정부를 대변한 기모란 교수의 판단은 올해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는 3월29일과 4월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또다시 출연해 “(백신) 수급에 문제 없다” “우리는 국내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생산시설에서 물량을 받기 때문에 해외처럼 (2분기 접종) 불확실성이 크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이랬던 그가 백신 물량을 확보해 접종 준비가 모두 끝났다던 정부의 입장을 더욱 직접적으로 옹호하러 이제 청와대까지 들어간 것이다.

K방역을 자화자찬하던 우리는 백신 접종 순위 상위권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와 함께 선진국이라고 불렸던 다른 나라들은 속속들이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중이다. 방역기획관이 아닌 백신기획관이 진작에 필요했을 청와대로 지금 이 시점에 들어간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백신 조기 도입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인사가 만사라는 기본으로 돌아가길

재난지원금으로 전 국민을 보듬었던 그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한데 합쳐 백신 개발에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월광 소나타를 듣고 감탄하기 전에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언론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이른바 ‘제너럴리스트 전문가’ 가 대통령의 입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자꾸 상상해 본다. 어느 특정 전문가만을 신뢰한 정부의 판단을 믿고 방역수칙 지키며 얌전히 기다린 국민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인사가 만사다. 불변의 진리다. 청와대의 각 자리는 실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을 위한 사명감으로 객관적으로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 입맛에 따라, 때로는 감정에 따라 국민을 한배에 태운 채 끝이 안 보이는 망망대해를 정처 없이 항해하기에는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녹록지 않다. 기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기본 상식’에 대한 공감대가 그립다. Back to the 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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