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법조인들이 IT·스타트업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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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형에서 ‘실전’형으로 바뀐 율사 출신 CEO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앞 배달노동자들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앞 배달노동자들이 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 스타트업들이 법조인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기업들이 판·검사 출신을 전관 등의 목적으로 영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실질적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한 ‘알짜’ 법조인 영입에 공들이는 추세다. 정보기술(IT)·스타트업계에 법조인 출신 경영자의 존재감이 점점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하 배민)이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법조인 경영자다. 판사 출신으로 LG그룹 법무팀 부사장으로 일하다 2009~2017년까지 네이버 부회장을 지냈다.

최근 김 부회장뿐만 아니라 여러 법조인 출신들이 스타트업과 IT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강한승 쿠팡 총괄 대표이사가 대표적인 예다. 판사 출신인 강 대표는 지난해 10월 쿠팡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쿠팡 뉴욕 증시 상장의 주역으로 꼽히는 가운데 쿠팡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배구조·공정거래·대관·노동 이슈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쿠팡의 실세 경영인으로 발돋음했다.

이외 배민은 지난해 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소속이던 함윤식 변호사를 고객중심경영부문장(부사장급)으로 영입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는 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를 지냈던 강성 변호사가 수석 부사장으로 있다. 엔씨소프트 정진수 수석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도 김앤장 출신 변호사다.

이처럼 국내 IT·스타트업계에선 법조인 출신 경영자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과거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기 대형로펌에 법률 자문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법률·대관 전문성이 있는 법조인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업계 안팎에선 당분간 법조인 영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스타트업이 발굴한 새로운 산업군에 대해 정부가 규제 카드를 꺼내들 때 법조계 출신 경영인의 역할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규제가 사업 자체의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라도 관리자급 법조인 영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스타트업계는 경영인에게 각종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이런 흐름 속에 법조인 뿐만 아니라 각종 정부 부처, 국회 보좌관 출신들이 스타트업에 자리해 대관·법무·홍보·사회공헌·고객관리 등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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