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차기 총장 후보군 포함…靑·檢 충돌 불씨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4.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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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 지검장 포함된 명단 총장 추천위에 전달
수사심의위 시기에 촉각…정국 새 뇌관 가능성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4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은 전날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4월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차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은 전날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 연합뉴스

'기소 갈림길'에 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명단에 포함됐다. 새 검찰 수장의 유력 후보인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면서 검찰 내부 충돌도 불가피해졌다. 청와대의 인선 작업도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와 결과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청와대와 검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사심의위 '시기'에 쏠리는 시선

이 지검장이 수사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수사심의위 소집이 확정되면서 시선은 '시기'에 쏠린다. 오는 29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어 수사심의위 소집 시기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지검장의 수사·기소 여부를 판단한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에 착수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소집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사심의위는 통상 소집 결정 뒤 2주 가량이 지나 개최됐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빠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지검장이 유력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는 점도 검찰이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다. 법무부는 이날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10여 명에 대한 심사 자료를 추천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이 명단에는 이 지검장과 구본선 광주고검장,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수사심의위가 총장후보추천위 전에 열리지 못한 채 이 지검장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면, 검찰 수사팀 입장에서는 이 지검장 기소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검찰총장 후보가 된 이 지검장을 기소하면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 인사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총장후보추천위 전 수사심의위를 개최하면 심의 결과에 상관없이 기소 여부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검찰이 이 지검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맞불을 놓으며 직접 소집을 신청하고 대검이 빠른 결정을 내린 점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검찰총장후보추천위 전 수사심의위 소집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 지검장이 검찰 수사 절차와 수사내용 유출 등에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한 만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내세워 충분한 시간 확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인선을 염두에 두고 시간벌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검찰이 시급히 수사심의위 소집을 한다해도 이 지검장이 이에 반발한다면 결국 총장후보추천위 이후로 열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4월2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공소제기·수사 여부 등을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 연합뉴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4월2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공소제기·수사 여부 등을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 연합뉴스

이성윤, 청와대와 검찰 '갈등 불씨'로 작용하나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결국 청와대를 향하는 만큼 양측의 충돌이 또 다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검찰이 이 지검장 혐의입증에 자신감을 표하는 만큼, 구속력 없는 수사심의위 권고 결과에 상관없이 기소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셈법도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 후보군에 올릴 경우 사상 초유의 '피의자 후보'를 선정했다는 부담을 져야 해서다.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야권과 여론의 강도높은 비판이 이어질 경우 레임덕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짊어져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후보추천위가 올린 최종 후보군에서 어떤 결정을 할 지에 따라 청와대와 검찰,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추천위가 선정한 3인 이상의 후보 가운데 1명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해야 한다. 박 장관은 최근 공개적 발언을 통해 차기 총장 인선에 대한 '내심'을 드러냈다가 곤혹을 치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월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월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장관은 26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최근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유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도 "정치검찰의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면서 정부·여당과 검찰개혁 보조를 맞춰 온 인물을 차기 총장으로 선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당은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과연 박 장관이 법조인이 맞는지조차 의문"이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신 못 차리고 이성윤 검찰총장을 만들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은 완전히 대통령과 민주당을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대표 대행은 이 지검장을 향해서도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 금지와 관련된 자신의 피의사건에서 출석요구를 네 번이나 거부하는 특권을 누렸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이나 옵티머스 사건 등 정권에 불리한 사건에서는 노골적으로 호위무사, 행동대장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축출에도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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