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둘레 90cm 이상’이면 심장병·뇌졸중 위험 신호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9 07:30
  • 호수 16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부비만ㆍ고중성지방ㆍ저고밀도지단백ㆍ고혈압ㆍ고혈당 중 3가지 이상이면 대사증후군

심장질환·뇌졸중·당뇨병은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세계 의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이들 질병의 공통점 5가지를 찾아냈다. 복부비만, 고(高)중성지방, 저(低)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고혈압, 고혈당이 공통적인 위험요인이다. 이 5가지 중 3가지에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는다.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는 최근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의 국내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23%라고 발표했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연령과 비례해 상승한다. 대부분 연령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다. 

2007년 21.6%이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데, 5가지 위험요인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에 따르면 국내 복부비만율은 26.9%로 2007년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32%이고, 여성은 21.9%다. 복부비만을 손쉽게 아는 방법은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다.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진단한다. 

나머지 4가지 위험요인은 병원에서 혈액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혈중 중성지방은 적어야 좋은데 150mg/dL 이상이면 고중성지방혈증에 해당한다. 국내 고중성지방혈증 유병률은 28.9%다. 특히 남성의 유병률은 39.4%로 여성(18.3%)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므로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부른다. 이 수치는 높을수록 좋다. 이 수치가 남성 40mg/dL 미만, 여성 50mg/dL 미만이면 저HDL콜레스테롤로 진단한다. 국내 유병률은 29.1%다.  

국내 고혈압 유병률은 32.7%이며, 남성(40.2%)이 여성(25.2%)보다 높다. 혈압이 130/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다. 국내 고혈당 유병률은 29.2%이며, 남성(34.9%)이 여성(23.4%)보다 높다. 혈당은 공복 시 혈당을 말하며 100mg/dL 이상일 때 고혈당으로 진단한다.

김장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5가지 가운데 일반인이 관리하기 쉬운 것은 복부비만이다. 허리둘레를 남자는 90cm 이하, 여자는 85cm 이하로 유지하면 대사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 자신이 먹는 밥 한 그릇에서 몇 숟가락씩만 덜 먹으면 반찬도 그만큼 적게 먹으니 하루에 약 500kcal를 줄일 수 있다. 이 정도면 살이 빠진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해도 혈액검사 등으로 대사증후군 위험이 확실히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의학적으로 검증된 생활습관 개선법을 실천하면 된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는 4월23일 대사증후군 예방과 치료를 위한 10가지 생활습관 개선 지침을 발표했다. 

체중조절: 6~12개월에 약 10% 감량 목표

의료계는 나이를 먹으면 으레 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시기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방법은 체중 조절이다. 체중 조절의 목표는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체중의 7~10%를 감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정상 체중인 사람 가운데 약 5%가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는데, 과체중 인구에서 22%, 비만 인구의 60%에서 대사증후군이 확인된다. 세계 의료계는 몸무게가 2.25kg 증가할 때 대사증후군이 최대 45% 증가한다고 본다. 

금연: 의료계가 추천하는 인지행동치료 4가지

담배의 여러 독성 물질은 혈전 형성이나 인슐린 저항성 등을 유발해 대사증후군 위험을 증가시킨다. 반대로 금연하면 대사증후군 위험은 감소한다. 의료계가 추천하는 금연 방법은 인지행동치료 4가지다. (1)흡연 유발 상황(식사·커피·음주 등) 피하기 (2)금연을 시작할 때 주변에 널리 알리기 (3)흡연을 미루는 지연 방법(심호흡·물 마시기·양치질·산책 등)을 활용하기 (4)흡연 대체 행위(껌이나 야채 씹기 등) 활용하기 등이다. 

일단 금연을 시작했다면 금연을 유지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 가운데 하나가 중강도 유산소운동(조깅·자전거 타기·댄스·수영·등산 등)이다. 유산소운동은 흡연 욕구를 억제하고 금단 증상을 감소시킨다. 금연 후에는 체중이 다소 증가하므로 기름지거나 열량이 높거나 단 음식을 피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과식은 흡연 욕구를 자극하므로 금연 전 식사량의 3분의 2 정도로 줄이는 것도 좋다. 

음주: 하루 4잔 이내로 제한

국내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폭음하는 비율이 높고, 여성의 술 소비도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과한 음주는 혈압과 중성지방을 높이고 당뇨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30~40대 복부비만의 주요 원인은 음주다. 폭음은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알코올 섭취량을 남성은 40g 미만, 여성은 20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나라는 이를 반영해 남성은 소주잔으로 하루 4잔 이내, 여성은 2잔 이내로 제한한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남성 2잔 이내, 여성 1잔 이내로 술 섭취량을 제한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식사: 대시(DASH) 다이어트 권장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 음식도 한몫한다. 특히 비만을 예방하는 식사요법의 핵심은 지방의 종류를 따져야 한다는 점이다. 혈중 지질 농도를 높이는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을 불포화지방산으로 대체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포화지방산과 트랜스지방산이 있는 음식은 버터·팜유·삼겹살·베이컨·과자·마가린·마요네즈·팝콘 등이며 불포화지방산 음식은 견과류와 생선 등이다. 

탄수화물은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지방으로 전환돼 중성지방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쌀밥을 조금 적게 먹고 곡물도 정제하지 않은 통곡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이섬유는 고지혈증 등을 개선하고 변비를 예방하지만, 많이 먹으면 다른 영양분 흡수를 방해한다.
 
의료계는 대시(DASH·인포그래픽 참조) 다이어트를 권장한다. 이 식사법은 미국 의사와 영양학자들이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자는 취지에서 고혈압 환자를 위해 개발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저지방 유제품, 현미와 도정하지 않은 곡물, 생선, 기름기 없는 닭고기 위주의 식단이다. 한편, 아직 비타민 섭취가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으므로 대사증후군 예방과 치료를 위해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 

운동: 운동 종류보다 강도가 중요

유산소운동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낮추고, 저항성 운동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고 혈당 조절과 혈압 강하에 효과적이어서 대사증후군 위험을 줄인다.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운동의 종류보다 강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는 심혈관계 건강을 위해 매주 150분 이상의 중간 강도 운동(빠르게 걷기, 시속 8km 이상의 자전거 타기, 활동적 요가, 가벼운 수영)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조깅, 달리기, 시속 15km 이상의 자전거 타기, 테니스, 강도 높은 수영)을 권고한다. 

20대 미만은 중등도 운동을 주당 150분만 해도 체중 증가를 예방한다. 그러나 고령이나 비만한 사람은 더 높은 수준의 신체활동이 필요하다. 한 번에 60분 이상씩 주당 6회 이상 운동해야 효과적이다.

인지행동치료: 고착된 나쁜 생활습관은 의사 도움으로 개선

생활습관 개선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 필수적이지만 오래 몸에 밴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 몸에 붙은 행동은 유전 요인과 상호 작용해 생활습관이 된다. 특히 잘못된 의료 상식에 빠지면 옳지 않은 생활습관이 고착된다. 이를 관리하는 방법이 인지행동치료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생활습관을 개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한다. 김 교수는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의 예를 들자면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전문적인 방법을 동원해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치매: 항산화제는 치매 예방에 불필요

평균 나이 52세인 중년 346명을 평균 76세가 되기까지 약 2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다. 2011~13년, 이들의 뇌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로 검사했더니 혈관질환 위험요인 2가지 이상을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훨씬 높았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 원인 물질이다. 즉 혈관질환 위험이 클수록 치매 위험도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심장대사증후군 조절이 필요하다. 

흔히 비타민과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하면 치매를 예방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 켄터키대 연구진은 고령 남성 7540명을 평균 5년 관찰한 후, 토코페롤이나 셀레늄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도 치매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혈압: 생활습관 개선이 조절법 1순위 

고혈압 환자의 57%는 당뇨병 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같이 받는다. 대사증후군이 심뇌혈관질환으로 이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혈압 조절법 1순위는 생활습관 개선이다. 즉 염분 제한, 식사요법, 체중 감량, 운동, 금연, 절주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WHO의 권고량(5g)보다 많은 10~15g이다. 과체중도 고혈압의 중요한 원인인데 체중 1kg 감량 시 혈압이 1mmHg 정도 낮아진다. 운동은 혈압을 낮출 뿐만 아니라 체중감소·혈당·콜레스테롤 개선 등에 효과를 보인다. 의료계는 혈압을 낮추기 위해 1주일에 6회, 한 번에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권한다.

흡연은 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다. 금연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과도한 음주는 혈압 상승과 심혈관질환 발생과 관련이 있으므로 남성은 하루 4잔 이내, 여성은 2잔 이내로 술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 지방은 총 섭취 열량의 30% 이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은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만족할 만한 치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생활습관의 핵심은 식사요법·운동요법·금연이다. 한국인은 전형적인 고탄수화물ㆍ저지방 식사를 한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오르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진다. 따라서 총 탄수화물 섭취량을 총 섭취 열량의 65% 이내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방 섭취량은 총 섭취 열량의 30% 이내가 좋다. 식이섬유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으므로 하루 25g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중성지방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권고하는 운동량은 유산소운동의 경우 주 4~6회, 저항성 운동은 주 2회 이상이다. 

혈당: 주 5~6회 운동과 지중해식 식단 권장

대사증후군은 당뇨병 위험을 5배 높인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 운동과 식사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활동은 당뇨병과 유의미한 관계가 있으므로 대한심장학회와 심장대사증후군학회는 주 5~6회, 1회 30분 이상 중등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당뇨병 예방을 위한 식사요법의 기본은 섭취하는 열량을 낮추는 것이다. 의료계는 지중해식 식단을 권장한다. 이는 전체 열량의 40%를 지방에서 얻는 식사법이다. 지방은 과일·채소·견과류·콩류·생선 등에 있는 불포화지방산을 의미한다. 

대사증후군, 강원·전라·충청에서 늘어났다 

최근 12년간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높아졌다. 특히 강원·전라·충청 지역의 유병률 상승이 두드러졌다. 2007년 23.6%이던 강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18년 30.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에 전북은 26.4%에서 30.4%로, 전남은 26.3%에서 34.7%로 상승했다. 충남은 23.3%에서 29.6%로, 충북은 24.7%에서 30.6%로 높아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장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두 가지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별적으로는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이 건강 관리에 적극적이다. 시스템적으로는 시골에 논과 밭은 많지만 운동할 시설이 도시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