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수사’ 기로놓인 檢…조국·靑 겨눈 칼, 부메랑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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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관 출국금지 결정에 윤대진·봉욱 등 관여된 정황
조국 전 장관 적시된 공소장 유출·공수처 직접 수사 여부 촉각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논란의 소용돌이로 재소환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이성윤 서울지검장 공소장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수사무마 개입'을 적시했다. 조 전 장관과 청와대를 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검찰 수사는 당시 검찰과 법무부 수뇌부의 개입 정황이 나오면서 한층 더 복잡해졌다. 자칫 검찰의 이중잣대에 따른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에 또 한번 휘말릴 수 있어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진행 여부와 공소장 유출 논란도 변수다. 의혹 전면에 등장한 조 전 장관과 다수의 검찰 수뇌부, 공소장 유출 의혹과 수사 주체 혼선을 둘러싸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윤대진·봉욱, 긴급 출국금지 관여했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조치 결정에 대검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은 당시 검찰 내부에서 김 전 차관 출금 관련 조치에 관여한 인물들의 지시·보고 체계와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당시 대검 진상조사단 검사는 앞선 검찰 수사에서 2019년 3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 "대검도 승인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검사는 당시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대검 진상조사단에 김 전 차관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이 검사는 대검의 승인·지시가 있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이 선임행정관이 "조국 전 수석으로부터 대검 승인이 났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과 봉욱 대검 차장이 조 전 장관과 출국금지를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국장과 봉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에서 작성된 문서에 따르면, "(봉욱) 대검 차장과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김 전 차관의) 출금 조치를 협의 하에 결정했다"는 점과 이후 논란이 커진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임의로 부여해 긴급출금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됐다.  

2018년 11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사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11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검사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이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려고 하자, 봉욱 전 차장을 특정하며 "대검 차장도 오케이해서 출금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성윤 지검장 공소장에서는 윤 전 국장의 발언이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 서울동부지검장 승인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뭉뚱그려 표현됐지만,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이 대검 수뇌부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윤 전 국장이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봉 전 차장에게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2019년 3월22일 밤 통화를 시도한 내역도 확인됐다. 다만, 윤 전 국장은 "문 전 총장과 봉 전 차장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문 전 총장과 봉 전 차장도 통화 사실을 부인하면서 김 전 차관 긴급 출국금지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수사팀이 조 전 장관에 대한 부당 지시 또는 개입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로도 칼끝을 겨눠야 한다. 만일 이 지검장 공소장에서처럼 사건에 등장한 인물을 애매하게 적시하거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입증이 어렵다고 할 경우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 수사 외압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이성윤 지검장까지 긴급 출국금지 의사 결정에 대한 동일한 맥락의 진술을 하고 있는 데다, 내부 문서에서도 대검 차원의 승인이 있었다는 상세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5월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근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5월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근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공소장 문건 유출·공수처 직접 수사 여부도 관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되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확전됐다. 대검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에 따라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박 장관은 17일 '이 지검장의 기소가 완료돼 공소장 유출을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기소된 피고인이라도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 개인정보, 또 수사기밀과 같은 보호 법익이 있는데 그걸 통칭해 침해된 게 아닌가 의혹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검찰에서 유출된 공소장 편집본에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한 수사 무마에 개입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를 두고 여권은 검찰의 '조국 죽이기' 연장선에서 이뤄진 의도적인 유출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 상태다. 

이를 바라보는 공수처도 속내가 복잡하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검찰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보고 성명불상의 현직 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미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로의 부담이 한층 커진 셈이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수원지검으로부터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 3명의 수사 외압 사건 기록을 넘겨받았다.

이광철 비서관→조 전 장관→윤대진 전 검찰국장→이현철 전 안양지청장을 거쳐 긴급 출금 사건의 수사가 중단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때문에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진행할 경우 연결고리인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진다. 

현재 공수처는 13명의 검사 중 5명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건에 투입했고, 6명은 법무연수원 위탁 교육을 진행 중이어서 현실적으로 직접 수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직접 수사를 한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뭉개기'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쪽으로든 '정치적 판단'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 하는 것 역시 공정성 논란과 공수처 설립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어서 쉽지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정성 우려와 사건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수사 외압 의혹 사건 등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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