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머드급 특수본까지 출범했는데…고위공직자 ‘투기 의혹’ 못밝히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5.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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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특수본 출범 두 달… 고위공직자 수사 지지부진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청사 ⓒ연합뉴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청사 ⓒ연합뉴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공직자 투기 의혹 수사가 용두사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태 이후 특수본이 출범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태 초기부터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국회의원 투기 의혹 수사가 잇따라 무혐의로 가닥나면서 공직자의 투기 의혹 규명이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특수본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에 대해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 양 의원은 지난 2015년 경기 화성 토지를 매입한 것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양이 의원은 2019년 모친 명의로 경기 광명 일대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결국 면죄부를 받게 된 셈이다.

 

투기 의혹 국회의원 5명 중 4명 ‘혐의없음’ 가닥

특수본은 양 의원의 경우 땅 매입 당시 국회의원이 아닌 회사원이라 내부정보를 이용할 위치에 있지 않았던 점과 해당 지역의 개발 호재 등이 발표된 이후에 매입한 점 등이 확인돼 투기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양이 의원의 경우에도 본인이 아닌 모친이 아는 지인들과 기획부동산을 통해 땅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매입 당시 국회의원이 아니라 내부정보를 받을 위치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해 불입건했다.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처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가운데 특수본 수사가 사실상 맹탕에 그쳤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특수본 수사 대상에 오른 현직 국회의원은 총 5명인 가운데 사실상 1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양 의원과 양이 의원 외에 2명의 경우도 수사에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조만간 혐의없음으로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특수본 수사 대상에 올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던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1명만 남게 된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수본 수사가 두 달 넘게 이어졌지만 고위직 대상 수사 성과는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특수본은 이날 기준으로 총 2319명을 내·수사 중인 가운데 고위직은 단 20명뿐이다. 국회의원은 5명, 고위공무원 5명, 지방자치단체장이 10명이다. 특수본의 투기 의혹 수사망 속에 고위공직자는 체 1%로도 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수사의 본래 목적인 ‘공직자의 투기 의혹 규명’이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이아무개씨가 3월 23일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은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이아무개씨가 3월 23일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은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대상 2319명 중 고위직 1%

고위공무원 5명 중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이아무개씨의 경우 경찰이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요구로 현재까지 보완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장 10명 중 3명은 최근 불입건 조치됐다. 나머지 입건된 7명 중 구속된 사례는 군수 시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를 받는 전창범 전 양구군수가 유일하다.

정치권에서는 특수본의 미진한 수사 진행에 대해 강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수사 대상이 지나치게 민간인에 편중돼 있고 수사 인력이 확대됐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역시 수사 내용에 대한 대국민 브리핑을 요구하며 더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적했다.

한편,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 관련해서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면 혐의가 있거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라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부실수사나 맹탕수사로 보는 것은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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