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뻔한 인물로는 뻔하게 대선 패배…‘與 빅3’ 선심 공약만”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4 12:00
  • 호수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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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대교체’ 기수 자처하는 민주당 대선 출마 1호 박용진 의원
“세계 최대 국부펀드 조성해 ‘국민 자산 5억 시대’ 열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월9일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행복국가를 만드는 용기 있는 젊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출마 선언문을 내놨다. 민주당 대권주자 중 처음이다. 그는 “정치의 세대교체로 대한민국의 시대교체를 이루겠다”며 “뻔한 인물로는 뻔한 패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물 박용진이 정치 세대교체를 이끌겠다”고 했다. 특히 “낡고 무기력한 정치로 청년 세대를 분노하게 만든 책임이 있는 인물·세력은 새 시대를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정책 비전은 ‘행복국가’로 요약했다. 노력의 대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후보 박용진’이 그리는 대한민국은 대체 무엇일까. 5월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나 자세히 물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단도직입적으로 ‘왜 박용진인가’라고 묻는다면. 

“지금 국민이 정치에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다. 먼저 ‘변화’다. 그리고 ‘성과’다. 내 삶을 바꿔내라는 주권자의 명령이다. 국민은 언제까지 낡고 뻔한 정치를 할 것인지 묻고 있다. 낡은 인물과 뻔한 주장, 낡은 대립구도를 바꿔내라는 주문이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개혁적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저는 그 용기를 이미 유능하게 증명해 냈다. ‘유치원 3법’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인 회계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1년4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다신 국회의원 못 하게 하겠다’는 온갖 위협과 협박이 있었다. 동료 의원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그걸 다 뚫고 해내는 데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국민의 삶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 용기인가.

“출마 선언문에도 썼지만, ‘행복국가’를 만드는 일엔 ‘가슴 설레는 우아함’이 아니라 ‘가슴 떨리는 치열함’이 필요하다. 기득권은 변화를 거부한다. 기득권의 손에 있는 걸 국민 손으로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이런 일엔 관료가 가장 앞장서서 반대한다. 돈 있고 빽(배경) 있는 이들의 저항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령 이건희·이재용 삼성 총수 일가 등과 부딪치며 재벌 개혁을 하는 일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저는 기득권 질서에 포섭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정치인이다. 기득권과의 대립 속에서 국민 손에 잡히는 공정이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용기 있게 정치를 해 왔다. 국민도 그렇게 기억해 주실 것이다. 그 용기는 바로 국민의 기대와 저의 소신, 젊음이 하나가 돼서 가능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 헌법 제10조에 담겨 있다고 본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와 ‘안전’이다. 여기에 ‘국민의 자기 성취’가 더해진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민생과 안전이란 바탕 위에 우뚝 세워야 하는 가치가 바로 ‘국민 행복’이다. 국민의 열정과 행복을 뒷받침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이런 부분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행복’을 이룰 방법은 무엇인가. 대선후보로서 가장 앞세우고 싶은 ‘킬링 정책’은. 

“너무 많아서 고민했다(웃음). 핵심은 ‘국민 자산 5억 성공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나라는 부자가 됐는데, 국민은 여전히 가난하다. 나라도, 국민도 부자로 만들어야 한다. 평범한 행복을 만드는 데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판 테마섹(싱가포르 국부펀드)’ 구상을 제시해 세계 최대·최고 규모의 ‘국부펀드’를 구성하겠다. 효율적인 국부 관리와 국민연금 개혁을 시작하겠다. 그렇게 연 수익 7% 이상의 ‘국민행복 적립계좌’ 등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자산 형성 제도를 마련해 모든 국민이 행복한 자산 성장을 꿈꾸는 시대를 열겠다.”

알기 쉽게 풀어서 자세히 설명해 달라. 

“쉽게 설명하면 7% 수익률을 내는 국부펀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최대 1700조원까지 쌓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가 운용하는 외환 200조원, 각종 연기금이 운용하는 수백조원 등을 다 합쳐 최소 1500조원 이상의 국부펀드를 구성한다. 지금 국민연금은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노르웨이나 스웨덴, 캐나다 등의 연기금 수익률은 8%대 이상이다. 우리만 5%대다. 못할 게 아니다.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 개혁 효과도 난다. 지금 추계에 따르면 2057년경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된다.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고갈 시점은 6년씩 늦춰진다.” 

구체적인 수식이 어떻게 되는 건가. 

“신한은행이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동자가 30년간 매달 50만원씩 저축하면 원금만 1억8000만원이 나온다. 여기에 7% 복리로 계속 굴렸다는 계산을 더하면 이자만 4억3000만원이다. 합치면 6억원이 넘는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해서 나라도, 국민도 부자로 만들 수 있다. 예전엔 국가가 재형저축, 청약제도, 국민주 등을 통해 이런 역할을 했다. 지금 국가가 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니까 청년들이 가상화폐와 주식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공식 대선후보가 되면 국가보다 당을 먼저 이끌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은 4월 선거를 통해 민주당에 경고를 보냈다. 이번 패배는 그저 단 한 번의 선거 패배가 아니다. 변화하라는 명령이다. 일각에선 ‘2030세대가 왜 등을 돌렸나’에 대해 얘기하던데, 이번에 우리가 모든 지역, 대부분의 세대에서 박살 난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 당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 우리 사회를 개혁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렸다. 오히려 자신들의 관심사에만 집중했다. 국민들의 소박한 바람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실망을 다시 기대로 바꾸려면 변해야 한다.”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이 그새 사라졌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에서 변화를 상징하는 것은 인물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회자되는 이유다. 이들은 변화하는 국가의 에너지를 대표한다. 당도 마찬가지다. ‘누가 당을 대표하는가’가 핵심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은 정반대다. 뻔한 인물과 뻔한 주장, 뻔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게 뻔한 대선 패배를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이 정치의 세대교체를 선도하고 새 인물을 내세워 새 가치와 새 구도로 변화를 주도할 것인지 중대 기로라고 본다.”

지금 민주당 대선후보군과 과정이 뻔한가. 

“오히려 제1야당의 전당대회 과정이 역동적이다. 젊고 새로운 가치를 내세운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머뭇거리다가 ‘미래와 변화’라는 열쇳말을 야당에 뺏기게 생겼다. 헌정체제를 부정했던 탄핵 세력이 오히려 들썩이는데, 민주당은 왜 아직도 ‘빅3’에 머물러 있는가. 이분들은 지금 낡은 정치 문법으로 사람들 몰고 다니며 세 과시를 하고 계신다. 그런데 국민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하신다. 이미 국민은 2002년 세 과시하던 이인제 후보가 아니라 새 비전과 가치를 내세웠던 혈혈단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낡은 세 과시 정치가 판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분들이 지금 누가 세금을 더 많이 나눠주느냐 식의 선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자신의 노동과 열정이 보잘것없이 취급되지 않고 존중받길 원한다. 선심 쓰듯 돈 나눠주는 건 국민 수준을 얕게 보는 것이다. 국민 행복을 뒷받침할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선후보 박용진’은 뻔하지 않다는 건가. 

“물론이다. 박용진의 경선 도전 과정이 곧 정치혁명이다. 계파도, 돈도, 배경도 없으면서도 저는 대선후보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탄탄한 정책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금기를 깨고 있다. 출마 선언할 때 동료 의원 스무 명 정도가 와주셨다. 하나하나가 기적이다. 만약 박용진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를 통과한다? 대한민국 정치혁명의 봉홧불이 오를 것이다.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된다? 한국 정치의 대파란이다. 대통령이 돼서 대한민국을 바꿔나간다? 대한민국의 일대 도약을 만들 수 있는 정치혁명의 시작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과는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에서 극복해야 할 것은 양극화·불평등 심화다. 경제적 불평등과 교육 격차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고 있다. 양극화 심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계승할 것도 많다. 문재인케어는 우리 복지체제의 효능감을 높여줬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과 성과도 인정돼야 한다. 좌절도 있었지만 그 성과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입장은.

“법의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사회 지도층일수록 법을 어겨서는 안 되고, 법을 어겼을수록 더 강하게 규율 받아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도 법과 원칙은 잘 지켜져야 한다.” 
  

박용진은 누구인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1997년 대선에서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에서 20년 넘게 활동했다. 2011년 야권 대통합 운동인 ‘혁신과 통합’ 과정을 거치며 2012년 민주당에 전격 입당한다. 그의 정치 인생을 바꾼 결정이었지만, 한동안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 

이름 석 자는 의정활동으로 널리 알렸다. 삼성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등 재벌 개혁과 대기업 과세 이슈 등을 정무위에서 이끌었다. 교육위에서는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유치원 3법’ 입법을 추진해 주목받았다.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지난 5월9일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전북 장수 출신으로 1971년생이다. 신일고,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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