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 해법은 ‘정부 개입’
  • 심충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4@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3 15:00
  • 호수 16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미 “상생기금 100억원 구미시 해평면 주민에게 사용해야”
대구 “1991년 페놀 사건 후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 너무 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두고 대구광역시와 경북 구미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구시는 2006년, 2009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취수원 이전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2014년 취수원 이전 타당 여부에 대한 용역을 진행했다. 구미 상류에서 취수해도 물 부족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용역 결과를 내놨다.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44만8000톤(2025년 수요량 기준)을 취수해 43만 톤은 대구, 나머지는 경북 칠곡·고령·성주에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반면에 구미시는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취수 구역이 확대돼 낙동강 상류 쪽에 추가로 상수원보호구역을 설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구미시 해평면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대구 취수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 문제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가장 큰 피해 대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해평면에서 개최하려던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구미 지역 설명회’도 해평면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대구 취수원 이전 갈등의 기폭제가 된 사건은 30년 전 발생한 구미 페놀 유출 사고다. 1991년 3월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두산전자에서 유출된 페놀 원액 30톤이 낙동강을 타고 대구 취수원으로 흘러들었다. 2010년 발암 의심 물질인 1, 4-다이옥산이 구미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또 2018년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대구 취수원 상류인 구미산단에서 폐수 유출이 빈번해지자 영남권 전체 식수 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불안해진 대구시는 구미산단 상류의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겠다며 해평취수장을 새 취수원 이전 후보지로 꼽았다. 하지만 구미시는 가뭄 때 수자원이 부족하고 수질관리가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취수원을 이전할 게 아니라 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맞섰다.    

두 도시가 낙동강 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가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와 구미 간 문제라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구미 발전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5월17일 시사저널은 구미 해평면의 문영주 대구 취수원 이전 반대 비대위 위원장과 대구의 이덕천 대구 취수원 이전 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이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구미시 해평면 주민들이 2020년 11월6일 환경부가 개최한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구미 지역 설명회’를 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심충현
구미시 해평면 주민들이 2020년 11월6일 환경부가 개최한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구미 지역 설명회’를 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심충현

■ 문영주 대구 취수원 이전 반대 비대위 위원장 

해평면에서 ‘대구 취수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된 계기는 무엇인가.

“해평면 주민들은 광역취수장이 들어오면 강력한 규제가 생기고, 그에 따른 재산권 침해를 걱정한다. 앞으로 닥칠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구미시와 대구시, 환경부 등 그 누구도 해평면 주민들의 입장을 듣지 않았다. 지금 있는 ‘해평취수장’으로 인해 해평면 주민들은 재산권에 대한 규제로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때(취수장 건립 당시)도 전혀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우리 스스로 지키고자 모였다.”

2020년 11월에 환경부 주관 해평 설명회를 무산시킨 적 있다.

“진짜 너무하더라. 해평면에 와서 주민들의 어려움을 들어보지도 않고, 어떤 도움들이 필요한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설명회를 한다기에 힘으로 저지했다. 그 설명회를 한다는 소식에 많은 해평면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꼈고, 분노한 결과다. 앞으로도 해평면 주민들을 제외한 어떤 협상도 있을 수 없다.”

대구 취수원 이전이나 공동사용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인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재산권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상태에서도 ‘상수도보호구역’에 대한 규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내지 취수원 공동사용 등 취수량 증가로 인한 상수도보호구역 확대에 주민 불안감이 엄청나다.”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에 설치된 상수도보호구역 안내판 ⓒ시사저널 심충현
구미시 해평면 낙동강에 설치된 상수도보호구역 안내판 ⓒ시사저널 심충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나.

“환경부와 대구시가 제시하는 게 있다. ‘물관리기본법 제38조(물관리협정)와 물관리기본법 시행령 제24조(물관리 협정의 체결)에 나와 있는 협정서를 작성하면 된다고 한다. 그 협정에 상수도보호구역을 확대 안 한다는 내용과 상호 협의한 취수량을 지킨다는 것, 해평취수장 관리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에 해평면 주민 참여 등의 내용을 넣고 보장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믿음이 아직 들지 않는다.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진심을 보인다면 협의해 볼 수 있다.”

그 외 다른 요구 사항은. 

“만약 취수원 사용에해 동의한다면 대구시가 매년 상생기금 100억원을 구미시에 제공한다고 했다. 그 상생기금은 엄밀히 말해 해평면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 피해를 볼 해평면 주민들에게 상생기금의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적어도 80% 이상은 해평면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나머지 도로 확장 문제나 주민 편의시설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항은 큰 문제들을 해결할 때 그때 협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 이덕천 대구 취수원 이전 범시민추진위 위원장

대구 취수원 이전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 계기는 무엇인가.

“지지부진한 취수원 이전 문제를 마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대구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크다. 1991년 페놀 사건으로 시작해 과불화화합물 사건까지 아홉 번의 유해화학물질이 낙동강 수계에 유입돼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것을 보면서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 언제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어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2019년 10월 '대구 취수원 이전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개최한 거리 캠페인 모습 ⓒ대구취수원 이전 범추위
2019년 10월 '대구 취수원 이전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개최한 거리 캠페인 모습 ⓒ대구취수원 이전 범추위

그동안 어떤 활동을 이어왔나.

“2018년 9월 출범한 이후 ‘환경부 국정감사 1인 시위’ ‘추석 귀향객 대상 캠페인’ ‘안전한 취수원 확보를 위한 시민 캠페인’ ‘구미 지역 주요 인사 방문면담’ 등을 해 왔다. 최근에는 직접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해평 지역 ‘대구 취수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대화 창구로 대구와 구미 해평 지역 시민단체 입장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취수원 이전 문제 해결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나.

“대구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과 해평면 주민분들의 재산권에 대한 불안감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최대한 해평면 주민들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진행해 매듭을 풀도록 하겠다. 시민단체들끼리 협의가 잘 진행되면 그 후 대구시와 경북도, 구미시, 환경부가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그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