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인지 고철더미인지”…부산 초량천 예술정원 ‘흉물 ’ 논란
  • 권대오 영남본부 기자 (sisa521@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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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원 들어간 초량천 예술정원…동구청 담당자 “거의 흉물될 것”
초량천 입구에 자리 잡은 '초량천 예술정원' 대표 작품 '초량살림숲'  ⓒ시사저널 권대오
초량천 입구에 자리 잡은 '초량천 예술정원' 대표 작품 '초량살림숲' ⓒ시사저널 권대오

10년간 이어온 공사로 단골 민원의 대상이 됐던 부산 동구 초량천이 이번에는 흉물 예술품 논란에 빠졌다.

5월 초 생태하천 복원 공사 중인 초량천 진입부에 낡은 냄비·부표·고무대야·폐화분을 쌓아 올린 예술작품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동네 미술’에 선정된 ‘초량천 예술정원’ 사업 중 랜드마크 작품인 《초량살림숲》이다. 

동구청은 “이 작품은 최정화 작가와 부산지역 17명의 작가가 참여해 부산 시민이 기증한 3000여 개의 살림살이 도구와 폐자재로 만든 커뮤니티 아트 작품이다. 높이 6m, 64개 기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숲과 같은 원형 미로 조형물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흔적을 담은 콜라주이자 사람들의 회복과 살림의 소망과 기원을 켜켜이 쌓아 올린 작품이다”라고 작품 설치 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동구청과 작가들의 설치 의도와 달리 이 작품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설치가 시작되자마자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폭주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5월 초부터 설치를 시작해 7월까지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완성된 작품이 아니며, 《초량살림숲》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조경공사가 계획돼 있다. 완성된 이후에도 동일한 문제 제기와 평가가 있다면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에게 완성 이후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초량천 예술정원이 흉물 예술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해 12월2일 동구의회 예산결산특위에서도 나왔다. 김선경 동구의회 의원은 “특정 업체를 정해 놓고 그 업체에 용역을 줄 것으로 이야기를 한다. 용역비를 5000만원 가까이 주고 그다음에 4억원 가량 또 세금을 들여서 공공미술을 했는데, 이게 만약에 흉물로 자리 잡으면 어떻게 될까?”라며 우려를 표했다. 당시 답변에 나선 동구청 담당자는 “4억원을 가지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한다면 거의 흉물이 될 것이다. 흉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름다운 공공 프로젝트로 추진하기 위해서 용역을 하는 걸로…”라 답하며 용역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A 업체의 설명은 다르다. 부산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참여를 동구에 제안했고, 동구청의 동의하에 초량천 예술정원 제안서 작업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A 업체가 작업한 제안서는 부산시 공모에 당선됐고, 다른 구의 제안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아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이는 동구청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21일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공고를 내고, 11월20일 ‘초량천 예술정원’ 사업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그후 12월 동구청은 동구의회에 초량천 예술정원 용역비 5000만원을 요구하면서 ‘흉물이 되지 않기 위해 용역을 한다’고 의회에 설명했다. 의회 승인 전에 A 업체에 의해 사업이 사실상 진행되고 있었지만, 의회 심의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초량천 입구 '초량살림숲' 조감도 ⓒ동구의회
초량천 입구 '초량살림숲' 조감도 ⓒ동구의회

초량천 예술정원이 부산시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과 달리 주민 반응은 차갑다. 동구청 온라인 민원 게시판에는 “초량천이 예술가의 실험 무대가 되어야겠나? 그냥 쉼터를 만들어달라” “오늘도 쓰레기 산 꾸민다고 일하는데 정말 창피하다. 다시 설계해라” “조형물인지 고철더미인지 모르겠다. 철거하고 광장을 만들거나 나무를 심어라” 등 부정적 의견이 게시되고 있다.   

초량천 예술정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정화 작가의 《초량살림숲》 외에 이재경 작가의 《모자이크 초량》, 조형섭 작가의 《산복도로를 걷는 사람》, 성봉선 작가의 《Light Sculpture》, 박경효 작가의 《초량십장생/남선건달명태비》 등으로 구성된다.

초량천 예술정원 전체배치도 ⓒ동구의회
초량천 예술정원 전체배치도 ⓒ동구의회

이에 대해 A 업체는 “현장을 지나가는 숱한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누구나 한 번쯤은 쳐다보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올려 든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초량에 거주하고 계신 어르신들이다. 그 어떤 설명 없이도, 아름답다고 해맑게 웃으며 ‘참신하고 고무적이다, 70년 평생 이렇게 멋진 것은 처음 본다. 나도 냄비 갖다 줬을 텐데’ 등 한 마디 건넨다”라며 초량천 예술정원이 지역의 값진 자산이 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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