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만의 문제 아니었다…유령청사 짓고 ‘세종시 특공’ 받은 관평원 직원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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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억원 들여 청사 지은 과정, 직원 특공까지 전방위 조사
예산 승인한 기재부와 행복청도 책임 피하기 어려울 듯
혈세 171억원을 들여 지은 뒤 '유령청사'가 된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안내판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5월1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유령청사가 건축된 경위와 직원들의 특별공급 혜택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 연합뉴스
혈세 171억원을 들여 지은 뒤 '유령 청사'가 된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안내판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5월1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유령 청사가 건축된 경위와 직원들의 특별공급 혜택 등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 연합뉴스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며 혈세 171억원을 들여 '유령 청사'를 지은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 될 방침이다. 이전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청사 건립을 추진한 경위부터 직원들의 특별분양 실태까지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평원 일부 직원들이 받은 공무원 특별공급 혜택을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도 진행한다. 

20일 총리실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과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최근 불거진 관평원의 세종시 청사 신축과 직원들의 특공 혜택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행안부 퇴짜에도 건축 강행한 관세청과 관평원

해당 의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 산하 관평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님에도 특별공급 아파트를 노리고 세종시 청사 신축을 강행했고, 혈세 171억원을 들인 건물이 결국 '유령 청사'가 됐다고 지적하면서 공론화됐다. 관평원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 특별분양까지 받아 수 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행안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대전에 위치한 관평원의 세종시 이전 추진은 2015년부터 본격화됐다. 정부기관 세종 이전을 관리하는 행안부의 2005년 고시에서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관세청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협의해 관평원 세종청사 신축안을 반영하고 예산 171억원을 따냈다.

관세청은 2018년 2월 건축을 앞두고 행안부에 고시 개정 변경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법무법인 검토까지 의뢰해 건축을 강행했다. 김영문 당시 관세청장은 정부법무공단과 법무법인 2곳에 자문해 3곳 모두로부터 관세평가분류원 세종 이전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행안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축을 계속 밀어붙였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청장은 퇴임 후 21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지난달 한국동서발전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행안부는 관세청이 공사를 강행한 사실을 인지하고, 2019년 9월 진영 당시 장관 지시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결국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세종 이전을 포기하고 청사를 기재부에 반납했다. 해당 청사는 현재까지 비어있으며,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건물 안팎에 먼지만 수북히 쌓여있는 상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5월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5월1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관은 유령청사 짓고, 직원은 특공 따냈다

문제는 '유령 청사' 건설에서 끝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규정에 위배된 건물을 지어올린 관평원 소속 직원들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전체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이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직원 10명중 6명꼴이다. 이들은 세종 이전 공무원 적용을 받아 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일각에서는 관평원 직원들이 특공 분양을 노리고 무리하게 청사 건축을 강행했고, 내부 직원들은 행안부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을 인지하고도 특공을 노려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영세 의원은 "특공 아파트를 받기 위해 신청사를 짓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며 "관세청이 어디를 믿고 이처럼 대담한 일을 벌였는지 청와대가 해명해야 한다. 특히 특공 아파트에 대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2015년 관평원의 사무 공간이 협소해 새 청사가 필요했고, 당시에는 세종이 대전보다 부지 확보가 용이해 세종 이전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특공을 위해 신청사를 건축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행안부 청사관리본부는 관평원이 애초 세종시 이전대상이 아니어서 원칙대로 이전 불가 통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관평원은 2005년 최초 고시에서 (세종시) 이전 제외기관이었다. 2018년 관평원에서 이전대상으로 고시에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도 변동사항이 없어 미반영 통보했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전경.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평원이 무리하게 171억원을 들여 청사를 지으면서 현재 해당 건물은 '유령청사'가 돼 있다. ⓒ 연합뉴스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전경.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 관평원이 무리하게 171억원을 들여 청사를 지으면서 현재 해당 건물은 '유령청사'가 돼 있다. ⓒ 연합뉴스

유령청사 논란, 기재부와 행복청에도 불똥

이번 논란은 기획재정부와 행복청으로도 확산할 전망이다. 행안부가 청사 건축을 위한 고시 개정 변경을 거부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계산이 기재부에서 문제없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관평원이 행안부와 협의를 거쳤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2016년 8월 신축 예산을 2017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기재부는 올해 1월에야 문제를 인지하고, 국유재산관리기금 공용재산취득사업계획안 작성지침(2022년)을 고쳐 시설 예산을 요구할 때 행안부와 협의 결과서를 반드시 제출하라는 내용을 반영했다.

건축허가를 내준 행복청도 도마에 올랐다. 행복청은 관평원은 이전 대상이 아니라는, 행안부의 공문을 전달받고도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2018년 6월 관세청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행복청 측은 "청사건물 신축 허가는 토지매입 등 건축법 제11조 구비조건을 충족하면 가능하다"며 "허가 과정에서 관세청으로부터 관계기관 협의 내용을 수령했으나 건축허가를 불허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관세청이 예산을 받아 토지를 샀기 때문에 청사 관리 담당부처의 반대에도 건축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권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와 행복청은 행안부 고시가 개정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몰랐거나 무시하고 건축 허가 협의를 마무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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