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청, 제2의 LH되나…전임 청장-직원 형제, ‘투기 공동체’ 의혹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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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받은 ‘前행복청장-직원·직원 형제인 국토부 공무원’ 연결 정황
행복청, 세종지역 개발사업 영향력 막강…직원들 투기엔 사각지대
특수본은 재임 시절 아내 명의로 세종시 땅을 매입한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과 관련해 3월26일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재임 시절 아내 명의로 세종시 땅을 매입한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과 관련해 3월26일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직원들이 투기 의혹으로 잇따라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전직 행복청장을 비롯해 국토부 공무원까지 투기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 ‘제2의 LH 사태’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세종시의 각종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행복청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만큼 조직 내부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행복청 소속 A사무관이 국토부에 근무하고 있는 동생과 세종시 땅 투기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A사무관은 어머니·동생과 함께 2017년 7월 세종시 연기면 보통리 농지(1398㎡)를 6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A사무관과 농지 소유주로 함께 등록된 동생은 현재 국토부에서 근무하는 B주무관으로 확인됐다. B주무관은 농지 매입 당시 국토부에서 도시재생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에 있었다.

 

행복청, 직원들 투기 의혹으로 ‘투기청’ 오명

두 공무원 형제가 세종에서 사들인 땅은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대였다. 세종시 연서면 와촌·부동리 인근으로 개발 수혜가 예상되는 투기과열 우려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세종시 신도시와 조치원 연결도로 확장사업’에 따른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신규 노선이 지나는 ‘노른자위’ 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국토부 산하에 있는 행복청이 직접 주관하면서 A사무관 형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A사무관 형제는 전 행복청장 C씨와 한 사건으로 묶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수본은 전 행복청장과 공무원 형제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개발 호재를 가진 토지를 매입한 점에 주목하고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A사무관 형제의 농지 취득 시기는 2017년 7월로 C씨가 세종시 눌왕리와 봉암리 토지를 각각 사들인 2017년 4월과 11월 사이다. C씨 소유의 봉암리 땅은 2023년 신설될 ‘연기 BRT역’에서 불과 400m 거리에 있어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A사무관 형제가 사들인 농지는 C씨 땅에서 1㎞도 떨어져 있지 않다.

특수본은 지난 3월 C씨의 자택과 행복청, 세종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본부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C씨의 휴대폰 통화내역에서 A사무관 가족과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C씨가 A사무관 부친과 절친한 사이로 개발 관련 내부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싼 행복청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토지를 부인들을 통해 사들인 행복청 과장 2명이 최근 직위해제 되기도 했다. 행복청은 이들의 토지 소유 현황과 직무 관련성 등을 자체 조사한 결과, 부패방지법·농지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지난 18일 경찰 수사도 의뢰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C씨가 3월23일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은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C씨가 3월23일 오후 서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은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 행복청장·행복청 직원 3명…신설도로·산단 인접 투기 의혹

행복청 직원들의 잇따른 투기 의혹에 제2의 LH 사태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세종시에서 행복청이 가진 규모와 영향력은 LH와 비할 바가 아니다. 행복청은 세종시 신도시 건설 총책을 맡은 한시 기구로, 지역에서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동주택·건축물 인허가 업무를 세종시에 일부 넘겨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굵직한 도시계획 관련 업무는 모두 행복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행복청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행복청은 전 직원과 배우자, 가족 등 900여 명의 세종시 부동산 보유·거래 현황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행복청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아 국토정보시스템과 부동산 거래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를 분석할 방침이다.

하지만 행복청의 자체 전수조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내부 직원들의 ‘조직적 투기’ 가능성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자체 전수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복청 자체 조사로 내실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의당 세종시당은 “정부에서 행복청 등 세종시 개발 관련 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길 바란다”며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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