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터치’하고, 고객을 ‘연결’하고, 고객에 ‘집착’하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8 14: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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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주최 ‘컨퍼런스G 2021’에서 전문가들 한목소리로 제언

코로나19는 ‘연결’을 단절시켰다. 비대면은 일상이 됐다. 사회의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됐다. 빠르게 일어나는 혁신 속에서, 기업은 ‘변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맞이했다. ‘연결의 고장’을 해결하는 기업들이 주목받는 시대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일상이 됐다. 그렇다면 디지털 채널로 어떻게 소비자를 이동시킬 것인가. 차세대 기술에 어떤 마케팅을 접목할 것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마켓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디지털 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MZ(밀레니얼+Z)세대와 알파세대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이 직면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5월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컨퍼런스G 2021’ 포럼을 진행했다. 주제는 ‘21세기 마케팅의 미래-필립 코틀러에게 길을 묻다’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모였다. 고객의 마음을 ‘터치’하고, 고객을 가치로 ‘연결’하고, 고객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고객에게 ‘집착’하라고 전문가들은 기업에 제언했다. 기술의 발전과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키워드는 바로 ‘고객’이었다.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마테크’ 실현해야

기업가들은 ‘두 개의 눈’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눈으로는 미래를 보고, 다른 하나의 눈으로는 고객을 봐야 한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하이테크(Hightech), 즉 기술을 통해 고객의 터치 포인트를 관리하는 ‘하이터치(Hightouch)’ 회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결국 기술조차도 사람을 통해 운영된다. 하이터치는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고객 체험’의 혁신이다. 고객 체험을 혁신하기 위한 방법은 A·B·C. 일명 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다. 그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AI 등 기술을 통해 고객을 예측하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마테크(마케팅+테크)’를 실현하는 회사가 위기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Technology For Humanity' 라는 주제로 강연한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 ⓒ 시사저널 박정훈
'Technology For Humanity' 라는 주제로 강연한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 ⓒ 시사저널 박정훈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말하는 ‘회사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는 “회사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있어야만 한다. 상품은 저절로 판매되지 않는다”면서 “고객이 어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왜 특정 상점에 갔는지, 구매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브랜드를 찾는지 등 고객의 ‘여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터치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케팅은 단순히 판매를 위한 방안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힘이다. 특히 ‘마테크’는 마케팅 5.0의 근간이다. 핀테크, 5D프린팅, AI, 알고리즘 등 기술의 발달로 인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의 툴이 늘어났다.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증강현실을 활용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VR을 활용한다. 챗봇을 활용한 상담 시스템도 고객이 구매 단계에 가까워질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안이다. 브랜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전통 광고를 소셜미디어나 인스타그램 광고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역시 고객의 여정에 함께한다는 데서 훌륭한 마케팅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과의 공감’을 강조했다. 진 행장은 “초기의 신한은행은 철저하게 고객에 집중했다. 그러나 지금의 신한은행은 고객 집중과 고객 경험, 고객 감동이라는 본질보다 시장 지위나 재무 성과를 중시하고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모든 관점이 고객을 위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면서 “고객의 수익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프로세스 구축, 새희망홀씨 대출 등 은행이 할 수 있는 공적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거래 여부를 떠나 사회와 이웃, 임직원 모두를 신한은행의 고객으로 바라보겠다”고 말했다.

스티븐 킴 아마존 수석 매니저는 '아마존은 왜 아마존인가-고객 만족을 넘어선 고객 집착 문화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스티븐 킴 아마존 수석 매니저는 '아마존은 왜 아마존인가-고객 만족을 넘어선 고객 집착 문화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아마존과 스타벅스가 ‘고객’에 집착한 이유

오후 세션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고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스타벅스의 고객 수요 데이터를 분석하고, 아마존 고 프로젝트의 고객 수요 예측을 담당했던 케빈 킴은 “마케팅이나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고객의 행동(Consumer Behavior)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라봐야 앞으로의 계획을 편하게 세울 수 있고, 어디에 집중할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그래서 고객의 행동을 많이 연구하고 찾아본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을 분석하고,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회사는 고객의 수요보다 수익이 많이 나는 제품에 집중한다. 스타벅스나 아마존은 가장 먼저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커피를 예로 든다면, 원두의 수요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원두를 사먹고, 어느 시즌에 어느 정도 진하기의 원두를 선호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원두를 좋아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예산을 따지기보다는, 예산 안에서 얼마나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더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A부터 Z까지를 판매하겠다는 메시지와 고객이 웃는 모습을 로고에 담았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제공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거론된다. 스티븐 킴 아마존 수석매니저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다르지 않다. 최우선 가치는 고객이다. 그는 ‘아마존은 왜 아마존인가-고객 만족을 넘어선 고객 집착 문화의 힘’이라는 강연을 통해 “아마존의 모든 혁신은 ‘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시장과 전자책, 쇼핑, 스트리밍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된 것도 ‘고객 중심’의 문화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아마존의 기업문화도 고객을 향해 있다. 내부의 이견이 발생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가’다. 제품을 만들기까지 고객의 요구사항과 불편성 등을 주간·월간 단위로 분석하고, ‘가상의 고객’을 만들어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할지 예측한다.

조이스 오 램 리서치 시니어 디렉터는 '핵심 가치에서 고객 신뢰와 만족으로, 램 리서치의 혁신에서 배운 것'이라는 내용으로 강연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조이스 오 램 리서치 시니어 디렉터는 '핵심 가치에서 고객 신뢰와 만족으로, 램 리서치의 혁신에서 배운 것'이라는 내용으로 강연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이 외에 조직 내 ‘핵심가치’ 실천의 중요성도 기업 성공의 근간으로 주목됐다. 세계적 반도체 장비 업체 ‘램 리서치’의 핵심가치는 성과, 열린 소통, 도덕성과 진실성, 주인 의식과 책임감, 상대에 대한 신뢰와 존중, 고객·회사·개인에 대한 생각, 팀워크, 혁신과 지속적인 향상 등이다. 조이스 오 시니어 디렉터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구성원들이 잘 실천할 때 대단한 기술의 개발이 가능하고, 그 기술은 고객들에게 큰 만족을 준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고객의 무한한 신뢰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대학원장은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빅데이터의 시대를 넘어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장이 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고객과 매출, 이해관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고려해야 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알파세대, Z세대, 밀레니얼세대, X세대, 베이비부머 세대 등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하는 ‘초유의 시대’이기에, 넥스트 세대 마케팅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봤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뿐 아니라 각종 요인에 따른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서 교수는 ‘ESG’ ‘플랫폼 경제’ ‘불확실성’ ‘온라인 쇼핑’ ‘100세 시대 뉴 노멀’ 등 키워드를 뜨는 기업의 ‘DNA’로 꼽았다.

 

이 시대의 마케팅, 어떻게 해야 하는가

Mini-MBA에 마케팅 분야 석학과 기업 전문가 총집결

5월24일에는 시사저널이 주최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경영연구소가 주관한 ‘Mini-MBA’ 과정이 온라인 라이브를 통해 열렸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은 1928년 설립됐다. 조지워싱턴대는 경영경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실적과 혁신적인 교육과정, 대외협력을 통한 경쟁력 제고 노력 등을 인정받아 파이낸셜타임스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MBA 평가에서 최근 2년 연속 국제경영 분야 미국 내 1위, 전 세계 2위에 오른 바 있다.

이번 MBA 과정에서는 △AI 시대에 마켓 패러다임에서 어떻게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차세대 기술에 마케팅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만들어낸 VUCA(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 세계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빅데이터·AI·VR·IoT 등 인간을 위한 가치 혁신 △SNS 머천다이징과 마케팅 창업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마케팅 분야의 최고 석학과 기업 전문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Ayman Tarabishy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 Katia Passerini 시턴홀대학 부총장,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대학원장, 서정호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송정 마이다스 대표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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