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시세조종·마약거래…가상화폐 시장에 드리운 범죄 백태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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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뒷짐 지는 사이 피해자만 늘어
가상화폐 코인 ⓒ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이 폭락한 가운데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각종 불법 행위와 범죄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높인 점을 악용해 사기·유사수신 사건 등이 판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와 관련된 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가상화폐 범죄를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피해액은 수천억원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금액(추정치)은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지난해 2136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만 해도 지난 1~4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피해액은 942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경찰이 수조원에 달하는 가상화폐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피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4년간 가상화폐 범죄 피해액 수조억원

이와 동시에 관련 범죄 건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41건(126명)이었던 가상자산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가상화폐 관련 범죄에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그동안 가상화폐와 관련이 있는 6개 정부 부처가 피해 사례에 대해 한 번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마련에 손을 놓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 사이 가상화폐는 투자 광풍의 바람을 타고 각종 범죄에 활용되고 있었다. 아울러 계좌 추적이 어려운 특징을 활용해 가상화폐 범죄는 더욱 지능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범죄로는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가 주류를 이룬다.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불법 다단계 가상화폐 거래소의 피해 금액은 수조원에 달한다. 경기 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관련 혐의자 1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600만원을 투자하면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피해자 6만9000여 명에게서 3조850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상장 관련 사기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트코인 마진거래를 가장한 도박장도 개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시세를 이용해 도박장을 개설한 피고인들이 검찰에 기소돼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도박장을 열고 비트코인 시세 차트를 부여주며 상승 또는 하락에 돈을 걸게 했다. 이용자에게서 받은 돈은 516억원에 달했으며, 모두 대포통장에 입금됐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4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4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무법지대서 판치는 가상화폐 범죄…“규제 시스템 필요”

가상화폐를 직접 노린 피싱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찰청은 올해 들어 3개월간 32건의 피싱사이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동안 41건이 적발된 것에 비해 피싱이 급증한 것이다. 피해자의 가상화폐 거래소 계정을 해킹해 기존 가상자산을 임의 매도한 뒤 이른바 ‘잡코인’을 최고가에 매수한 사례도 적발됐다. 말 그대로 피싱과 해킹 시세조작 범죄가 동시에 일어난 사례다.

이외 가상화폐로 불법 음란물·마약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한미군은 다크웹을 통해 마약류 판매 사이트에 접속해 해외로 비트코인을 송금하고, LSD 등 마약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아울러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유포한 조주빈은 범죄수익을 가상화폐로 지급받아 환전하는 방법으로 약 1억8000만원의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특징을 활용한 범죄가 다양해지고 있어 제도화를 통화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범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가상화폐를 추적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부터 범정부 차원의 가상자산 관련 불법행위를 특별단속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가상자산 불법행위 종합 대응 TF’를 꾸려 불법 다단계 투자 사기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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