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 안 지난 아들’ 죽어가는데 방치한 친모, 징역 4년형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5.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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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책임 지고 있는 동거남 학대 사실 발각 두려워 신고 안해
서울 소재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교사가 버려진 아기를 돌보고 있다.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서울 소재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교사가 버려진 아기를 돌보고 있다.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자신의 아기가 죽음에 이를만큼 동거남한테 상습적 폭행을 당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던 20대 여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친모는 아기가 숨을 헐떡이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음에도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동거남이 학대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결국 동거남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아기의 친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아기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살해됐다"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고 보상할 수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30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2020년 4월 동거남 A(23)씨와 교제를 시작할 당시 B(24)씨는 전 남자친구와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B씨는 아기가 태어나면 곧바로 입양 보내기로 A씨와 약속하고 2020년 11월29일 아기를 출산했다. 하지만 아기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해 이들은 당분간 함께 지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12월26일까지 반복적으로 아기의 머리를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왜 이렇게 세게 때리냐"며 우려를 표했지만, A씨는 "입양 보낼 건데 정 주지 말라"며 분유를 '쪽쪽' 거리면서 먹는다는 이유로도 아기를 때리려 했다.

하지만 B씨는 A씨의 폭행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아기의 이마에서 멍 자국을 발견했음에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B씨는 아기가 숨을 헐떡이며 몰아 쉬는 것을 보고도 A씨의 학대가 발각될까 두려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이에 아기는 결국 호흡 불안 30분 만인 2020년 12월27일 오후 3시경 숨이 멎었다. 그제서야 B씨는 119에 신고해 아기를 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이미 뇌사 상태였고, 28일 결국 아기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아기의 눈썹 윗부분과 이마 양쪽은 심하게 멍든 상태였다.

아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담당자는 "아기의 머리 전체 여기저기에 출혈이 있는데 발생 시기가 다르다"며 "머리에 대단히 큰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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