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女골프, 美·日·동남아 거센 도전 뿌리칠 수 있을까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0 15: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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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올림픽 금메달 2연패 도전
두 번째 도전하는 김세영, 첫 출전하는 고진영·김효주도 각오 다져

한국 여자골프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도쿄에서도 금메달로 세계 최강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이번 대회에선 최대 라이벌인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선수들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려면 올 시즌 LPGA에서 3승을 올리며 독주하고 있는 ‘최대 강자’ 넬리 코다(23·미국)를 넘어야 하고, 홈코스의 하타오카 나사(22·일본), 그리고 ‘루키’ 강자 패티 타바타나킷(22·태국), 유카 사소(20·필리핀) 등을 꺾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랭킹 2위 고진영(26), 3위 박인비(33), 4위 김세영(28), 6위 김효주(26)가 대표로 출전한다. 여자대표팀 사령탑은 리우올림픽에 이어 박세리 감독(44)이 맡았다. 올림픽 골프는 8월4일부터 7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에 있는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이스트 코스에서 열린다.

2016년 8월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하계올림픽 여자골프 4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의 박인비가 시상식을 마친 뒤 믹스트존에서 금메달과 함께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박인비 “어렵게 대표가 된 만큼 꼭 2연패 하고 싶다”

박인비와 김세영은 지난 대회에 이은 두 번째 출전이고, 고진영과 김효주는 처음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는 금메달을 획득했고, 김세영은 공동 25위에 올랐다. 당시 은메달은 리디아 고(뉴질랜드), 동메달은 펑샨샨(중국)에게 돌아갔다. 리우올림픽 때는 박인비·김세영과 함께 양희영(32)과 전인지(27)가 출전했다.

2연패에 도전하는 박인비는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은 나의 큰 꿈이자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특히 리우올림픽 이후 5년 동안 좋은 기량을 잘 유지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 대표팀은 선발되기 어려운 자리니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잘 대비해야 할 것 같다. 대다수 선수가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 처음 가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운 날씨와 생소한 코스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훈련할 계획이다. 어렵게 이 자리에 온 만큼 올림픽 2연패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꼭 금메달을 따서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고 올림픽 금메달 2연패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올림픽 출전선수는 6월28일(한국시간)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끝나고 국제골프연맹(IGF)의 올림픽 랭킹으로 최종 결정됐다. 국가당 2명씩 60명이 출전하며 세계랭킹 15위 내에선 최대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명실공히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과 미국만이 4명씩 출전권을 따냈다. 미국은 랭킹 1위 넬리 코다와 13위 제시카 코다(28) 자매, 5위 재미교포 대니엘 강(29), 9위 렉시 톰슨(26) 등이 확정됐다. 주최국 일본은 랭킹 11위 하타오카 나사와 함께 27위 이나미 모네가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나사는 LPGA투어에서 3승, 일본 무대에선 1승이 있다.

철저하게 개인 기량에 의해 메달 색깔이 달라질 이번 도쿄올림픽의 금메달은 일단 한국과 미국 싸움으로 예상된다. LPGA에서 한국은 올 시즌 3승, 미국은 4승이다. 넬리 코다가 메이저 포함해 3승, 제시카 코다가 1승이다. 한국은 박인비·김효주·고진영이 각각 1승씩 올렸다. 특히 초반 주춤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의 역전을 허용했던 고진영이 7월5일 끝난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한국의 7주 연속 무관의 고리를 끊으면서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고진영은 “이런 기회를 쉽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모든 선수가 나가고 싶어 하는 올림픽이고, 대한민국 선수로서 나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나흘 동안 도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는 올림픽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도쿄에 갈 예정이다. 대회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감 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할 계획이다. 시험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에비앙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본 후에 도쿄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2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세영은 “첫 올림픽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에 꼭 만회하고 싶다. 모든 선수의 축제이자, 꿈, 큰 도전을 할 수 있는 올림픽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져 정말 감사드린다.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올림픽 전까지 모든 대회에 나갈 예정이다.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므로 체력 등 몸 관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올림픽은 다른 대회와 달리 책임감과 애국심이 많이 느껴지는 대회다. 어릴 때부터 올림픽을 보며 많은 영감과 희열, 감동 등을 느꼈기 때문에 꼭 이번 대회를 잘 치르고 싶다”고 메달 욕심을 숨지기 않았다.

첫 출전하는 김효주는 “평생 꿈꿔왔던 소원을 이뤘다. 5년 전에는 운동선수로서 꿈의 무대인 올림픽을 TV로만 봤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데 큰 영광과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 여자골프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게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동남아 선수 타바타나킷과 사소가 더 무서운 다크호스

한국의 금메달에 최대 걸림돌이 될 첫 번째 선수로는 넬리 코다가 꼽힌다. 넬리 코다는 2월 게인브리지 LPGA에서 우승한 데 이어 6월 마이어 LPGA 클래식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하며 최고의 샷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넬리 코다는 드라이브 평균거리 273.55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72.76%, 그린 적중률 74.87%, 샌드 세이브 50.98%, 평균 퍼팅수 29.19개, 평균타수 68.86타, 시즌 상금 179만3930달러를 획득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 선수들보다 동남아의 타바타나킷과 사소가 더 무서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4월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하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타바타나킷은 올 시즌 톱10에 6회나 올랐다. 드라이브 평균거리 274.65야드로 장타력을 갖고 있는 데다 그린 적중률(70.83%)과 평균 퍼팅수도 29.17개로 상위권이다.

LPGA 비회원으로 6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스타로 급부상한 사소는 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두 번 들었다. 사소는 LPGA투어에서는 아직 검증 단계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선 이미 2승이나 거둬 일본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영·고진영·김효주 선수ⓒ연합뉴스

올림픽 코스, 한국과 일본 선수에게 유리할 듯

1929년 36홀로 개장한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이스트 코스(파71)는 누구에게 메달을 안겨줄 것인가. 코스 특성상 한국과 일본 선수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잔디와 러프 때문이다. 홀마다 양옆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형성돼 있고,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2016년 톰·로건 파지오 부자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면서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린이 넓어졌다. 그린 주변 벙커도 더욱 깊어지고 커졌다. 다소 평탄하던 코스 언듈레이션이 역동적이고 도전적으로 변했다.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좀 더 정확하게 해야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 페어웨이 잔디는 바늘처럼 가늘고 촘촘한 일본 고라이 잔디로 페어웨이와 러프 지역은 철저하게 구분돼 있다. 특히 잔디가 발목까지 차오를 정도의 러프 지역에 들어가면 레이업을 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이 때문에 장타력보다는 정교한 티샷을 하는 선수에게 메달 전망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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