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성장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노동개혁으로 성장 더 가능”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0 10:00
  • 호수 16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시대정신은 경제성장…‘경제 대통령’ 되겠다”
“친노동·친자본 딱지 안 붙은 유승민만이 대타협 이뤄낼 수 있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7월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은 ‘경제성장’”이라면서 “경제가 다시 성장해야 미래 세대가 고통받는 불평등, 일자리, 인구절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핵심 딜레마를 경제성장으로 풀어야 한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동시에 유 전 의원은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는 담론을 거부했다. 그는 “1950년대 한국이 지금처럼 성장할 줄 누가 알았나. 많은 사람이 ‘한국의 성장은 끝났다’고 말하는데 저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성장의 전략과 방법을 바꾸면 언제든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전문가다. 여야의 여러 대선주자 중 경제 분야에서는 비교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시사저널 이종현

단도직입적으로 ‘왜 유승민인가’라고 묻는다면. 

“흔히 시대정신을 ‘공정’이라고 한다. 저는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일이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특히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양극화와 불평등, 인구절벽, 일자리 등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 열쇠는 결국 성장에 있다. 공정 문제도 경제로 풀 수 있다. 지금 좌절하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와 어려움을 푸는 것도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이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다음 5년은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꼭 필요하다. 제가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

‘유승민표 성장’의 핵심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혁신 인재 100만 명 양성’과 ‘노동 개혁’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결코 키우지 못한다. 공무원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공무원 많이 뽑는다고 경제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공공부문 일자리 만드는 데 쓰는 세금을 혁신 인재 양성하는 쪽으로 틀어야 한다. 이게 바로 ‘성장의 제1전략’이다. 인재를 키워내야 성장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뭔가.

“기존 교육 시스템에 아주 큰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는 이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서울대에서도 되고 있지 않다.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의 교육 틀이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 내 칸막이를 허물고 융복합 교육에 나서야 한다.” 

노동 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규제를 더 풀고, 세금도 더 낮춰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과제는 노동 개혁이다.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고되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면 노동자는 강하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할 비용을 기업에서 끌어내야 한다. 경제를 다시 살리기 위해 노사 모두 자신의 핵심 이익을 양보해야 한다. 그걸 정부가 공정하게 중재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다.”

노동유연화 문제는 합의가 쉽지 않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되 노동시장 경쟁에서 탈락하는 이들을 위한 안전망은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실업급여를 3개월, 6개월 주는 방식에서 탈피해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제가 ‘공정소득’을 말하는 이유다.”

유 전 의원이 말하는 ‘공정소득’은 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개인’에게 부족한 소득의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소득에 따라 대상자를 선별하고 현금을 차등 지급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했던 ‘기본소득’과는 구분된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5월31일 영남대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날 특강은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초청으로 열렸으며 유 전 의원은 ‘코로나 이후의 한국과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5월31일 영남대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날 특강은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 초청으로 열렸으며 유 전 의원은 ‘코로나 이후의 한국과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했다.ⓒ연합뉴스

그 난제를 ‘대통령 유승민’만 풀 수 있나.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선 대통령에게 ‘친기업’ ‘친노동’ 딱지가 붙어있으면 안 된다. 신뢰가 핵심이다. 정치하기 전부터 열심히 하던 일이 재벌 개혁 정책이다. 거꾸로 양대 노총에 잘 보여 표를 얻을 생각도 전혀 안 했다. 그럼에도 노동계에선 지난 대선에서 제 노동공약을 굉장히 좋아했다. 제가 보수 정당 정치인이지만 ‘재벌 편’ ‘기득권 편’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노사 중간에서 공정하게 양측을 설득해 노동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또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공급을 확 늘리고 세금은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집권하면 민간개발 방식으로 수도권에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 공공임대도 50만 호를 추진한다. 초반부터 공급 의지를 확실히 천명해야 한다. 강남 집값이 안정적이었을 때는 분당 같은 강남 인접 도시에 공급이 확 늘었을 때밖에 없다. 공급의 위력이다. 그럴 땅을 못 찾으면 용적률을 확 풀어 층수를 높여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세금을 내려야 한다. 시장에 제대로 된 신호를 줘야 한다.”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다.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고 스킨십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저한테 엘리트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스킨십이 약하다는 평가는 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수십 년 이상 계속 간다. 제 주변의 사람이 절 떠난 적이 없다. 지지율 문제는 간단하다. 제 지지율은 지금 ‘영남’과 ‘보수’에 갇혀있다. 구체적으로 탄핵에 반대했던 보수 유권자들이다. 동시에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가장 강한 세력이다. 그분들이 제게 ‘탄핵 찬성을 사과하라’고 하면 저는 그건 못 한다. 하지만 ‘이준석 현상’에서 보듯 그들이 새로운 명령을 하고 있다. 바로 정권교체다. 전략적 선택을 이미 하셨다.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수 유권자들의 명령은 이미 시작됐다. 영남 보수 표심이 움직인다면 제 지지도는 요동치게 될 것이다.”

‘대선주자 윤석열’은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저는 X파일이나 장모 문제 등과 같은 개인 신상과 관련한 네거티브를 할 생각은 없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먼저 ‘간보기 정치’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국민 앞에 왜 정치를 하는지,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를 좀 더 자세히 빨리 밝혔어야 했다. 다음은 출마선언문을 보고 느낀 점이다. 생각보다 보수적이란 인상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자유’를 유독 강조했다. 사실상 ‘자유’만 강조했다.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하면서 ‘헌법을 준수한다’고 한다. 헌법을 준수한다는 것은 헌법 가치를 지킨다는 뜻이다. 제가 늘 강조하는 ‘낡은 보수’의 잘못이 있다. 헌법에는 자유라는 가치만 담겨있지 않다. 당장 평등이 있다. 성장만 있는 게 아니라 복지와 분배도 있다. 헌법에는 공정과 정의, 인권, 생명, 안전, 법치 등의 가치가 망라돼 있다. 그런데 낡은 보수들은 자유만 말한다. 그 자유를 우리 역사에서 누가 가져왔나. 민주화 세력이 가져왔다. 물론 ‘가짜 진보’들이 그 자유에만 머무르며 실패하고 있다. 왜 보수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좁은 운동장에만 머물러 있나. 가치를 넓히고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공화주의’를 강조하는 거다. 진정한 공화주의는 헌법 가치들이 골고루 지켜지는 것이다. ‘대선주자 윤석열’도 낡은 보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만나자는 연락은 없었나.

“없었다. 저한테는 만나자거나 안부 등의 연락 모두 없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한다면.

“순발력이 엄청나게 좋다. 눈앞에 정치적 기회가 나타나면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대신 지도자로서 국가 미래를 위한 고민을 하고 이게 좋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력은 굉장히 약한 것 같다. 기본소득이 표가 될 것 같아 그렇게 오래 열심히 말해놓고 허점이 너무 많이 나오니 이제 와선 아니라고 한다. 신뢰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비전을 제시하려면 깊이 고민하고 해야지 달콤한 사탕 던지듯 하면 안 된다. 굉장히 나쁜 포퓰리스트의 모습이다.”  

☞연관기사

유승민 “집권하면 여가부 폐지…군필자엔 주택청약 가점”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