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까지 종합부동산세 매겨야 하나 [쓴소리 곧은소리]
  •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3 07:00
  • 호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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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가 2% 불과하니 괜찮다고? 천만의 말씀…정권 빼앗긴 노무현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

주택에 대한 보유세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재산세는 주택이 소재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부과하고(지방세),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여러 채가 전국에 있을 경우 조세 부담의 형평성 차원에서 국가가 이를 ‘종합’해 과세한다(국세). 기본적으로 지방세인 재산세와 달리 국가가 세수입 확보보다는 투기 방지 목적으로 운용하는 유도·조정 목적의 세금이 종합부동산세다.

종합부동산세법 역시 담세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는 소득세 등 대중적 성격의 조세와는 달리 특정한 목적(투기 방지)으로 운용하는 ‘처분적 법률’의 성격이 짙다. 이는 입법부에서 만든 법률의 내용이 자동집행력(처분)까지 담고 있어, 담세 능력과는 상관없이, 차별적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대상에게 납세의무 부과를 규율할 수 있다. 특히 입법부를 장악한 정부가 이를 남용할 경우 헌법의 기초인 3권 분립의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종전 토지초과이득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의 헌법불합치 결정 단초도 여기에서 제공됐다고 본다).

2020년 11월27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무상담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년 11월27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무상담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연합뉴스

조세의 헌법적 원칙은 ‘과잉부과 금지’

필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종합부동산세법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적용 대상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보장받는 권리가 아니므로 국가안전보장 또는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제37조의 2).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 판단 기준으로 ‘비례의 원칙(과잉제한 금지원칙)’을 두고 있는데, 이에는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들고 있다(98헌바94 등 다수).

살피건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현재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에다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여기서 세부담액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이다. 최근 두드러진 주택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고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이를 모두 인상하는 이른바 ‘3중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급증했고 조세 저항 움직임도 있었다. 이런 정책이 4·7 재보선에 영향을 미쳐 집권여당이 참패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조세 저항을 무마하고자 최근 정부·여당은 주택공시가격 상위 2%에 해당하는 자에게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행 법규대로 적용하면 1가구 1주택자 18만3000명에게 1956억원의 종부세가 부과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9만4000명에게 1297억원이 부과된다고 한다.

주택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매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한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공시가격은 올라간다. 당연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100분의 60부터 100분의 100)은 세부담 상승을 조정하기 위한 완충장치(safe harbour)의 일환으로 가격의 폭등과 폭락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2022년도부터 100분의 100을 적용하므로 존재 의미가 없게 됐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에는 세부담 상한선을 두고 있긴 하다. 즉, 올해 납부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합계액은 직전연도 납부액의 100분의 150까지를 상한으로 하고 그 초과분은 없는 것으로 본다(제10조). 그러나 임금상승률이나 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상승 제한폭이 합리적인지는 의문이다. 돈이 부족하면 집을 팔거나 빚을 내서라도 세금을 내라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억지다.

 

보유 주택값 높다고 투기라 할 수 없어

정부·여당의 개편안대로 종합부동산세법이 개정되면 문제는 없는가? 아니다. 투기 목적이 아닌 1가구 1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부담의 급격한 증가가 큰 문제다. 이들은 집값을 올려달라고 정부에 애원하지도 않았다. 투기 목적도 없다. 그저 그 집에 살고 있을 뿐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부가 저질렀는데, 그 죗값(?)은 이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꼴이다. 이들은 이미 보유세 성격의 상당한 재산세를 부담하고 있다. 단지 주택의 ‘값이 높다(高價)’는 이유만으로,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자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은 단순하게 재산적 가치로 평가할 수 없는 인격적 요소, 즉 인간 존엄성의 실현이나 행복추구권과 같은 개인적 자유의 실현에 기여하는 독특한 성격이 있고,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 또는 입법권자의 형성권(세금 부과)은 매우 협소하며 이는 엄격한 비례성 심사(위헌 여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94헌바37)고 했다. 올바른 결정이다.

주택에 대한 세금은 납세자가 해당 주택을 투기적 대상으로 보유하는 것인지(불성실납세자) 아니면 가족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으로 보유하고 있는지(성실납세자)에 따라 차별적인 과세체계를 구축해야 마땅하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개정안대로라면 1주택 종합부동산세의 수입은 1297억원이다. 미미하다. 차라리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과감하게 면제하고, 그 부족분인 1297억원은 다주택자나 토지 등에서 더 걷는 것이 세법 논리에도 맞고 투기 방지라는 명분에도 부합한다. 쾌도난마식 접근(징벌적 과세)은 초보 운전자도 할 수 있다. 실력 있는 정부라면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양’의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조화로운 답안을 작성한다.

세법의 제정과 개정 권한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가 지니고 있어, 세금은 근본적으로 정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입법부와 집권 정당을 심판한다.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자가 2%에 불과하니 괜찮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인간의 본성을 1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적어도 상위 40% 이상은 ‘그 2% 이내’에 들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잠재적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다. 이들이 만족할까? 올해 12월에 나올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는 내년 3월 대선과 5월 지방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족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주택 보유세 부담 증대였음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교사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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