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미추홀구 청소근로자 쓰러져…“인력 부족에 따른 피로 때문”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0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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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 동료 청소공백 메우려고 1시간씩 일찍 출근
청소근로자 등 현장관리직 26명 결원 불구 충원 안 해 
체육시설 직원만 채용 시도…구의회서 예산 전액 삭감

최근 인천 미추홀구의 청소근로자들이 출근시간을 1시간씩 앞당겨서 인력부족에 따른 청소공백을 메워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근로자들이 인력부족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쓰러지고 있는데도,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은 코로나19 때문에 문도 열지 못하는 체육시설 직원만 충원하려고 했다가 눈총을 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미추홀구 전경. ⓒ이정용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 전경. ⓒ이정용 기자

9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8일 오전 6시30분쯤 미추홀구의회 1층 청소근로자 휴게실에서 A씨(53‧여)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영양제 주사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A씨는 미추홀구 청사 경비동을 청소하다가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동료들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오전 5시30분쯤 출근해 미추홀구의회 청사도 청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출근시간은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빨랐다. 이는 지난 6월25일 정년퇴직한 동료의 청소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미추홀구 청소근로자들이 번갈아가며 출근시간을 1시간씩 앞당겨서 정년퇴직한 동료의 청소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추홀구의 한 청소근로자는 “원래 2인 1조로 청소를 하는데, 요즘은 인력이 부족해서 1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혼자 청소한다”며 “인력을 충원해주지 않고 초과근무수당으로 겨우 1만원 정도 쥐어주면서 꼭두새벽에 출근시키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의 미화업무 등 현장관리직 정원은 146명이지만, 실제로 1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력이 26명이나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중 청소근로자 결원은 2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은 지난 6월17일 체육시설 운영에 필요한 직원만 채용하는 예산안을 미추홀구의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예산안은 미추홀구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동 미추홀구의원은 “청소근로자들은 출근시간을 앞당겨서 청소공백을 메우고 있는데도,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은 코로나19 여파로 문도 열지 못하는 체육시설 직원만 뽑겠다는 예산안을 올려서 전액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근로자가 쓰러진 사태에 대해 업무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추홀구의회 직원들은 청소근로자들의 인력이 충원될 때까지 직접 청소하기로 했다.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도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청소근로자가 쓰러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주고, 빠른 시일 안에 미화업무 등 시급한 현장관리직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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