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이낙연, 사석에선 아재 개그도 잘하고 노래도 즐겨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7 13:46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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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 부인 김숙희씨
“‘엄근진’ 남편 대신해 분위기 풀어주는 역할 맡아”

여야 대권주자들의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카메라에 비친 대권주자들의 모습 말고, 그 이면의 생활과 가정에서의 삶은 어떨까. 시사저널은 평소 대권주자의 뒤에서 조용히 내조하다가도, 때로는 곁에서 돕고, 또 때로는 앞장서서 역할을 대신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래서 똑같이 검증대에 서기도 하는 부인(또는 남편)의 일상과 생각을 들어보고자 주요 후보들의 배우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첫 번째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숙희씨를 만났다.

매주 화요일 밤이면 광주행 열차에 오른다. 마을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싸고 재래시장에서 식당 일을 돕는다. 사흘을 보내고 주말이 되면 서울로 올라와 밀린 집안일을 한다. 그렇게 생활한 지 한 달 하고도 몇 주.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이낙연 전 대표 부인 김숙희씨의 요즘 일상이다. 대선 경선 국면에 접어들며 전국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전 대표를 대신해 부인 김씨는 일찍이 호남특보를 자처하고 나섰다. 단, 세간의 눈에 띄는 대외 행보보다는 봉사활동에 무게를 뒀다. 두 달 가까이 광주를 오가는 동안 언론 노출도 사실상 전무했다.

“해 뜰 무렵 시장에 가서 커피 파는 아주머니의 조수가 되기도 하고, 천원식당 주방에서 양파를 까며 일손을 거들기도 해요. 먼저 남편 잘 봐달라, 도와 달라 이런 얘긴 안 해요. 그냥 사는 얘기를 같이 나누는데 재밌고 좋아요.” 20년 넘게 정치인 아내로 살아온 그는 참모들 사이에서 이 전 대표의 무뚝뚝함을 풀어주는 ‘친근한 사모님’으로 통하곤 했다. 7월13일 시사저널과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는 남편 이낙연에 대한 평가와 현재 대선 판세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시사저널 박은숙

매주 광주를 오가는 일정이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남편이 모든 곳에 다 갈 수 없으니 대신 가서 인사를 드리는데,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힘들지가 않아요. 알아봐주시는 지지자들께서 응원도 해주시고. 국회의원 부인 하면서 그동안 일 년에 김장도 여러 번 담그고 봉사활동도 워낙 다양하게 해서 익숙하기도 해요.”

이 전 대표의 정치 여정 20여 년을 동행하며 지킨 특별한 내조법이 있나요.

“남다르게 해주는 건 없고, 제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에요. 사람들 만나면 같이 사진 찍고 스킨십하는 걸 좋아해요. 같이 찍은 사진을 늘 보내주며 인사 메시지도 같이 적어요. 이름을 잘 외워뒀다가 다음에 또 만났을 때 직함 앞에 이름을 꼭 넣어 불러주려고 해요. 그럼 ‘나를 기억하는구나’ 하고 좀 더 친근함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인터뷰에 배석한 배재정 캠프 대변인은 때마다 참모들을 위한 김씨의 ‘집밥 내조’가 있었다고 첨언했다. 배 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전남지사와 총리로 있을 땐 공관 생활을 하며 가끔 직원들을 초대해 점심을 대접하곤 했다. 단출하게 칼국수 끓여 나눠 먹으며 분위기를 좀 풀어주려 했다”고 전했다.

참모들과는 어떤 얘기들을 주로 나눴나요.

“남편이 알려진 대로 공적으로 정말 엄격하고 철두철미한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함께하는 직원들이 좀 힘들어 하기도 해요. 그걸 아니까 한 번씩 초대해서 ‘남편이 일부러 괴롭히려는 건 아니니까 잘 봐달라’고도 하고, 또 ‘그런 남편하고 30년을 넘게 산 나도 있잖나. 여러분들은 몇 년 같이 살아보지도 않았잖아’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어요.”

이 전 대표는 ‘엄근진(엄중·근엄·진지)’ 이미지가 강합니다. 댁에선 어떤 모습인가요.

“일에 있어선 정말 보는 사람도 힘들 만큼 철두철미해요. 그런데 사석에선 아재 개그도 잘하고 노래도 즐겨요. 일할 때 딱딱한 모습 보다가 저녁에 집에 와서 풀어진 모습을 보면 정말 다른 사람 같을 때도 있어요. 예전엔 집에서 《복면가왕》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즐겨 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피곤에 절어 그냥 쓰러져 자기 바쁘죠. 얼굴 보기도 힘들어요. 저한텐 개인적으로 ‘츤데레’ 같은 성향이 좀 있어요. 나에 대한 칭찬도 꼭 남한테 해요. 직접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숙희씨가 7월14일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상인들의 일을 돕고 있다.ⓒ
김숙희씨가 7월14일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상인들의 일을 돕고 있다.ⓒ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두 번의 역전’ 기억 생생…이번에도 믿는다”

기자부터 국회의원·도지사·국무총리를 거치는 동안 언제가 가장 힘든 시기였나요.

“초선 국회의원이던 2003년, 아들이 뇌종양 판정을 받아 여러 번 수술하던 때가 우리 부부에게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기였어요. 앞으로 어떤 정치적인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때 고통은 절대 넘어서지 못할 거예요. 그 시기를 거친 후, 좀 힘들다 싶을 때마다 ‘아들의 생사가 갈리는 상황도 겪었는데 이게 무슨 대수냐’라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보다 앞서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이 돼 함께 일본에 갔을 때도 막막하고 힘들었어요. 남편 출근하고 나면 어린 아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혼자 어학원 찾아가서 공부도 하고 여러 경험을 하며,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던 것 같아요. 이젠 어느 곳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살 걸요(웃음).”

반대로 가장 보람과 기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두 번의 큰 역전의 기억이 있어요.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당이 찢어졌고, 남편은 민주당에 남아 선거를 치렀어요. 그때 열린우리당 열풍 속에서 계속 열세를 겪다가 막판에 역전해 당선됐어요. 바닥을 돌며 죽을 힘을 다해 유세했던 기억이 있어요. 전남지사 당 경선 때도 남편이 여론조사에선 졌는데 현장 투표에서 뒤집어 승리한 적이 있었어요. 현장 연설을 잘해서, 상대 후보를 찍으러 왔던 사람들까지 돌아서게 했죠. 지금도 대권주자 지지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잖아요. 전 우연이 아니라고 봐요. 토론을 하면 할수록 남편의 진가가 드러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내 입장에서 이번 대선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신가요.

“역전 가능성 충분하다고 봐요.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서도 역전시킨 경험이 있으니까요. 다만 무조건 어떻게든 이겨야지 생각하며 아등바등하고 싶진 않아요. 남편한테도 편하게 마음먹으라고 해요. 한번은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하길래 ‘여보 난 그만했으면 좋겠어. 여기까지 온 것도 감사한 일이야. 편하게 가자’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한참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였을 거예요. 그런데 본인은 그게 잘 안되나 봐요. ‘그게 내 맘대로 되겠나’ 딱 한마디 하더라고요.”

대선 국면에서 가족들을 향한 검증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담이나 걱정은 없는지요.

“이 세상에 털어서 흠 하나 안 나오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2017년 총리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아주 엄격한 검증을 치렀어요. 정말 힘들긴 했어요. 저나 남편은 괜찮은데 주변 가족들이 상처받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대선 검증은 더 길고 더 혹독하게 치러질 테니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어요.”

이 전 대표가 전남지사 시절 (미술학도 출신인) 부인의 그림을 산하기관에 고가로 판매했다는 의혹이 당시 청문회에서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국회에서 그런 질문을 받을지 상상도 못 했어요. 최대한 자료를 찾아 남편이 (사실과 다르다고) 답변을 충분히 했어요. 청문회나 언론에 제 이름이 거론된 것에 당황했지만,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받아들였습니다.”

“남편, 말리고 싶을 만큼 책임감 강하다”

배우자로서 ‘이낙연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책임감이 강해요. 어떨 땐 저 책임감을 내려놓고 살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요. 지역구 관리할 때도 10년을 넘게 빠짐없이 주 5일 국회에 나와 일하고 금요일 저녁에 지역 내려갔다가 일요일 밤에 다시 올라오는 생활을 했어요. 골프도 못 쳐요. 당 대변인 할 적에 제가 그렇게 배우라고 했는데, 골프를 치러 나가면 하루를 그냥 버리게 된다고 끝내 안 배우더라고요. 가정에 대해서도 책임감이 강해 제가 참 편했어요. 이런 성격이 국정 운영에 긍정적으로 발휘될 거라고 믿어요.”

정치인의 배우자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솔직히 힘들긴 해요. 그런데 그걸 상쇄할 만큼 감사한 일이 많아요. 정치인 남편을 만나 폭넓은 삶을 살 수 있었어요.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살았을 것 아니에요. 평생 만날 수 없던 다양한 분들을 남편 덕에 만나고 경험 못 할 일도 많이 경험했어요. 무슨 일이든 어떻게 좋기만 하겠어요. 이런 혜택과 보람이 있었던 만큼 힘든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이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퍼스트레이디가 된다면 어떤 일을 주로 해보고 싶으신가요.

“직장 여성들 육아를 편히 만들어주는 데 관심을 가져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 며느리도 지금 일을 하는데, 주말에 일해야 할 때 아이들을 우리 집에 맡겼어요. 제가 요즘은 지방에 다니느라 봐줄 수 없게 되니, 아이들 외할머니에게 맡기거나 파트타임으로 사람을 부르더라고요. 아주 힘들어해요. 저도 과거에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도 누가 그때로 돌아갈래 물으면 안 가고 싶을 만큼요. 물론 지금 육아 환경이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좀 더 촘촘하게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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