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한 일본 “한국의 ‘탈일본’? 의미 없는 야단법석”
  • 김재훈 일본 ‘라미TV’ 운영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9 10:00
  • 호수 16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對韓) 수출규제 2년과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반응 여전히 ‘냉담’
“일본 요구를 수용해야 한·일 관계 개선 가능”

지난 7월4일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규제를 시작한 지 2년째 되던 날이었다. 지난 2년 동안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달았고, 한국에서는 ‘탈(脫)일본’에 매진했다. 하지만 일본의 정치인과 대다수 언론은 한국의 탈일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거나 애써 평가절하하는 모습이다.

7월7일 BS-후지의 밤 메인 뉴스인 《프라임뉴스》에 출연한 호소카와 마사히코 메이세이대학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한국을 보면 과거부터 대일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제기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이번에도 역시 실패했다”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으로 2년 전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많은 방송에 출연해 일본 정부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했던 인물이다.

이번 방송에서도 그는 “한국이 탈일본 성과를 내며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은 그동안 수출규제라며 난리를 피웠지만, 정작 2년이 지난 지금을 보면 (한국에) 전혀 부정적인 영향이 없었다. 결국 한국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의미 없는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야마기와 다이시로 자민당 의원은 “수출규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전보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수출한 제품이 북한을 포함해 어디로 다시 이동했는지 알 수 없었기에 수출규제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이 그 점을 확실히 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1일 ‘한국, 반일 불매운동으로부터 2년, “탈일본” 추진했더니 세계가 “탈한국”’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후지TV 정보방송 《it!》
2019년 8월12일 한국의 반도체 소재 주요 3품목의 일본 의존도를 소개하고 있는 호소카와 교수. TBS 정보방송 《히루오비》

“일본의 수출규제 따른 한국의 피해는 미미” 주장

7월1일, 후지TV의 저녁 정보방송인 《it!》에서는 ‘한국의 반일 불매운동으로부터 2년, “탈일본” 추진했더니 오히려 세계가 “탈한국”’이라는 제목의 특집보도를 다뤘다. 유튜브에도 공개한 이 영상은 7월14일 현재 조회 수가 300만 회에 가까울 정도로 일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보도에서 서울 특파원은 한국의 일본 부품·소재 수입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조5000억 엔이 넘는다며, 이는 전년 대비 15%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결국 한국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소리 높여 탈일본을 외쳐왔지만, 일본 의존 구도는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동으로 탈한국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였다.

7월7일 일본 유력 언론매체인 ‘데일리 신초’는 ‘문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던 “일본의 기습 공격을 극복”, 사실은 멀기만 한 “탈일본”’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12일에는 ‘석간 후지’가 ‘대일본 의존 탈피, 한국 ‘대실패’인가? 일본의 ‘수출관리 강화’(일본은 수출규제를 수출관리 강화로 표현한다)로부터 2년, 자화자찬으로 들뜬 분위기지만…눈앞에 있는 것은 ‘지옥의 입구’’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일본 누리꾼들 역시 이런 언론 보도들의 댓글에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수출규제가 아닌 수출관리다” “무역전쟁이 커져도 상관없고, 한국이 어떻게 되든 큰 관심이 없다” “한국은 도와줘도 배신하고 거짓말만 하는 골칫거리” “수출관리는 일본의 자유다”라는 반응을 주로 나타냈다.

2019년 9월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재료 수출관리 강화에 대해 ‘지지’가 67%, ‘반대’가 19%로 압도적인 지지 의견을 보였다. 이런 경향이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금의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 내 여론은 현재 문재인 정부 아래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내년 대통령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며, 유력한 후보의 면면과 함께 그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향후 예상되는 한·일 관계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국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어긴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자민당 정치인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단언하고 있다.

7월6일 ‘“포스트 문재인” 속속 출마 표명’이라는 자막(화면 오른쪽 위)과 함께 한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를 소개하고 있는 BS-TBS 밤 메인 뉴스 《보도1930》

한국의 내년 대통령선거에는 큰 관심 가져

지난 7월6일 BS-TBS의 밤 메인 뉴스인 《보도1930》에 출연한 마쓰카와 루이 자민당 의원은 “일본 측 입장은 명확하다”며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야기는 전혀 전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미·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상황을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은 일본 정부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한·일 관계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선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34.9%(10~30대 여성은 48.1%),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64.5%(10~30대 여성은 51.7%)로 각각 나타났다. 향후 한국과 일본의 관계 진전이 양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지에 관한 질문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가 58.4%,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가 40.4%였다.

여론조사 결과, 10대에서 30대 사이 젊은 여성의 경우엔 한국에 긍정적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다소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일본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음악 인기 차트인 ‘오리콘’이 7월12일 발표한 ‘주간 앨범 랭킹’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아이돌그룹인 ‘BTS’의 베스트 앨범이 1위를 차지했고, 그 외에도 4개의 한국 가수 앨범이 톱10에 들어 있었다. 또 일본의 코리아타운으로 유명한 도쿄 신오쿠보는 연일 인파로 붐비고 있으며, 일본 방송에서도 한류 관련 주제를 다루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일본 국민이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정치와는 별개로 한류에 대한 열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일 관계에서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는 분위기는 2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와 관련해 2019년 7월31일, TBS의 밤 메인 뉴스인 《news23》은 ‘한·일 대립에도 붐비는 코리아타운’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이 인터뷰에 응한 젊은 여성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특히 한국 아이돌그룹의 팬인 한 여성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는 단지 한국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것뿐이니까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