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망친 장본인이 2030이라고?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6 12: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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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안전한 공연 문화 주도해 호평
방역 당국의 잘못된 시그널이 진짜 원인

우리의 일상에 다시 한번 고비가 찾아왔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한 확산세를 보이자 정부가 최고 단계인 4단계 시행에 돌입한 것이다.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정부는 2단계에서 4단계로 바로 올렸다.

4단계로 격상된 7월12일부터 인구의 대다수가 몰려 있는 수도권의 시계는 오후 6시에 멈췄다. 2인까지만 집합이 허용되기 때문에 3인 이상의 사적 친목모임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먹고 마시는 식당과 다중이용시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문은 열어도 손님이 거의 없어 자진해 조기 영업 중단을 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영업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오후 6시 이후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 소소하게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던 일상도, 한강공원에서의 음주도 사라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7월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노 가리 골목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2030세대 확진 비율, 4050세대보다 낮아

4단계 격상과 함께 한창 사회활동을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또래 친구들을 만나 사교활동에 힘쓰는 2030세대에 대해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생겨났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무증상 감염이 많이 발견된다는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커지면서 지난봄 이후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레저와 대외활동, 대면 접촉이 많은 젊은 계층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4단계 발령 전후 확진자 중에서 2030세대 비중은 4050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았다. 이 또한 표면적으로 보이는 현상과 관련해 비난할 대상을 찾은 ‘잘못된 여론몰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방역 당국이 봄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하반기에는 꺾일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움츠려 있던 국민들이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것이다. 그렇기에 재난 속에서도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언제든지 하고 있는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를 탓할 일은 아니다.

특히 젊은 공연 관람객은 팬데믹 시기에도 예년과 같은 적극적인 관극 문화를 되찾고 있었다. 작년에 주춤했던 공연 관람 문화가 올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회복됐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인터파크 등 공연 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고가의 대형 뮤지컬 주요 고객이 전통적인 4050에서 2030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업종이 대부분이지만 공연계는 그나마 가장 타격이 적은 업종의 하나가 됐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공연 전문가들도 많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연장 내에서의 2차 감염 사례가 없다는 점은 여전히 방역에서 안전하다는 점을 보인다. 최근 강남 대형 백화점에서 직원과 손님 사이에 감염이 일어났던 것과 비교해도 마스크를 쓰고 띄어앉기 좌석에서 함성이나 기립박수 없이 조용히 박수만 보내고 관람하는 공연장 문화가 상대적으로 문화활동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영화관 내에서 팝콘 등 취식을 금지하자 영화 관람을 포기한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공연장에서는 ‘침묵’ 문화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공연 마니아층을 형성해 오며 매출의 ‘큰손’이 돼온 이른바 혼자 관람하는 ‘혼공족’과, 같은 공연을 재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공연 소비 형태가 됐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시기가 길어지면서 1년 반 이상을 마스크를 쓰고 일상을 영위하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이면서도 관람의 쾌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무대 위 배우들은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노 마스크로 공연한다. 이는 영화관에서 스크린 속 배우들을 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화 체험이다. 따라서 노 마스크 연기자를 구경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내고 극장에 입장해 침묵의 관람을 하는 것이 이 시대가 낳은 최선의 문화소비가 되고 있으며 이를 주도하는 것 역시 2030세대다.

공연계는 지난 연말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공공 극장의 전면 폐쇄, 두 자리 띄어앉기, 취소 후 재예매 공지에 따른 관객들의 불편과 항의 등으로 수익성도 악화되고 관객 여론도 나빠지는 등 산업 전체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자구책 마련에 나섰고 이를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대비한 비상 상황 매뉴얼을 마련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빛을 보고 있다.

먼저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돼도 과거처럼 공공 극장이 폐쇄되지는 않는다. 현재 국립극단의 두 작품 《스웨트》와 《사랑II》는 거리 두기 4단계에도 매진에 가깝게 많은 관객이 모이고 있다. 뮤지컬 《비틀쥬스》를 공연하는 세종문화회관도 열려 있다. 지난해 공연을 모두 중단해 제작사들이 큰 희생을 치렀던 곳이다. 예술의전당, 충무아트센터, 정동극장 등 서울의 대표적 공공 극장들 모두 정해진 스케줄대로 공연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거리 두기 격상에도 공연 이어져 다행

또한 한 자리 띄어앉기는 가용 좌석을 50% 이하로 만들지만 올해부터는 동반자 외 거리 두기 정책으로 2명 연석 좌석도 판매가 가능해 70% 정도까지 상승하고 있다. 또한 예매 시스템에 가변석 제도를 도입해 거리 두기 단계 상향과 완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용 좌석을 50~7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다. 가변석을 구매한 관객은 상황이 악화되면 선제적으로 취소되지만 예전처럼 전체 취소 후 전체 재예매의 악순환을 더는 겪지 않아도 된다.

공연장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제한되면서 평일 오후 8시에 시작하던 공연들은 오후 7시 혹은 7시30분에 공연을 시작하고 인터미션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오후 10시 이전에 공연을 마치고 있다. 이미 브로드웨이는 10년 전부터 평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오후 8시 공연을 7시로 1시간 앞당겨 시행 중이다. 퇴근 후 공연장을 찾는 뉴욕 시민보다는 여행을 온 관광객이 많은 그곳의 특성상 일찍 공연을 관람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데 착안한 것이고 이 스케줄은 안착돼 있다.

이제 공연계는 일상 속에서 ‘위드(With) 코로나’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문화활동의 영역에 가장 활동량이 많은 2030세대가 호응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을 이끌어갈 미래의 주인들이다. 이들의 과감한 선택과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기성세대들 입장에서 다소 불안해 보일지라도 코로나19 이후의 빠른 일상 회복과 경제를 재건하는 주역이 될 것이다. 이들의 지칠 줄 모르는 문화 소비 욕구에 공연계를 비롯한 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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