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2.1% “일본과 교류하되 우리 입장 굽혀선 안 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9 10: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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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2년, 국민 인식 시사저널 여론조사
“지금도 일본 제품 불매” 71.4%
응답자 과반 “일본 수출규제, 한국이 더 이득 봤다”

2019년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 앞에, 그리고 전국의 유니클로 매장 앞에 ‘NO Japan’이 적힌 피켓이 세워졌다. 편의점마다 일본 맥주는 자취를 감췄고 일본 여행객 수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부터 급감세를 보였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구호는 철저히 실현됐다.

발단은 그해 7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한국을 향한 갑작스러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발표였다. 이후 양국 외교라인은 대화의 빗장을 걸어잠갔고 국민의 감정 또한 날로 악화됐다. 그로부터 2년, 일본을 향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사저널은 7월13일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일본을 향한 인식과 향후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우선 2년 전 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참여는 얼마나 뜨거웠는지 확인했다. ‘당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한 적 있는지’를 물은 질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9.0%로 절반에 달했다. ‘어느 정도 참여했다’는 응답도 25.0%를 기록했다. 이를 합치면 국민 4명 중 약 3명(74.0%)이 당시 불매운동에 동참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참여도가 가장 높았던 연령대는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적극 참여 60.8%, 어느 정도 참여 23.3%)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참여도는 58.7%로 가장 낮게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불참했다’는 응답(39.4%)보다는 크게 앞섰다.

(왼쪽)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연합뉴스·EPA 연합

2년 지나도 한국의 불매운동 열기 여전

현재 일본 제품 불매 의지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조사 결과, 여론의 기저에 일본 제품 구매에 대한 반감은 여전히 식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도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5.9%로 나타났다. 2년 전 적극 참여했다는 응답률(49.0%)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이다. 불매운동에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다’, 즉 다른 선택권이 있을 때 일본 제품은 되도록 구매하지 않는다는 응답(25.6%)까지 더하면, 71.5%가 아직도 일본 제품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령대별로는 다소 격차를 보였다. 30대부터 60세 이상까지는 대개 불매운동 ‘참여’ 응답이 ‘불참’ 응답보다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높았다. 그러나 20대의 경우 참여와 불참 응답이 각각 49.6%, 49.5%로 대등했다. 일본에서 개발한 게임이나 IT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시간이 지나면서 불매 의지가 다소 약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닌텐도 스위치·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일본산 게임기와 게임 판매량은 2019년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했다.

이 때문에 ‘선택적 불매’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당시 불매운동 열풍은 실제 국내에 자리 잡았던 굴지의 일본 브랜드 다수를 줄줄이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인기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명동점을 비롯해 국내 매장 50여 개를 정리했다. 일본은 예상치 못한 가시적인 경제 손실을 겪었다. 일본 조치의 핵심이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역시 결과적으로 우리 시장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우리가 기술 자립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이를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 여론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간 손익계산서를 어떻게 계산하고 있을까.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2%가 결과적으로 ‘한국이 더 이득을 봤다’고 답했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도발에 큰 탈 없이 선방해 냈다고 본 것이다. 양국의 손익이 ‘비슷하다’는 입장이 23.9%로 뒤를 이었다. ‘일본이 더 이득을 봤다’는 응답 비율은 11.5%에 그쳤다. 손익이 서로 비슷하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한 20대(39.4%)를 제외하고는, 전 연령대에서 한국이 더 이득을 봤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

“반감 여전하지만 한·일 관계는 개선돼야”

한편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 의지가 여전한데도, 여론은 경색된 한·일 관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감은 남아있지만, 양국 간 외교 단절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일본 총리는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약식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에 대한 질문에 국민 3명 중 2명(65.2%)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필요하다’는 응답(32.9%)의 2배에 달했다. 필요하다는 응답 중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하게 답변한 비율도 30.7%에 이르렀다. 전 연령대, 전 지역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앞섰다. 60세 이상에서 필요하다는 응답(75.2%)이 가장 높았고, 30대에서 필요하다(50.9%)와 불필요하다(46.5%)는 응답률 차가 가장 적었다.

그렇다면 대화 재개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양보해야 할까. 대일 외교에서 과거사 갈등과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은 항상 딜레마다. 역사적 특수성 탓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의제가 많은 만큼, 그간 한·일 간 외교는 양국 국민의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조사 결과, 우리 국민 다수는 일본과의 교류를 중시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입장은 굽혀선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한·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52.1%가 ‘교류는 하되 우리 입장은 관철해야 한다’는 항목을 선택했다. 과거사 문제와 경제·외교 협력을 투트랙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19.3%)보다 ‘관계가 계속 악화하더라도 양보해선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25.4%)이 더 앞서기도 했다. 과거사 이슈를 경제·외교로까지 확장해 우위를 갖고 대응하려 했던 일본의 전략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긴 냉각을 깨고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 국민은 지금 대일 외교에서 오랜 기간 잃어버린 균형점을 되찾길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의뢰/시사리서치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 7월13일 조사/무선100% 표본 구성/무작위 생성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응답률 4.0%/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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