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적자’ 김경수 발걸음 따라 요동칠 與 대선 판도
  •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7 10: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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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남지사 장인 빈소에 이재명 부인 등 여당 대선후보 총출동
대법원 선고 따라 친문 행보 갈릴 듯

7월14일 오후 김경수 경남지사 장인 빈소가 마련된 전남 목포시 산정동 봉황장례문화원에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김 지사를 조문하러 온 것이다. 김씨는 지난 2018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소유자라는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받는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후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왔던 그가 외부 노출을 감수할 만큼 이날 조문을 특별히 챙겼다는 얘기다.

사연인즉슨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 방역에 비상이 걸리면서 이 후보가 직접 조문에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김씨가 남편인 이 후보를 대리해 조문하게 됐다. 당초 대선 경선캠프 좌장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보내는 방안이 고려됐으나 예를 다한다는 뜻에서 가족인 김씨가 직접 조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지사가 친문 진영에서 갖는 상징성을 생각할 때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겠느냐”며 “본경선을 앞두고 가뜩이나 친문에 박힌 미운털을 뽑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 후보가 무엇보다 김 지사와의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뿐 아니라 김 지사 장인 빈소엔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총출동해 ‘친문 적자’로 꼽히는 김 지사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7월21일 김 지사의 대법원 선고가 예정돼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친문 진영의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움직임도 달라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6월30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경남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지사, 특정 후보 공개 지지할 가능성은 작아

김경수 지사는 당초 친문 진영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됐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보석을 허가받아 지사직을 수행할 수는 있었지만, 무죄를 확정받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는 데는 실패했다. 김 지사 스스로도 대선 출마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어 대법원 선고 일정과 대선 경선 연기 가능성으로 야기될 당내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따라 친문 세력의 결집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대선 경선 판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김두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으로 정권 재창출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김두관의 선전과 김경수의 생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는 고등법원에서 이미 무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 이유에 대해선 “김 지사는 경남에 제가 하다가 놓친 부분을 되찾은 분이기도 하고 또 친문의 가장 적자로 상징되는 분”이라며 “김 지사 재판에 따라 대선 판도가 상당히 요동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관 후보 또한 경남지사를 지낸 경력이 있다. 이번에 대선 본경선에 진출한 김 후보는 김 지사 무죄를 호소함으로써 친문계 당원들에게 어필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친문 진영에서 차지하는 김 지사의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당내 친문계로 분류돼온 의원들 상당수는 지금 각 대선후보 경선캠프로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 나선 상태지만, 청와대 출신을 비롯해 20여 명에 달하는 의원은 아직 특정 후보 지지를 정하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 중이다. 김 지사의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행보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선고를 받고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더라도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거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 대다수의 시각이다. 대신 민주당 일각에선 친문 진영 일부에서 ‘반(反)이재명’ 연대를 가속화하는 집단행동을 결행하는 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지사가 갖는 친문의 상징성과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 드라마,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기대감 등이 친문 결집 움직임으로 이어져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일부 친문 관계자의 전망이다.

7월14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아내 김혜경씨가 김경수 경남지사 장인 의 빈소를 조문하고 돌아가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김 지사에 깍듯”…“친문, 이낙연-정세균 단일화 땐, 反李 구축”

한 친문 재선의원은 “7월말쯤 이낙연 후보와 정세균 후보의 단일화 윤곽이 드러나면 친문계 의원들이 반(反)이재명 전선을 좀 더 확실하게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에게 유독 공을 들여온 이재명 후보로선 최근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와 더불어 친문 지지세 결집이 가시화된다면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6월17일 경남 창원을 찾아 김경수 지사와 단독 오찬을 갖고 “친문, 반문 구분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친문 껴안기에 나선 바 있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으로 당내 인사들과 한창 논쟁을 벌일 때도 김 지사에겐 자신의 주장을 이해해 달라고 따로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정도로 김 지사를 깍듯하게 대했다”며 “마지막까지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김 지사의 지지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지사가 유죄로 확정되면 민주당은 대형 악재를 맞게 된다. 지난 대선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야당의 공세는 물론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기울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친문 결집 대신 친문 영향력이 현저히 퇴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개인적으로도 지사직을 잃고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면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이는 ‘차차기 주자’로의 기약도 쉽지 않은 만큼, 자칫 친문의 명맥이 사실상 끊기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크다.

실제 법조계 주변에선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해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잖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 일각에선 선고 결과가 대선 경선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차단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지사 선고일이 대선 본경선 시작 직전이니만큼 대선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경선 연기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 지사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을 결집할 정치적 자산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이번에 생환하게 되면 경선판을 요동치게 할 요소인 건 확실하다”며 “다만 대선을 앞두고 우리 당 경쟁력 측면에서 변수가 많아지는 게 꼭 좋은 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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