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마저 脫여권?…셈법 복잡해진 민주당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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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출마 힘 실은 김동연, 어떤 진로 택할까…與, ‘연대 제의·견제’ 동시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6월2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을 방문, 어민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6월21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 중리어촌체험마을을 방문, 어민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대권 행보에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여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김 전 부총리마저 '탈(脫) 여권' 가능성을 내비치자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특히 중도·진보 진영으로의 확장성이 클 것으로 평가되는 김 전 부총리마저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를 내며 차기 대권 몸풀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여권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김동연 "나라위해 몸 던지는 것 당연한 도리"

김 전 부총리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34년간 공직에 몸담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며 대권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제3지대'에서 대권을 도모할 가능성을 묻자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거나 동의하지 않지만, 권력 투쟁이나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정말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식으로 해서 환골탈태를 하는 쪽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입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전 부총리는 재직 시절 정부와 충돌했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분명히했다. 김 전 부총리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문제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시장과 소통하면서, 비교적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좋은 의도에 비해 거기에 맞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추구하는 가치를 오히려 해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제기를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김 전 부총리는 "그런 제 소신을 늘 얘기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도 제 얘기를 경청을 많이 해주셨습니다마는 결국은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고용 통계가 안 좋게 나오고, 말씀드린 그런 정책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의를 표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7년 6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6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대 가능성 열어둔 與…손짓·견제 동시에

김 전 부총리가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여권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범야권 인사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면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출신 고위관료 3명이 잇달아 이탈하게 된다. '정부 심판론' 구도가 한층 더 강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 전 부총리가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가진 점도 여권으로선 부담이다.  

강훈식 민주당 경선기획단장은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야당은 아직 장이 안 깔렸으니까 오면 마치 소문난 잔치처럼 말하는데 김동연 전 부총리에게 먹을 게 없다"며 "마치 거기(국민의힘에) 오면 대선주자 만들어줄 것처럼 말하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야권과의 연대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 단장은 이어 "아마 김 전 부총리도 본인이 '대통령이 되겠다. 본인 자체가 별이 되겠다'는 건지, 아니면 '별과 함께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보면 여권도 야권도 어느 쪽이나 공간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도 굳이 닫아놓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본경선이 끝나면 여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강 단장은 "후보는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할 수 있는 공간들은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6월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봉사를 하기 위해 명동성당 경내로 들어서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연 전 부총리가 6월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에서 노숙인 무료급식봉사를 하기 위해 명동성당 경내로 들어서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전 부총리를 향한 여권의 연대 타전과 견제는 당분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는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제3지대에서 (가능성을) 모색하다가 여권과 단일화 할 것이냐, 야권과 단일화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설 텐데, 그 분 성품과 문 대통령과의 신뢰 등을 볼 때 저쪽(국민의힘)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이어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딪힌 것은 알지만 지난 일"이라며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정부의 부족한 점은 비판하더라도 함께 책임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부정하고 윤석열, 최재형의 길을 김동연이 간다고 하면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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