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늪’에 빠진 윤석열…‘조남욱 리스트’ 정조준하는 與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9 16: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남욱과 연결고리 차단하려는 尹…여권은 과거 檢 수사 거론하며 압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 앞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 앞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해명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등판과 동시에 쏟아진 각종 의혹에 반박을 이어오던 윤 전 총장은 이번엔 '조남욱 리스트'를 맞닥뜨렸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이 그동안 윤 전 총장 장모와 부인 관련 의혹에 꾸준히 등장하던 인물이란 점에서 공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형국이다. 여당은 윤 전 총장과 조 전 회장 관계를 '검사와 스폰서'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했다. 

윤 전 총장은 19일 조 전 회장으로부터 자신이 수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해 "악의적 오보"라며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저 윤석열은 식사 및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고, 어떤 사건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혹의 출발점이 된 조 전 회장의 과거 일정표에 대해서도 2011년 4월2일 '최 회장'(장모 최아무개씨)과 '윤검'(윤 전 총장)이 기재된 점을 근거로 골프를 쳤다고 단정했으나, 당시 자신은 저축은행 비리 수사로 바빠 골프를 칠 여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2011년 4월 당시 윤 전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2과장을 맡고 있었고, 그 무렵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과 특혜인출 사건이 불거져 골프를 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작성자, 작성 경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검사', '윤검' 기재만 있으면 무조건 접대 받았다고 함부로 추단하였으나 이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조 전 회장과 약 20여 년 전부터 10년 전 사이에 여러 지인과 함께 통상 식사나 골프를 같이 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다"면서도 "늘 그렇듯 비용을 각자 내거나 번갈아 내 접대를 받은 사실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최근 약 10년간 조 전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보도에 활용된 문서를 "출처 불명 일정표"라고 규정하며 "단순 일정을 부풀려 허위로 접대, 스폰서라는 악의적인 오명을 씌우려 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경기고등학교·서울대학교 법학과·1981년 삼부토건 부사장·1983년 삼부토건 사장·1988년 제13대 국회의원(민정당)·1991년~ 현 삼부토건 대표이사 회장·2000년~ 현 남우관광(르네상스서울 호텔) 대표이사            ⓒ연합뉴스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연합뉴스

계속 불거지는 '조남욱과의 연결고리'

윤 전 총장이 이번 의혹을 조기에 진화하고 나선 것은 거듭 제기되는 조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빨리 끊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회장은 과거 장모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윤 전 총장과 딸 김씨를 소개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같은 내용은 최씨와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여 온 정대택씨가 당시 조사 상황과 조서 등을 근거로 주장해 온 내용이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조 전 회장과의 과거 친분이 부각될 수록 유리할 게 없는 입장이다.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 전 회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검찰과 법조계 인맥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도에 서울대 법대까지 공통 분모가 많은 윤 전 총장도 조 전 회장이 관리했던 검찰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윤 전 총장도 최근 10년 내 조 전 회장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보다 앞선 과거의 만남은 인정했다. 

삼부토건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8월까지 열린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가 주관한 '마크 리부 사진전'도 후원했다. 해당 전시는 코바나콘텐츠가 처음으로 주관한 전시였다.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도 당시 전시를 후원했던 것으로 알라졌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기업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반부패수사1부장)을 맡고 있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윤 전 총장의 공정과 정의, 이런 것인가"

여권은 '조남욱 리스트'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공세를 본격화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조 전 회장과 윤 전 총장의 관계를 '검사와 스폰서'에 비유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 최고위원은 "조 전 회장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윤 전 총장과 여러차례 골프를 하고, 명절 선물이나 만찬 등의 접대를 했다는 달력 기록과 선물 리스트가 확인됐다"면서 "검찰 특수부 관점에서 보면 충분한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삼부토건 임원들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수사를 받았는데, 수십 명의 임직원이 처벌되지 않았다"며 "최근 밝혀지고 있는 검사와 스폰서 관계들에 비춰보면, 윤 전 총장과 조 전 회장도 유사한 관계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수사를 담당하던 특수2부장과 윤 전 총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였다"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가 이런 것이었느냐"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이 언급한 2011년 삼부토건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내부 고발자의 제보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섰지만 수사선상에 올랐던 조 전 회장의 동생 조남원 전 부회장 등 오너 일가와 임직원 10여 명은 결국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를 받았던 정아무개 건설사업본부장은 이후 '전관로비' 등으로 구속됐던 검찰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때문에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삼부토건 수사에도 '전관 예우'와 '검찰의 봐주기'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이 조 전 회장으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검사가 골프를 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범죄 의혹이 있는 업자와 밥 먹고 술 마시고 골프를 쳤다면 죄"라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그런 적 없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며 "보도에 드러난 증거들은 공소시효가 없다"고 윤 전 총장을 압박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