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일 떠들며 ‘이중태도’ 취했던 日…정상회담 무산된 이유 셋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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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정상회담 ‘실익 없다’ 판단…망언까지 나오며 더 멀어진 관계 정상화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추진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결국 무산됐다.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도 엎어졌다. 수출규제와 과거사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일본의 소극적인 태도와 주한일본대사관의 ‘막말’ 논란까지 겹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습이다.

 

결정적 순간에 ‘막말’ 쏟아낸 소마…정상회담 무산 결정타였나

2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일본 도쿄올림픽 방문을 취소한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협상을 지속할 것을 주문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 대통령께 마지막 보고를 드릴 때 자리에서 대통령이 굉장히 아쉬움을 표현했다”면서 “한·일 실무적 협상을 ‘해 내가라’라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가 ‘성과가 있어야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본에 수차례 전달했지만, 일본이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방일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의 올림픽 참석이 일본의 주요 행사만 빛내주는 것은 물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한일본대사의 막말 파문이 이번 방일 무산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비공식 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마스터베이션(자위)’라고 폄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실제 청와대도 전날(19일) 방일 무산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소마 공사의 발언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국민정서를 감안해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회의적으로 변했다”고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에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했다.

일본 언론조차도 이번 문 대통령의 방일 불발 원인을 소마 공사의 막말로 꼽았다. 교도통신은 “가뜩이나 냉랭해진 한일 관계가 주한 일본 고위 외교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를 잘못된 표현으로 비판한 소마 공사 문제가 (한국 측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한일관계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한일관계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수출규제 등 각종 현안 의견 못 좁혀…한·일 관계 전망 불투명

아울러 정부와 일본이 각종 현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점도 정상회담 불발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 정부는 2019년 일본이 취한 반도체 필수 부품 수출규제 철회 등을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면적인 수출규제 철회를 약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핵심 의제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문제 해결 방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또 일본은 회담 의제보다는 ‘15분 약식회담’ 등 의례적 형식만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을 다른 인사들과 똑같이 대우하면서 사실상 ‘들러리’를 세우겠다는 속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도교올림픽 개막을 불과 4일 앞둔 19일 오전까지 일본과 의제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언론 플레이’가 양국 만남에 되레 재를 뿌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들은 연일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를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로 판단했으며, 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올림픽 참석이나 한·일 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되면서 한·일 관계는 장기간 경색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문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10개월 남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 내에서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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