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숙소 술자리’ 파문이 할퀸 상처, 시합 전부터 ‘신음’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4 12:00
  • 호수 16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민우·한현희 등 중도하차…‘불안한 전력’ 야구 대표팀, 전략 수정 불가피

AP통신은늘올림픽을앞두고종목별메달리스트를예측한다.2020도쿄올림픽예측에서는한국의경우금메달10개를따낼것으로봤다.전통의메달밭인양궁과태권도에서각각4개의금메달을 딴다고 했다.그런데2008베이징올림픽9전전승우승신화를썼던한국 야구 대표팀은 노메달을 예상했다.홈그라운드이점이있는일본 우승 예측은 당연하다. 은메달은 미국. 하지만 동메달이 의외다. 이스라엘이차지한다고봤다. 이번도쿄올림픽에는대회일정등의이유로단6개국만참가하는데, 늘메달을다투던대만은코로나19확산때문에불참한다.그런데도 한국이이스라엘에밀려3위밖성적을낸다는전망이나온것이다.

AP예측은그저기계적 판단일뿐이다.그래도찜찜하다. 실제 지금 야구 대표팀내부사정이녹록지않기때문이다.대표팀코칭스태프조차“계산이안선다”고말한다.투수쪽이그렇다.대표팀24명최종엔트리에는 현재 투수가11명포함돼있다.보통은투수10명으로대표팀을꾸린다.베이징올림픽때도 그랬다.원래 이번대표팀도투수가10명이었다. 그런데돌발상황이빚어졌다.KBO리그올림픽휴식기(3주)를10여 일앞두고NC다이노스1군선수들이서울원정숙소에서코로나19확진판정을받았다. 이후 두산 베어스 선수 두 명도 양성 반응이 나오며 KBO리그는 올림픽 휴식기를 1주일 앞두고 중단됐다.

ⓒ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7월2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시작에 앞서 미팅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AP통신, 한국 야구 노메달 예측

개인보호법등을이유로맨처음에는해당 선수들의이름이노출되지않았다.구단이나KBO사무국또한선수명예훼손등의 이유로방역 당국의 역학조사가 끝난 뒤 징계수위를논의할참이었다.하지만 NC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 두 명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사실과 더불어 이들이 여성이라는점까지폭로됐다.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박석민은 스스로 사과문을 냈다. 문제는 박석민·이명기·권희동과 함께 박민우가 해당 술자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박민우는김경문 대표팀감독이대표팀주전2루수로낙점한선수였다.

김감독이올시즌성적이 그다지 좋지않은박민우를뽑은이유는대표팀투수진의국제대회경험이턱없이부족하기때문이었다.6월중순발표한최종엔트리10명의투수중6명이첫성인대표팀발탁이었다.이런 사정으로김감독은내야수비안정이중요하다고판단해 그나마국제대회경험이있는박민우를정은원(한화),심우준(KT)등올해성적좋은 내야수들을제치고중용했다.

그러나박민우가태극마크를반납하면서대표팀 또한전략수정이불가피해졌다.김감독은박민우대신내야수가아닌좌완새내기투수김진욱(19·롯데)을깜짝 선택했다. 김진욱의시즌성적(2승5패 평균자책점 8.07)은좋지않지만왼손타자상대원포인트릴리프(구원투수)로쓰임새가있다고판단한것이다. 대표팀 투수가11명으로늘어나게된배경이다.

원정숙소술자리파문은여기에그치지않았다.NC선수들이전에키움히어로즈선수들이수원원정경기를마친뒤서울호텔로와서 같은 일반인들과새벽까지술을마신게드러났다.은퇴한야구선배의부름에응했다고는하지만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 숙소까지무단이탈해 술을 마셨다. 이들중에는대표팀에서스윙맨역할을할것으로기대됐던한현희가포함돼있었다.한현희또한자필사과문을올린뒤대표팀에서물러났다.대표팀소집바로전날(7월16일)의 일이었다.

김경문감독은고심끝에베테랑오승환(삼성)을새롭게발탁했다. 어수선한 대표팀분위기를추스를수있는노장이필요하다고 판단했다.하지만오승환은지난2015년해외원정도박으로물의를빚었던전력이있던터라대표팀을향한시선이그리곱지만은않다.

 

투수 11명 중 ‘국제대회 첫 출전’ 7명

현재대표팀11명투수중국제대회경험이있는선수는오승환을비롯해차우찬·고우석(이상LG),조상우(키움)넷뿐이다.대표팀 에이스역할을맡는시즌10승(4패 평균자책점 2.54)의원태인(삼성)을비롯해김민우(한화),최원준(두산),박세웅(롯데),고영표(KT),이의리(KIA),김진욱은이번이첫국제대회출전이다.

역대로대표팀투수진구성이이랬던적은 한 번도 없다.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작년에열렸다면현재텍사스레인저스산하트리플A팀에 속해 있는양현종을비롯해작년전반기손댈 수 없는구위를보여준구창모(NC)가마운드를든든하게받쳐줬을터다.하지만2021년 현재 KBO리그에는 국제대회 한경기를 믿고맡길만한 특급 에이스가 없다. 어린 투수들이 큰무대에서이른바‘긁혀주기를’기대할수밖에없다.

‘모아니면도’ 식의투구가예상되는투수진에비해야수진은비교적안정돼있다.강백호(KT)와이정후(키움)를필두로비교적세대교체가잘이뤄졌다.양의지(NC)또한투수리드는물론이고중심타선에무게감을심어줄것으로예상된다.다만센터라인(2루수-유격수)수비가다소헐거워실책등이경계된다.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A조에는일본·멕시코·도미니카공화국이,B조에는한국·미국·이스라엘이속해있다.조별리그를거쳐성적에따라패자부활전방식의녹아웃스테이지를치르는데,복잡한대회방식때문에금메달을따려면최소5경기,최대8경기를해야만한다.만약코로나19확진자 발생으로특정팀이출전하지못하면나머지팀들끼리싱글 라운드로빈방식으로대회형식이바뀐다.이미멕시코야구대표팀내에서확진자가발생한상태다.

한국의 경우7월29일이스라엘과조별리그첫경기를치른다.이스라엘은자국내프로리그는없지만대표팀에전직메이저리거8명등미국 야구출신이대거포진해있다.더군다나 한국은 4년전열린2017세계야구클래식(WBC)예선때 이스라엘에 1대2로패한적이있다.한국이절대방심할수없는이유다.조별리그2차전(31일)상대인미국 대표팀은 트리플A소속선수들이주축을이룬다.

김경문호는어수선한상황에서출항했다.야구를향한여론은 그 어느때보다싸늘하다.KBO나구단관계자들은내심원정술자리파문으로 가라앉은리그분위기를올림픽대표팀이끌어올리기를기대한다. 경험이 적은 젊은마운드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야수의합집합은 과연한여름밤에 어떤화학반응을나타낼까. 2021 KBO리그 후반기 흥행이 대표팀 성적에 달려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