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좀비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되고 싶어”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4 16: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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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재차의》로 스크린에 컴백

엄지원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을 막기 위해 미스터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방법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매회 전율 돋는 공포를 선사했던 드라마 《방법》의 영화 버전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자신이 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임진희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 번의 살인을 예고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드라마 《방법》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 각본을 썼던 연상호 감독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영화는 드라마 《방법》의 엔딩으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지원은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 《방법: 재차의》에서도 전직 사회부 기자이자 현재 독립뉴스채널 ‘도시탐정’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열혈 기자 임진희를 연기했다. 엄지원을 비롯해 정지소, 정문성 등 드라마 《방법》의 오리지널 제작진과 배우들은 물론 권해효, 오윤아, 이설과 《부산행》 《곡성》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흥행 제작진이 가세했다. 《방법: 재차의》는 7월28일 개봉한다. 온라인 제작보고회를 통해 엄지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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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 시국이긴 하지만 여름 시장에 여성영화로 당당하게 출격하게 됐다.

“그런 의도로 촬영한 건 아니었는데 개봉 이후에 여성 서사가 중심인 ‘여성영화’가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묘한 책임감과 감사함이 느껴졌어요. ‘워맨스’ 코드 역시 촬영하면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많은 분이 워맨스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연상호 작가가 시나리오를 주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작가님은 초인적인 추진력으로 작품을 쓰세요. 그래서 저희들끼리는 ‘연니버스’라고 말해요. 감독님이 이 시리즈를 계속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1년 전 드라마를 시작할 때 말씀해 주신 적이 있으세요. 한데 이번에 영화 대본을 딱 주시는 거예요. ‘와, 이걸 진짜로 하셨네’라고 놀랐어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작가님의 기발함에 놀랐고, 그 프로젝트를 함께 해서 신이 났어요.”

《방법: 재차의》는 1년 전에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높은 기대치가 있을 텐데, 부담감은 없었나?

“드라마를 안 본 분들이 무리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드라마에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우리가 좋아했던 《방법》의 색이 여전히 남아있구나’라고 반가워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두 가지를 감독님이 영리하게 연출해 주신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지소, 정문성 배우와 호흡을 다시 맞췄다. 재회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정문성 배우는 드라마 때보다 얼굴이 깊어졌어요. 남성적인 느낌을 짙게 연기해 좋았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정문성 배우가 많은 연구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소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요. 드라마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 때도 그렇지만 영화 찍으면서도 재미있게 잘 지냈어요. 지소가 타 작품이랑 병행하고 있어 지칠 수 있는데, 현장에 올 때마다 너무 좋다고 말해 주더라고요. 참 사랑스럽죠.”

극 중에서 이설 배우가 큰 반전을 가져왔다. 호흡은 어땠나.

“제가 이설 배우를 좋아해요. 배우 같은 배우랄까요. 가진 게 많은 매력적인 친구라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기회가 있다면 다른 작품에서도 한번 만나고 싶어요.”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오윤아와 함께 출연했다.

“윤아는 워낙 자세가 좋은 배우예요. 대본,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죠. 영화 속에서 만나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됐어요.”

그러고 보면 유독 작품 속에서 여배우들과 케미가 좋은 편이다. 비결이 있나.

“여배우와 케미가 좋다기보다 남배우들과 안 만났기 때문이에요. 이상하게 여배우들끼리 뭉치는 작품을 자주 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여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서로 응원하면서 촬영하다 보니 스크린 속에서 케미가 좋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운이 좋았죠.”

드라마를 했던 만큼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수월했을 것 같다.

“애초에 캐릭터를 만들 때 공을 들여서 구체화하는데, 한 번 했던 캐릭터라서 수월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말인데, 세 번째 시리즈를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도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더라고요. 같은 인물을 반복해 연기하는 건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CJ ENM 제공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CJ ENM 제공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CJ ENM 제공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CJ ENM 제공

《기묘한 가족》에 이어 《방법: 재차의》까지 좀비나 시체 등이 등장하는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좀비물을 대표하는 여배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타이틀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요. 더 재미있는 좀비물을 보여줄 수 있게 진화하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을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들었다.

“제 이름이 나오는 게 소중하잖아요.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첫 영화를 촬영했을 때도 스크린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게 너무 좋았어요. 얼마 전에 스태프들과 영화를 보는데, 자기 이름이 나오는 걸 휴대폰으로 찍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싶더라고요. 어제 언론 시사를 하면서는 엔딩 크레딧에 올라오는 이름들을 다 기억해야지 하는 생각에 찍기 시작했어요. 현장 스태프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업하는 스태프가 참 많더라고요. 한 분 한 분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로 완성된 《방법: 재차의》의 세계관에 대한 개인적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만족하는 배우가 누가 있겠어요? 배우의 눈엔 항상 아쉽죠. 앞으로의 플랜이 계속 있는 작품이라 ‘잘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추 하나가 이렇게 끼워졌구나, 다음 작품에선 어떻게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데뷔 20년 차가 됐다.

“정말요? 연기 생활을 오래 했다고는 생각했는데 20년인지는 몰랐어요. 연기를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어요. 다음 20년도 지금처럼 잘 걸어 나가고 싶어요.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작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가진 제가 되고 싶어요.”

요즘 SNS를 보면 골프에 빠진 것 같던데.

“골프 실력이 잘 늘지 않더라고요. 지금 정체기에 있어요(웃음). 골프를 치시는 분이라면 제 마음을 아실 거예요. 골프를 친다는 걸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는데, 이후에 골프 예능에서 섭외가 많이 왔어요. 사실은 어떤 한 예능에 나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괜히 그랬나 봐요. 실력이 안 늘어서 걱정이에요. 골프요? 재미있고 잘하고 싶어요. 연기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면서 배우 엄지원이 아니라 사람 엄지원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사람 엄지원을 드러내는 일은 어떤가.

“인간 엄지원으로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제 작품을 안 보신 분들에게 ‘엄지원이 저런 사람이구나’라는 걸 보여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제 스스로 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않아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고, 또 내가 만들어가는 채널이잖아요. 혼자 카메라를 사서 촬영한 게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사실 배우의 삶이 특별하지 않아요. ‘저 사람도 나와 비슷하게 사는구나’라는 걸 볼 수 있는 채널이에요.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어요.”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이렇게 온라인 인터뷰를 하니까 새롭긴 한데, 언젠가 대면 인터뷰를 하게 되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덧붙여 오랜만에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모두 코로나19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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