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죄에 이낙연 웃고 이재명 울상?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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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수감에 與 대선지형 수정 불가피…친문 구애 vs 반문 결집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내년 대선 판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친문(親文)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댓글조작 등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다. 사실상 김 전 지사의 정치 생명에 사망 선고가 내려진 셈이라, 친문 진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명맥 끊긴 친문 민심이 어느 후보로 향하게 될지도 초유의 관심사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지사의 재수감이 결과적으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김 전 지사를 향한 친문 내 동정 여론이 이 전 대표 밀어주기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친문과 접점이 적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로서는 불리한 형국에 놓였다.

2021년 2월1일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접견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2021년 2월1일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접견하는 모습 ⓒ 시사저널 이종현

김경수 재수감에 ‘미래’ 잃은 친문, 이낙연으로 결집?

21일 이뤄진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이낙연 캠프 측에선 긍정적 기류가 읽혔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아직 영향력을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민주당 당심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친문의 핵심인 문 대통령이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 대선 구도에서 문 대통령을 끝까지 껴안을 사람은 이낙연 후보 뿐”이라고 말했다.

특정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친문 인사들이 이 전 대표 지지 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종민·신동근·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된다. 특히 홍영표 의원은 지난 6월27일 열린 이 전 대표의 신복지인천포럼 발족식에 깜짝 방문하며 힘을 실은 바 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홍영표 의원은 친문 핵심 중의 핵심”이라면서 “민주당 지지세력은 준비된 이낙연으로 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등 정책 연대를 계기로 김 전 지사와 정치적 교감을 이루며 외연 확장을 꾀하던 중이었으나, 이번 판결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지사 측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지사의 구속 전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 지사 편에 섰다. 같은 도지사에 재판을 받았고 대권후보의 위상을 지녔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김 지사가 재수감되면서, 이 지사로선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김 전 지사 판결 직후 일제히 유감을 표명하며 친문 표심 구애에 나선 모습이다. 김두관 의원이 대표적이다. 판결을 앞두고 직접 경남도청을 찾기도 한 김 의원은 “한 명의 유능하고 전도유망한 젊은 정치인의 생명이 위기에 빠졌다. 통탄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도 “대법원 판결은 몹시 아쉽다. 김 전 지사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힘을 보탰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드루킹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은 증거우선주의 법 원칙의 위배”라고 거들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지난 6월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지난 6월1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정통성 타격 입은 文정권, 고개 드는 반문

다만 이번 판결이 여권의 대선 지형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현 정권이 정통성과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되면서다. 민주당은 과거 정부의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들도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내로남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시작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김 전 지사까지 직을 잃게 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당장 야권에서는 댓글조작 사건의 ‘윗선’으로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정통성에 매우 큰 흠집이 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드루킹 댓글 사건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파괴하는 행위이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도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 앞에 마땅히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최재형 등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비판의 화살을 문 대통령으로 돌리고 공세에 가담했다.

이 때문에 여당 대선 판도가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죄를 확정 받은 김 전 지사를 옹호한다면 친문의 지지를 얻을 순 있어도 본선 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 중반을 회복하긴 했으나 정권교체 여론은 여전히 정권연장보다 높은 편이다. 이 같은 국면에서 여당 주자들이 과도한 친문 마케팅에 나선다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문(反文) 세력이 정당성을 얻고 결집할 모멘텀이 생겼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7월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7월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지사의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김 전 지사 측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의혹 제기 3년 여 만에 실형이 확정됐다.

한 때 유력한 대선잠룡으로 거론되던 김 전 지사는 이번 판결로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됐다. 김 전 지사는 2년의 형을 마친 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7년 대선까지도 김 전 지사의 출마가 불가능한 셈이다.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선거자금 문제로 실형을 살고 정치 재개에 성공한 이광재 의원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서 차차기 잠룡으로 꼽히던 김 전 지사가 어느 정도 복권할 수 있을지는 해석이 갈린다.

김 전 지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 하지만 법정 통한 진실 찾기가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드려야 할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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