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위기 보여준 결정적 세 장면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3 10:3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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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메시지 꼬이고 검증 대응도 부실…‘캠프 리스크’ 부각
입당 효과 누리는 최재형, 저력의 홍준표·유승민 반전 노려

야권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언론 검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그를 대선주자로 띄워 올린 지지율은 또렷이 하락하고 있다. 어느새 지지율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대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돌파구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의 메시지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권력은 공백을 용납하지 않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석열의 대체재’로서 빠르게 자리 잡는 모습이다. 낮은 인지도란 약점을 ‘초스피드’ 국민의힘 입당으로 기회로 바꾸고 있다. 지도부가 총출동한 입당 환영식 등 ‘원외 대선주자 중 1호 입당’이라는 주목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홍준표·유승민 등 당내 대권주자들의 견제도 아직은 덜하다. 지지율은 아직 낮지만 기대감은 그 몇 배 이상이다.

위기가 지속되면 ‘별의 순간’은 사라지고, 역동성은 커질 것이다. 지지율을 회복해 판의 요동을 다시 찻잔 속에 가둘지, 아니면 끝내 야권의 '별'이 뒤바뀔지 윤 전 총장의 운명은 지금 기로에 놓여 있다. 위기를 돌파할 방법은 위기의 이유를 발견하는 것뿐이다. 국민의힘의 소통 창구인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7월2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직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인도 분명하다. 윤 전 총장을 보좌하는 팀에 문제가 있다. 캠프 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나 선거운동 실무를 책임질 사람이 부족하다. 캠프 내 의사교환도 원활치 못해 보인다.” 뻔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냉철한 진단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처럼 ‘반이재명’ 구도라는 전선에 포위돼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윤 전 총장은 자신과 캠프의 문제로 스스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출마 선언 이후 한 달, 그를 위기에 빠트린 결정적인 세 가지 장면을 되짚어봤다.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1. ‘이야기’가 없으니 ‘리스크’ 얘기만

위기는 언론 검증에서 시작됐다. 장모와 부인에 대한 의혹 검증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상됐던 일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출마를 선언했는데 언론과 정치권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런데도 윤 전 총장과 캠프의 대응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사실상 매일매일 불 끄러 다니기 바빴다.

‘대선주자 윤석열’에게 ‘도덕성’은 다른 후보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공정’을 말했다.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 그가 내세운 ‘공정의 깃발’은 ‘내로남불’의 공격 과녁이 된다. 당연히 캠프 차원의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했다.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이 대표적이다. 예상 가능한 검증이었다. 시간도 충분했다. 하지만 대응은 아마추어 같았다. “대학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 사실상 전부였다. “결혼하기 한참 전 배우자 논문을 검증 대상으로 두는 게 옳으냐”는 질문으로 되레 논쟁을 만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부재다. 언론과 상대 당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것은 대선 정국에서 상수다. 파상공세를 뚫고 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정책’ ‘윤석열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윤 전 총장은 과거의 의혹을 해명하고 현재의 발언을 수습하는 데 멈춰 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증 국면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다. 내 이슈를 던지면 그걸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런데 진도를 못 나가면 계속 전의 이슈를 갖고 물어보고 질문하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윤 전 총장은 자신만의 정책이나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이 듣습니다’라는 콘셉트의 민심 행보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윤 전 총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캠프 전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전략의 부재이자 오판이다. 권 의원이 지적한 ‘윤석열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의 한 중요한 단면이다.

 

2. 메시지가 흔들리니 실력이 의심받아

대선주자에게 일정과 메시지는 그야말로 알파이자 오메가다.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좋은 소통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후보와 캠프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데 최근 윤 전 총장의 일정과 메시지가 혼란스럽다는 비판이 많다. 최재형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날 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은 제3지대에서 대권에 도전했다 중간에 낙마한 대표 인물이다. 두 사람의 이날 일정 사진은 선명하게 대비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강렬한 메시지를 내놨던 그는 최근 메시지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대구 민란”과 “주 120시간”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그는 7월20일 대구를 찾아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 민심을 잡겠다며 다른 지역을 깎아내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매일경제 인터뷰에선 주 52시간 정책을 비판하며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일 이후에 맘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과로 사회’인 열악한 노동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용도 부적절하지만 문제는 메시지의 방향성이다. 지지율 하락에 조급함에 빠져 중도 지지층은 외면한 채 강성 보수 지지층이 반응할 메시지만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중도층 결집’ 전략에 반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은 대부분의 민심 탐방을 ‘반문(反文) 정치’의 소재로만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주간 문재인 정부의 원전·부동산·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이들을 집중탐방했는데, 이런 행보만 반복되니 피로도는 높아지고 신선함은 반감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메시지가 본인이 내세운 철학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사례가 부동산 일정이다. 윤 전 총장은 7월11일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만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그런데 김 본부장은 시장주의자가 아니다. 정부가 아주 강력하게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표 인물이다.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자유’와 ‘시장경제’를 핵심 메시지로 냈다. 이런 모습들은 윤 전 총장과 캠프가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물론 과연 대통령 후보로서 ‘실력이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조짐을 주는 이유다.

3.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지 잘 안 보여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가장 큰 전략의 차이는 ‘중도층 확보’에 대한 노선 차이다. 윤 전 총장은 중도층의 확고한 결집을 도모한 뒤 국민의힘 지지층을 묶는 전략을, 최 전 원장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 중도를 확장하는 전략을 상정했다. 이 차이가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갈랐다. 전략 핵심은 ‘중도+전통 보수’로 같지만 방법론이 서로 다른 셈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세력이 후보의 비전과 정책을 상징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윤 전 총장은 누구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캠프의 좌장 역할을 누가 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캠프에 합류한 주요 인사 중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중도층 결집을 꾀하는 윤 전 총장은 정작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인물과 세력은 그 자체로 유권자들에게 ‘어떤 정치를 지향하는지’를 보여준다. 뒤집어보면 윤 전 총장은 아직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구체적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좋은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는 평이다.

그는 후원회장으로 북핵 전문가인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를 위촉했다. 여기엔 어떤 전략적 판단이 녹아 있을까. 이재명 지사는 후원회장으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영입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 전 장관을 통해 친노(親盧) 지지층 표심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낸 최재형의 전략

최 전 원장은 위기를 겪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거저 얻은 건 아니다. 그는 세력은 적고 인지도가 낮다는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국민의힘에 입당해 도움을 받는 효율적인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정치 중립성 훼손 논란을 흐리면서 국민의힘과 일체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략적 판단이 녹아 있는 행보다.

캠프도 영리하게 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3S(Small·Smart·Servant, 작고 똑똑하며 섬기는)라는 기조를 가진 ‘열린 캠프’를 꾸렸다. 아직 세 결집을 못한 약점을 장점으로 뒤바꾼 것이다. 캠프 구성 방향에 대해서도 “계파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출신에 관계 없이 유능한 분들을 모셔 미래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메시지에 전략과 방향이 담겨 있다. 여의도 감각을 빨리 익힌 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빈틈도 보인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후 첫 공개일정으로 부인과 함께 부산을 찾아 환경미화 활동을 했다. 메시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건은 시간이다. 만약 빠른 시일 내 10%대 지지율을 만들어 ‘대안 주자’로서 명확한 존재감을 보인다면 8월 말 예정된 ‘경선 버스’ 출발 후에도 당내 주자들과 의미 있는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지금처럼 윤 전 총장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윤 전 총장에서 최 전 원장으로의 지지 이동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전 총장의 지지층 중엔 그가 법치·정의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한 축을 이룬다. 그런데 이 이미지는 최 전 원장에게도 있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이 지금과 같은 우왕좌왕 대응을 반복하고 지지율 반등에 실패한다면 이들이 최 전원장 쪽으로 상당부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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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노리는 홍준표·유승민, 존재감 옅어진 안철수

현재 야권의 대권 주자는 15명에 이른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서 국민의힘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유가 있다. 이들의 지지율은 야권 1위 윤 전 총장과 큰 격차가 있다. 최 전 원장도 압도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홍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24%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던 저력이 있다. 당내에서도 홍 의원의 조직력과 인지도, 개인기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윤 전 총장 등 당 안팎 주자들이 경선 에서 맞붙기 꺼리는 ‘경계대상 1호’라는 얘기도 많다.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얘기다. 홍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지지율은 한순간에 뒤집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선주자 중 경제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유 전 의원은 본 경선이 시작되면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측근인 민현주 전 의원은 “경선이 시작되고 토론이 본격화되면 유 전 의원에게 시선이 더 쏠릴 것”이라며 “1차 컷오프로 후보가 추려지면 실력 차이가 확실하게 비교될 거라 초조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장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에 최 전 원장까지 야권 주자로 합류하고 ‘이준석 돌풍’으로 국민의힘이 탄력을 받으면서 안 대표의 입지는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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