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그 외 사람들’을 위한 정치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6 08:00
  • 호수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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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가운데 민주의 문 앞에서 비판단체와 지지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가운데 민주의 문 앞에서 비판단체와 지지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연합뉴스

#1.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펀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고, ‘조국 흑서’ 집필에 공동 저자로도 참여했던 김경율 회계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국민 면접관’으로 내정되었다가 두 시간여 만에 없던 일이 되었다. 김 회계사의 전력을 문제 삼은 일부 후보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후 “(논의) 절차가 제대로 안 된 측면이 있었다"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2.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권을 유지하며 장외에서 대권 행보를 이어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났다. 기자 중 한 명이 그의 장모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한 지지자가 갑자기 그에게 다가가 소 미쳤다. “답변하지 마십시오, 좌파입니다.” 그 모습은 현장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 혀 노출됐다.

이 두 장면은 이제 막 출발한 대선 경주에 이른바 ‘강성 팬덤’이 얼마나 강하게 개입하고 있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후보 간 경쟁의 막후에서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강성 지지자들의 입김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후보자들의 입장에서 열혈 지지층은 더없이 중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들의 뜨거운 응원과 지지는 후보에게 매우 소중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에 업힌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공 간은 그리 넓지 않다. 그 같은 역동성의 제약은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게 다는 꿈을 꾸는 대선후보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 대결의 프레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강성 지지층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대선후보들도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대선 승리의 열쇠는 ‘집토끼’라 불리는 적극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층에 쥐어져 있다. 현재 선거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중도층 유권자의 비율은 대략 10~15%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선두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계속 출렁거리는 데도 이런 중도층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들의 표심이 다가올 대선의 향배를 가를 가능성 이 크다.

한마디로 선거는 내 편, 우리 편이 아닌 ‘그 외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중도층의 마음을 얻고 외연을 확장해 더 넓은 보폭으로 나아가려는 대선후보는 현재까지 잘 보이지 않는다. 진영 안에 틀어박혀 자기 편 사람들이 좋아할 얘기만 해서는 큰 꿈을 이루기 어렵다. 반쪽을 위한 정치는 웬만한 정치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서 대권을 차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사람이라면 그 좁은 길에서 벗 어나, 정치가 다수를 향한 이해와 설득의 예술임을 온몸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들의 말을 듣는 일은 어지간한 사람도 다 할 수 있지만 말 없는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은 어지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하라고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있는 것이다. 대선 마당에서 한 우물만 파서는 답이 안 나온다. 우리 편만 껴안는 정치를 하려면 정치인이 아니라 그냥 한 이익집단의 우두머리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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