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는 ‘적통’ 경쟁에 소환된 ‘노무현 탄핵’…산으로 가는 ‘신사협정’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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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탄핵 반대했다” 해명에도 이재명 ‘거짓말’ 공세 가속화
네거티브 공방 흐르는데 지지율은 ‘순풍’ 아이러니
2004년 3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 ⓒ 연합뉴스
2004년 3월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비방전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번졌다. 여기에 정세균·김두관 등 다른 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17년 전 노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여부를 둘러싼 후보들 간 진실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네거티브를 자제해 달라”며 연일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후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재명 지사의 선공으로 촉발한 탄핵 논쟁은 23일 사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 지사 측이 먼저 이 전 대표를 향해 탄핵 찬성표를 던진 게 아니냐고 공세를 퍼붓자, 다른 후보들이 저마다 “내가 진짜 ‘적통’이다”라며 가세하는 형국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제가 마지막까지 노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의장석을 지킨 사람”이라며 탄핵 논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탄핵을 저지했던 경험을 밝히며 논란에 합류한 것이다. 정 전 총리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에 위기가 있을 때 항상 중심에 서 있었다.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면서 ‘적통 굳히기’에 나섰다. 

또 다른 대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진짜 원조 입장에서 (적통논쟁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 중에서 영남에 출마해서 이겨 본 경험, 져 본 경험도 한 번도 없다. 유일하게 저 밖에 없다”며 자신이 적통 후보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탄핵 진실공방과 관련해 추미애 전 장관과 이 전 대표를 겨냥하며 “야당과 손잡고 노 전 대통령을 탄핵한 정당의 주역”이라고 지적했다. 

7월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랑하는 친문 표심 잡아라”

민주당 후보들이 탄핵 논쟁을 꺼내든 것은 당 주류인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친문적자’로 불리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댓글조작 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친문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이다. 친문 세력이 김 전 지사 대신 특정 후보를 밀어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같은 친문 지지세를 확보하기 위해 후보들이 비방전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공격수를 자처한 것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문과의 접점이 적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쟁자인 이 전 대표의 적통 프레임에 흠집을 내면서, 친문 지지세가 이 전 대표 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급기야 이 지사는 “탄핵에 반대했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거짓말로 규정했다. 이 지사는 전날 “과거 자료를 보니 이 전 대표가 스크럼까지 짜가면서 탄핵 표결을 강행하려고 하더라.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이 전 대표도 “딱하기 그지없다”고 맞섰다. 이낙연 캠프 수석대변인인 오영훈 의원은 “이재명 캠프는 이 후보의 탄핵 표결을 놓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글과 사진 등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대통령이 초대 총리로 이낙연을 선택했다.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 시사저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 시사저널

네거티브 거세질수록 지지율은 높아져

이처럼 탄핵 논쟁이 격화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재차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고를 보냈다. 송 대표는 “대선은 과거에 대한 논쟁이 아닌 미래로 가기 위한 선택”이라며 “모두 원팀이라는 생각으로, 금도 있는 논쟁과 존중하는 공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후보들 간 네거티브 경쟁이 과열될수록 모순적이게도 민주당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2%포인트 오른 33%를 기록했다. 2주째 국민의힘(28%)을 앞섰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지지율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두 후보 모두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제쳤다. (이재명 46%-윤석열 33%, 이낙연 42%-윤석열 34%) 후보들의 싸움이 민주당 대선 지형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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