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국방부…성추행 2차가해 부사관, 수용실서 사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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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화장실서 극단적 선택 추정…국방부 부실 관리 도마에
취임 후 6번째 대국민 사과한 서욱 장관, 입지 더욱 좁아질 듯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보복 협박 등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상사가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시설에서 7월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근무지원단 건물 ⓒ 연합뉴스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보복 협박 등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A상사가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시설에서 7월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근무지원단 건물 ⓒ 연합뉴스

공군 성추행 피해 여군에게 회유·협박 등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던 부사관이 사망했다. 재판을 앞둔 피의자가 수감 도중 사망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국방부의 관리 책임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군인권센터는 26일 "(공군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보복 협박·면담 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상사가 25일 오후 2시55분께 의식불명으로 발견된 뒤 민간병원에 후송됐으나 사망했다"고 밝혔다. 

A상사는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아무개 중사의 상관이다. 지난달 30일 구속기소 된 A상사는 국방부 직할부대인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 미결수용실에 구속 수감돼 있었다.

A상사는 수용시설 독방 내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발견 당시 의식불명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시설에서는 군사경찰이 상주하고 폐쇄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만, 화장실 내부는 수용자 인권 문제로 별다른 감시장비가 없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시설에서 수용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사망한 사례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용자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욱 국방부장관이 7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욱 국방부장관이 7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대낮에 수감시설서 사망…안일한 국방부" 질타

군인권센터는 "A상사의 사망은 명백히 국방부의 관리소홀"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엄정수사를 지시했을 만큼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에 연루·기소돼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으나 대낮에 수감시설 내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데는 국방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8월6일 1차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A상사가 사망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소속 부대원들의 집요한 2차 가해와 사건 은폐 시도 등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규명하는 일에 큰 난항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센터 측은 "대낮에 국방부 청사에서 벌어진 이 기가 막힌 일에 대해 국방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국방부 장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A상사는 이 중사로부터 사건 이튿날인 3월3일 성추행 관련 사안을 보고받았음에도 이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상사는 방역 지침을 어기고 5인 이상 회식을 가졌고 이후 성추행까지 발생한 점을 우려해 이 중사에게 "없었던 일로 해 달라"고 회유·압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지난 9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A상사의 이같은 2차 가해 혐의를 밝히며 A 상사가 3월22일에도 이 중사의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에 대한 합의와 선처를 종용하는 등 지속적인 2차 가해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인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영정을 유가족이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인 공군 이아무개 중사의 영정을 유가족이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 "국방부 관리소홀로 엄정한 법 집행 기회 박탈"

A상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보복협박 및 면담강요 혐의로 구속기소돼 다음 달 6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A상사가 사망함에 따라 군사법원 재판부는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이 중사의 남편은 변호사를 통해 A상사 사망과 관련한 '유족(남편)의 입장'을 내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A상사의 비위사실이 증명되길 고대했지만, 국방부의 관리소홀로 그 기회가 박탈됐다"며 "사건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수감자 사망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각종 사건사고와 청해부대 집단감염 등으로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서욱 장관은 이번 일까지 겹치며 입지가 더욱 난처하게 됐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서 장관은 벌써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서 장관은 취임 이후 북한 귀순자 경계 실패(2월17일), 부실 급식·과잉방역 논란(4월28일),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6월9·10일, 7월7일),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7월20일) 등으로 수 차례 사과문을 발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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