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들, 광화문 ‘기억공간’ 직접 해체…시의회로 임시 이전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sisa4@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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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기억공간은 끝이 아닌 시작…일방적 철거 통보한 서울시엔 유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이 27일 오전 해체를 앞둔 서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유족들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해체하고 공간 내부 물품을 서울시의회로 임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유족단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협의회)는 27일 기억공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공간 내 전시물과 기록물을 가족들이 직접 정리해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으로 옮겨 임시 보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내부 작품이나 기록물을 모두 정리한 후 가능한 이른 시간 안에 이 기억공간 건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억공간은 건축사, 시공사, 시민들 모두 정성을 모아 함께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무단으로 부수고 폐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정성스럽게 해체한 뒤 안산 가족협의회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체한 기억공간의 추후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기억공간을 안산으로 아예 옮기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또 유 위원장은 임시 이전 공간을 서울시의회로 정한 이유에 대해 시의회가 보여 준 모습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서울시의회가 정치적 공방이나 입장 차이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참사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 열망을 담기 위한 프로그램을 담고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시의회 차원의 노력을 할 점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족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기억공간이 단순히 세월호 유족만의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의 공간임을 강조하고, 서울시 측이 대안 마련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를 통보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기억공간은 단순한 건물의 의미가 아니라 추모와 기억,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을 하는 열린 소통의 공간"이라며 "이게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왜 임기 1년의 서울시장에 의해 지워져야 하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유족 측은) '공사를 위한 철거에는 당연히 협조할 수 있으나 공사가 끝난 후 어떻게 기억공간을 운영할지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작년부터 일관되게 요청했다"며 "서울시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고,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인 철거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억공간 안에 있는 물품을 직접 포장해 옮기는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물품들은 서울시의회로 옮겨질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 측은 27일 오전까지 기억공간 철거를 잠깐 유예해 달라는 유족 측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철거작업은 이르면 이날 오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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