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자도 ‘이 생각’에 집착하면 피곤하고 우울할 수도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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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기준 충족해도 ‘불면증이 없다’고 믿은 사람들은 피로감 적어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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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등극한 불면증. 시계 초침 소리만 가득한 방안에서 뜬눈으로 잠을 기다려야 하는 불면증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만큼 괴로운 경험이다. 불면증은 다음 날 컨디션 악화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신체와 정신 모두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그런데 ‘잠이 부족하다는 자각’이 실제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 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과거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인 ‘행동연구와 치료(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에 발표한 논문 검토 결과에 따르면, 실제 수면 부족은 불면증 증세를 일으키는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일례로 55세 이상 실험 참가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선 수면 상태가 나쁘다고 판단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불면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 불면증의 임상적 기준은 최근 6개월간 잠이 들때까지 30분 이상 걸리는 날이 주 3일 이상 발생할 때로 규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임상적 관점에서 불면증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들 중 자신에게 불면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불면증이 없는 사람들이 다음날 느끼는 정도의 피로감만을 느꼈다. 불안감과 우울감 역시 그리 높지 않았다.

수면다원검사, 수면일기 등 수면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관찰한 연구의 결과도 유사했다. 자신의 수면 습관이나 상태에 불만이 없는 사람들은 실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불안감이나 우울감 수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1700여 명의 데이터를 이용한 대규모 연구에서도 불면증은 고혈압 위험을 3.5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증가시켰으나, 자신에게 불면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는 이같은 결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 임상적 기준으로는 불면증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불면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적절한 수면 상태가 유지됐음에도 다음날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우울감과 불안감 역시 동반됐다. 즉, 실제 수면 시간의 부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불면증 여부에 대한 자각’이라는 결론이다. 근래에 잠을 조금 못 자도 그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들은 피로감을 덜 느끼고, 잠을 잘 자는 편에 속한다고 해도 잠을 못자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잠을 못잔 사람처럼 피곤해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수면 치료 시 실제 수면 시간이나 질에 대한 치료만큼이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치료도 대단히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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