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산림정책, 왜 논란일까
  • 클레어함 유럽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5 11:00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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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더 뿜는 바이오매스 발전 놓고 EU 시끌

올해도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후현상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캐나다의 열돔, 러시아의 대규모 산불에 이은 그리스의 산불, 독일의 대홍수가 그 예다. 이런 기후위기 및 생물 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유럽연합(EU)은 기후 법안을 차근차근 내놓고 있다.

EU는 2019년 유럽 그린 딜(Green Deal)을 선언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천명했다. 최근 EU 회원국들은 유럽기후법을 채택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가속화하는 일련의 계획들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의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 ‘Fit for 55’ 전략과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 조치는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유럽이 선두적으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에 대한 EU 27개 회원국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들과 화석 에너지 비중이 높고 에너지 효율성 기술이 부족한 중·동유럽 국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탄소거래제 활성화와 탄소세 도입 예고가 현실에서 완성될 때까지는 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얘기다.

ⓒ클레어 함
독일 바이에른주의 자연림 국립공원. 600여 년 된 고목이 중간에 보인다. 체코와 독일 국경 부근에 나뉘어 있는 이 숲은 양국의 공원을 합하면 유럽 최대의 자연림 국립공원이다ⓒ클레어 함

‘산림전략 2030’ 놓고 EU 회원국 동상이몽

EU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산림전략 2030’도 발표하며 사회경제적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산림전략 2030’은 유럽 그린 딜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생물 다양성 위기’가 곧 숲의 위기에서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숲은 지구 전체 숲의 약 5%, 유럽 육지 면적의 약 38%를 차지하는데 타 대륙에 비해 숲의 비중은 천천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된 가뭄, 병충해, 벌목 등의 이유로 최근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루마니아의 숲은 불법 벌목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EU 회원국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듯 ‘산림전략 2030’에 대해서도 각국의 입장은 극명히 갈린다. 세계 10대 목재 수출국에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가 포함될 정도로 임업이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같은 국가 내에서도 정계와 재계, 시민사회의 반응도 극과 극이다.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산림전략 2030’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EU가 산림업계의 로비에 굴복했다는 주장이다. EU가 임업계의 원시림 나무 취득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유럽 산림 중 원시림은 3%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산림보호단체(Protect the Forest Sweden) 소속 리나 버넬리우스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EU가 숲을 파괴하는 주요 원인인 산림 바이오매스를 계속 재생 에너지로 인정함으로써 숲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최근 각국 정부는 바이오매스 발전을 신재생 에너지의 하나로 규정하고 바이오매스 발전 규모를 늘리고 있다. 보조금 규모 역시 크게 늘렸다. 문제는 바이오매스가 석탄발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나무를 대량 벌목해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바이오매스 소각 발전은 기존 석탄화력발전에서 연료를 목질로 대체한 형태로 이뤄진다. 원료로는 나뭇가지와 원목 등을 분쇄한 뒤 고온으로 압착해 단단하게 만든 펠릿, 나무를 잘게 파쇄한 우드 칩을 주로 사용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산림 바이오매스 연소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TJ(테라줄·에너지 단위)당 112톤으로 석탄의 하나인 역청탄(94.6톤)보다 많다.

그런데도 바이오매스 발전이 계속 늘어나는 건 단기간에 ‘탄소 저감’ 실적을 올리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IPCC 지침 등에 따라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수집해 재생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 화석연료를 대체한 실적으로 잡힌다. 나무는 벌목 시점에서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계산되므로, 땅에서 화석연료를 새로 캐서 쓰는 것보다 낫다는 논리다.

산림 바이오매스를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인정하는 데 대한 유럽의회 내 반대여론도 높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소속 의원이자 녹색당 농업정책 대변인인 마틴 호이슬링 의원은 “노, 노, 다시 한번 노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이전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대규모로 나무를 연소하는 것은 절대 친환경이 아니다. 이는 해외에서 수입되는 목제 펠릿과 기타 원목 자재에도 해당된다”고 했다.

이에 지난 2월 전 세계 500명의 과학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지구적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숲의 보전과 회복이 2050년 탄소 중립의 주요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연소를 나무 연소로 전환하는 것은 위기 대응에 악영향을 준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여기에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 등 확실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막는다고 꼬집었다. 대다수 환경단체도 같은 이유로 유럽연합의 산림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과학에 대한 부정”이며 “위험한 위장환경주의(Greenwashing)”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존하는 숲의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

독일 그린피스의 폴커 오퍼만 활동가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요즘 이런 흐름 속에서 나무 심기 캠페인이 정치인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며 “비싼 프로젝트인 나무 심기가 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사슴이 많은 독일 숲에서는 어린 묘목 보호를 위해 펜스를 설치하지 않으면 사슴들에게 공짜 음식만 제공하게 된다”며 “현존하는 숲을 잘 보존하며, 벌목과 목제품 낭비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 내 벌목 비율 증가로 인해 숲의 탄소 흡수 및 저장 능력이 줄어들었고 향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는 EU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최소 65%로 상향 조정하고, 엄격히 보호받는 숲의 규모를 현재의 3%에서 10%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또 조사에 따르면 숲은 벌목을 중단하기만 해도 한 해 2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한다. 숲의 탄소 흡수 능력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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