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테마,  투자 지형 뒤흔들다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1.08.02 12:00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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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에서 관련 주식 급등세
현실과 연계된 가상현실 플랫폼 급성장

메타버스가 국내 증시를 뒤흔드는 새로운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특정 기업이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한다고 알려지면 주가가 급등하기 일쑤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활동이 급증하면서 메타버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PC 인터넷에서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플랫폼이 바뀌었듯이 조만간 메타버스로의 새로운 플랫폼 전환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월27일 코스닥에 상장한 증강현실(AR) 개발 솔루션 업체 맥스트는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다. 따상이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정해지고 당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맥스트의 공모가는 1만5000원이었는데, 시초가가 최대치인 3만원으로 정해졌다. 맥스트는 상장 이튿날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에도 성공했다. 맥스트는 18~19일 진행했던 공모청약에서도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여줬다. 청약증거금으로 6조3410억원이 몰렸고 국내 공모청약 사상 최고 경쟁률인 6762.75대 1을 기록했다.

4월22일 AI와 메타버스 관련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월드 IT쇼 2021 (WIS 2021)’에서 SKT 홍보 모델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하고 있다.ⓒSK텔레콤 제공
4월22일 AI와 메타버스 관련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월드 IT쇼 2021 (WIS 2021)’에서 SKT 홍보 모델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하고 있다.ⓒSK텔레콤 제공

맥스트 공모청약 경쟁률 6762.75대 1

맥스트의 사례처럼 최근 국내 증시에서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맥스트 상장 이전까지 국내 증시에서 메타버스 관련 대표 종목은 올해 3월 상장한 자이언트스텝이었다. 자이언트스텝은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으로 올해 3월24일 상장했다. 공모가는 1만1000원이었는데, 상장 첫날부터 따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4만~5만원 선을 유지했다. 7월 들어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고, 7월20일 주가는 처음으로 10만원대를 돌파했다.

자이언트스텝만의 얘기가 아니다. VFX 기술이나 증강현실(AR) 관련 기업들은 메타버스 업종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VFX 기술을 가진 위지윅스튜디오와 덱스터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에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자산운용 업계에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다. KB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6월 각각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펀드’와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출시했다.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메타버스 펀드나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이 용어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이 개발자 회의에서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사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생활이 강조되면서 가상현실 커뮤니티 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됐다.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통해 바이든 후보의 선거운동이 펼쳐졌고, 게임서비스 포트나이트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콘서트를 열고 216억원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런 가상현실 서비스를 통칭하는 개념이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다시 확정된 것이다.

메타버스의 최고 선두주자는 미국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끼리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2006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서비스로 발돋움했다. 로블록스는 미국 Z세대의 55%가 이용하고 있으며, 일 평균 이용자가 4000만 명에 육박한다. 올해 2월 로블록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했는데 시장가치가 383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는 IT테크 분야를 넘어 금융투자 시장을 뒤흔드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Z세대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9~12세 어린이들은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튜브의 2.5배에 달한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화이트’가 2018년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경우 가입자 수가 2억 명인데, 이용자들의 80~90%가 외국 어린이들이다. 결국 과거 인터넷 세대나 모바일 세대가 그랬듯이 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면 메타버스가 새로운 소비시장이자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7월23일 5년 이내에 페이스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페이스북 역시 최근 주력 이용자 연령층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미래 세대의 이용자들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장밋빛 전망 속 장기 지속에 대한 논란은 꼬리표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9년 455억 달러였던 전 세계 AR·VR 시장이 2030년에는 1조542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25년 ‘메타버스 경제’의 규모가 현재보다 6배 큰 28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유행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반짝 현상이라고 보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새로울 수 있지만 비슷한 산업은 그동안 꾸준히 존재해 왔고 여러 기업이 한때 주목을 받다가 사라져 갔다. 2003년 3D가상세계 서비스를 시작했던 ‘세컨드라이프’다. 세컨드라이프는 200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모았지만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의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싸이월드 역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타버스가 한때 유행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등이 뒷받침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만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콘텐츠, 인프라가 최고 수준으로 갖춰진다 해도 우리를 현실에서 가상세계로 인도할 유형의 연결 매개체가 없다면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며 “수년 내 이뤄질 VR·AR 기기의 대중화는 우리 생활과 메타버스 산업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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