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입당’ 효과 본 尹…떠나는 중도민심도 잡을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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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 ‘신의 한수’인가 ‘악수’인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습입당에 대한 효과가 여론조사 결과에 속속 반영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윤 전 총장 본인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동반 상승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심하긴 이르다”는 기류가 흘러나온다. 윤 전 총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중도층 민심이 출렁거리고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 역시 국민의힘 대열에 합류한 이후에도 중도로의 외연 확장 시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입당이 야권의 대선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국회 본관을 떠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국민의힘 사무처 직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국회 본관을 떠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기습 입당에 尹·국민의힘 지지율 동반 상승

2일 야권은 지지율 면에서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일제히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한 것으로 조사되면서다. KSOI-TBS(7월30~31일 전국 성인 남녀 1013명 대상)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은 전주보다 5.4%포인트 상승한 32.3%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격차를 0.9%포인트에서 4.9%포인트로 벌렸다. 야권의 대항마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큰 폭(26.5%포인트)으로 따돌렸다.

ⓒ 시사저널TV 《여론끝짱》
ⓒ 시사저널TV 《여론끝짱》

리얼미터-YTN(7월26~30일 전국 성인 남녀 2525명 대상)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1.5%포인트 상승한 35.2%를 기록했다. 6월4주차(38.0%) 때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5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만에 더불어민주당(33.6%)을 앞서기도 했다.

이처럼 지지율에 청신호가 켜지자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안도감이 새어 나왔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야권의 대선 플랫폼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캠프 측의 해석이다. 캠프는 이날 공식 SNS에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정권교체를 해낼 사람 누구입니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시사저널TV 《여론끝짱》
ⓒ 시사저널TV 《여론끝짱》

尹 따라 국민의힘 지지할까 철회할까…중도의 선택은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안심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읽힌다. 윤 전 총장이 보수색 짙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만큼, 그의 지지율 한 축을 담당하던 중도층 민심이 빠르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5·18 사형수였던 김종배 전 의원은 “한국정치의 병폐인 극단적 이념대결과 진영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윤 전 총장에 기대를 많이 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아쉽고 실망스럽다”며 지지 철회 선언을 했다. 윤 전 총장 후원을 공식 인증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김부선씨 역시 “중도들은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계층별로 살펴봐도 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등이 아닌 기타 정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계층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지난 1일 발표된 PNR리서치-세계일보·미래한국연구소 조사 결과(7월31일 성인 남녀 1016명 대상), 기타 정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계층 가운데 48.7%가 “윤 전 총장의 입당은 잘못한 일”이라고 꼽았다. 전체 평균 52.9%가 “잘한 일”이라고 응답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이다.

ⓒ 시사저널TV 《여론끝짱》
ⓒ 시사저널TV 《여론끝짱》

이에 윤 전 총장도 입당 직후 중도층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주말 사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을 만나 제3지대 인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중도 인사로 꼽히는 김관영·채이배 전 의원 등에 캠프 합류를 제안한 것이다. 중도 인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며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중도나 진보에 계신 분들과 어떤 교감이나 양해도 없이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해 상심하셨을 수 있다”면서 중도 민심 달래기를 시도했다. 윤 전 총장은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대승적으로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더 보편적 지지를 받고 있고 그 당 소속으로 많은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올바른 생각이란 판단에 예상보다 좀 더 일찍 입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은 향후 국민의힘 내 경선에 뛰어들어 당내 지지 기반을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중도 확장도 이어나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해 이 대표와 함께 회의장 배경막에 있는 '로딩중' 그래프에 배터리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해 이 대표와 함께 회의장 배경막에 있는 '로딩중' 그래프에 배터리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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