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변심에 ‘쇄신 유통기한’ 지날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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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철회 시 손해배상과 기업 이미지 하락 등 리스크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연합뉴스

남양유업 매각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지분 매각 일정을 돌연 연기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이 매각을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한앤컴퍼니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 신뢰 손상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오너 리스크 재부각에 따른 불매운동 지속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홍 전 회장 등 대주주 일가는 지난 5월27일 한앤컴퍼니에 지분 52.6%(37만8938주)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당초 홍 전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인수대금 지급일보다 한달여 앞선 지난달 30일 경영권을 양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한앤컴퍼니 인사들을 남양유업 이사에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총 당일 안건은 변경됐다. 임시 주총을 오는 10월14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안건은 가결됐다. 홍 전 회장의 남양유업 지분율이 53.08%에 달했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은 주총 연기 안건을 낸 배경에 대해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이 사실상 매각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SPA상 거래종결 시점이 이달 31일이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 변심의 대표적인 이유로 남양유업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점을 꼽았다. 남양유업은 매각 초기 단계부터 매각가가 낮게 산정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남양유업 유보자금이 8000억원에 달하고 공장설비와 영업조직, 제품력 등을 감안할 때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매각가는 3107억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SPA 체결 후 50% 이상 급등한 주가도 홍 전 회장 마음을 돌린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SPA가 체결한 지난 5월27일 현재 남양유업의 주가는 43만9000원이었다. 그러나 매각 발표 이후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세에 들어갔고, 지난달 1일 현재 76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달여 만에 주가가 50% 이상 오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투자자들이 홍 전 회장에게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투자자가 한앤컴퍼니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계약 파기 수순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자간 SPA에 위약금이나 계약이행보증금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홍 전 회장이 어렵지 않게 계약 의사를 철회할 수 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남양유업이 겪을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의 일방적인 계약 연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손해배상소송에 나설 경우 인수 자본 조달과 평판 하락 등을 고려해 남양유업 측이 계약금의 10%에 해당하는 310억원 정도를 배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 공백이 장기화된다는 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이광범 사장이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홍 전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홍 전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남양유업 상무도 회삿돈 유용 등의 혐의가 드러나 보직해임됐다.

남양유업은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영돼 왔지만 경영권 매각 발표 이후 사실상 기능이 상실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작업이 불발에 그쳐 경영 공백 상황이 더욱 길어지게 되면 남양유업의 경쟁력은 지속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대리점 갑질 사건,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등 연이은 악재로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실적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매각 발표 이후 그동안 지적 받아온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주가 상승은 물론 소비자들의 마음도 일부 돌려놨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이런 가운데 홍 전 회장의 막판 변심이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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